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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을 깎아버리면 우린 어디로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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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이 되면 이사할 요량으로 요즘 서울과 인근 새도시 여기저기로 집을 보려 돌아다녔습니다. 그러나 어느 정도 넉넉한 녹지나 교통이 좋은 지역들은 이미 가격이 한참 올라 집을 살 엄두가 나지 않더군요. 획일적이고 개성없는 대단위 주거 단지들… 그 안에 들어가기 위해 평생 돈을 모아서 쏟아부어야 하는 건지… 거대한 도시 공간 안에서 인간은 자유롭지 못하고 휘둘리는 모양입니다.

요새 제가 사는 아파트 부녀회도 가격 담합을 시작했습니다. 게시판 여기저기에 “35평형은 3억 5천 이하로 절대 내놓지 말 것!” 이런 식의 글이 붙어있습니다. 그리고 우리 아파트의 장점을 언급하면서 앞으로 뒷산이 택지로 사용될 가능성도 있다고 언급하더군요.

우리 아파트 뒤엔 조그만 야산이 있지요. 5월이면 아카시 꽃향기가 어질어질하고, 여름이면 꽤 무성한 녹음을 보이다가, 가을이면 나름대로 단풍도 들고, 겨울이면 눈꽃이 아주 좋아요. 해질녘 노을진 하늘도 예쁘고 가끔 안개가 짙을 때 모습도 아름다워요. 저희는 처음 이사올 때 이 낡은 아파트를 감싸고 있는 야산이 좋아서 결정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러던 것이 산의 다른 쪽 기슭에 00타운이라는 대단지 아파트가 조금 산을 갉아먹었죠. 복도에 서면 산고개 너머 드림타운의 꼭지가 보이죠.

▲사람들과 행복하게 공존하고싶은 폼포코 너구리들 ⓒ 네이버 이미지
▲사람들과 행복하게 공존하고싶은 폼포코 너구리들 ⓒ 네이버 이미지

요새 부동산 관련해서 자주 듣게 되는 뉴타운 프로젝트니, 택지 개발이니 이런 말들을 며칠전 아이랑 본 애니메이션에서 들었습니다. 일본의 유명한 애니메이션 감독 다카하타 이사오 감독의 “폼포코 너구리 대작전”을 SICAF 영화제 마지막 날에 보았습니다. 너무나 귀여운 도쿄 인근의 너구리들이 뉴타운 개발을 해대는 인간들과의 한판 맞짱뜨기! 재미있고 감동적이었습니다. 토건산업에 의존하여 경기를 부양한다는 점에서 우리나라도 참 일본을 닮았습니다.

잘 익은 홍시를 좋아하는 귀여운 너구리들의 삶터를 위협한 것은 도쿄시의 뉴타운 프로젝트였습니다. 산이 여기저기 깎이고 위협당하자 너구리들은 자구책을 여러 가지로 마련합니다. 먹이가 줄어든다고 나름대로 산아제한도 하고, 또 인간에 대응하기 위하여 인간 특성 연구 5개년 프로젝트에 돌입하기도 합니다. 인간을 싹쓸이하자는 공격적인 너구리도 있으나, 인간이 다 사라져버리면 튀김과 맥도날드 햄버거를 먹을 수 없다며 개발만 막자는 선에서 합의합니다.

▲무분별한 뉴타운 개발을 벌이는 인간들과 한판 맞짱뜨기 ⓒ 네이버 이미지
▲무분별한 뉴타운 개발을 벌이는 인간들과 한판 맞짱뜨기 ⓒ 네이버 이미지

너구리나 여우들이 할 수 있는 변신술을 이용하여 인간들을 혼내며 여러 가지 방법을 쓰지만, 오히려 인간들에게 이용당하며 뉴타운 프로젝트는 착착 진행이 됩니다. 결국 일부 너구리들은 변신술을 이용하여 인간 세상에 인간으로 살아가기로 하지요. 일상에 지친 샐러리맨으로 또는 장사치로…

변신에 능하지 않은 너구리들은 먹이를 구하러 길을 건너다 차에 치여 죽기도 하고, 일부는 도시의 변두리로 몰려납니다. 그리고 묻습니다. 너구리나 여우는 변신이라도 할 수 있지만 다른 동물들은 어디로 갔냐고?

▲산을 깎아버리면 우린 어디로 가나요? 아이들은 어디서 키우나요? ⓒ 네이버 이미지
▲산을 깎아버리면 우린 어디로 가나요? 아이들은 어디서 키우나요? ⓒ 네이버 이미지

당장 내가 살 공간에 대해서만 고민하던 나에게 낙천적이고 의지 강한 너구리들이 묻습니다. 우리는 어디에 살까요? 산을 깎아버리면 우린 어디로 가나요? 아이들은 어디서 키우나요? 변신도 못하는 동물들은 어디로 가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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