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회원이야기

반환경 도시 서울에서 자연을 꿈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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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천에서 만난 고방오리
▲홍머리오리

아주 먼 옛날 인간이 자연에 터를 잡은 이후 자연은 인간이라는 종을 번식시키고 번성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그 풍부한 생명력으로.
그러나 불과 몇 백 년 사이 인간의 극단적인 이기심은 도를 넘어 이 지구상의 모든 생명을 절멸시킬 지경에 이르렀다. 환경파괴는
이제 지구상의 모든 생태계에게 피할 수 없는 절실한 문제로 다가와 있다.

21세기 과학 기술의 최첨단을 달리는 대한민국의 수도 심장부 서울. 역사적인 발자취가 살아 숨쉬고
한강과 북한산의 자연경관을 품에 안은 아름다운 서울은 천만의 사람들의 삶을 풍요롭게 만들어 주고 있다. 그러나 이제 서울의 삶은
자연의 순환을 벗어나 지극히 반환경적 도시로 변모해가고 있다. 그 안에서 아직도 살아 숨쉬는 야생조류의 날갯 짓을 찾아 낼 수
있을까? 이 서울에서 과연 자연을 꿈꿀 수 있을까?

2006년 1월 21일 하호 회원들의 탄천 탐사길. 동서를 가로지르는 한강의 본류는 안양천,
탄천, 중랑천의 지류와 양재천의 지천이 흘러 만들어진다. 서울을 길러낸 아름다운 한강의 지류를 쫒아 1월의 한파를 뚫고 우리들은
느린 걸음을 옮겼다. 자연이라는 따뜻한 기운을 가슴에 담아 서로 다른 보폭으로 하지만 생명 존중이라는 한 곳을 바라보며.

탁하고 냄새나는 강줄기를 따라 겨울철새와 텃새들은 그야말로 경이로운 숫자로 우리들을 반겨주었다.
좀처럼 회복될 것 같지 않게 더러워진 강 위에서 아름답게 펼쳐지는 날개 짓은 아직도 꿈틀대는 강인한 생명력을 보여 주었다. 자연의
흐름과 정 반대로 발전해 온 이 서울 한 복판에서 발견한 야생의 흔적들! 이곳에서 먼저 둥지를 틀고 삶을 이어 온 것은 그들이었다.
인간은 뒤늦게 그 자연의 한 귀퉁이를 차지한 작은 존재였으나 어느새 어떤 대가도 지불하지 않은 채 그들의 서식치를 함부로 차지해
왔다. 도무지 브레이크가 걸리지 않는 인간의 이기심위에 물위를 낮게 날아가는 새들은 그저 기적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그 기적 같은 아름다움이 슬퍼 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언젠가 곧 그 새들이 서울이라는 거대 도시 안에서 영영 사라져 버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그저 기우에 불과한 것일까?

▲하늘을 날고있는 고방오리
▲탄천에서 쉬고 있는 오리들

생명 사랑의 경이로운 힘은 새들이 속한 자연과 우리들을 하나로 묶어주었다. 나의 삶과 관계없는
새들은 그저 모두 같은 새에 불과하다. 하지만 쌍안경과 망원렌즈를 통해 바라보는 그들의 세계는 그야말로 놀라운 다양성의 보고였다.
흰뺨검둥오리와 넓적부리, 쇠오리, 청둥오리, 비오리, 붉은머리오목눈이, 고방오리, 큰기러기들은 서로 다른 깃털과 부리, 날개로
자신들을 표현한다.

물 안의 먹이를 찾는 청둥오리와 흰뺨검둥오리의 꼬리는 때로는 귀여운 느낌을 준다. 넓적부리의 넓은
부리는 물을 걸러 먹이를 먹을 수 있도록 진화되었을 것이다. 다른 오리류에 비해 작은 몸체의 쇠오리는 몸의 크기 덕분에 많은
오리들의 무리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 붉은 머리와 분홍색 가슴을 가진 홍머리오리와 길고 가는 목을 빼고 걷고 있는 고방오리,
뾰족하고 붉은 색의 부리를 가진 비오리는 뚜렷하고 개성 있는 깃털의 색깔과 생김새로 우리의 눈을 붙잡는다. 강 옆의 덤불, 나무
사이를 날고 있는 붉은머리오목눈이는 대부분 수십 마리씩 떼를 지어 다닌다. 한 방향으로 몰려 날고 있는 그들의 작은 몸체는 태양빛을
받아 보석처럼 빛난다. 긴 꼬리를 펼쳐 날고 있는 그들은 때로는 갈색으로 또는 적갈색으로 다른 색감을 뽐낸다. 맑은 하늘을 홀로
날고 있는 큰말똥가리의 날개 위를 수놓은 깃털의 문양은 어떤 옷감보다 화려하고 그 거대한 날갯짓은 위엄이 넘치도록 아름답다.
물 위에서 그리고 모래톱 위에 앉아 있는 오리류들은 암수가 함께 다니는 경우가 많다. 수컷의 화려한 깃털과는 반대로 수수한 빛깔의
암놈은 새끼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고 하니 동물의 모성이 가진 힘을 새삼 실감하게 된다. 자연은 그렇게 놀랍도록 다양한 빛깔과
모습으로 살아 있는 모든 생명을 다양하게 비춰 주었다. 그리고 그들은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며 같은 공간에서 함께 살아간다. 우리
인간이 모두 같은 인간이 아니며 인종도 성별도 성격도 언어도 다른 다양성을 가졌듯이.

▲작고 귀여운 붉은머리오목눈이

수백 마리의 아름다운 새들에 경탄하는 사이 탄천의 하루는 그렇게 저물었다. 그리고 우리는 각자
다음을 약속하며 집으로 돌아가고 또 하루가 지날 것이다. 사람들은 이렇게 이야기한다. 바쁘게 돌아가는 세상에서 더 많은 돈을
벌고 더 환상적인 성공을 꿈꾸고 각자의 삶을 꿈꾸기에도 힘들다고. 주말의 시간을 쪼개어 나와 관계없는 새들을 보러 다니는 일들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그리고 그 작은 행동으로 세상을 바꿀 수 있냐고.

하지만 오염된 물 위에서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숨을 고르고 있던 새들의 아름다운 날갯짓은 결코
잊을 수 없을 것이다. 자연의 아름답고 환상적인 소리와 빛깔은 이 세상 어떤 예술작품보다 뛰어나고 새들의 다양한 깃털과 날개는
이 세상 어떤 기계보다도 정교하다. 새들의 살아 있는 몸짓은 우리 인간만이 이 서울의 주인이 아니라고 말해 주고 있었다. 우리가
살고 싶은 것처럼 그들에게도 이 서울에서 우리와 공평한 자리를 나누어 주어야 하는 건 아닐까? 어느 날 오후 탄천의 물 위를
힘차게 날아오르던 새들과 함께 살고 싶은 마음이 어느새 우리의 마음속에 자리 잡는다. 그 다양하고 아름다운 빛이 이 서울에서
사라지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과 함께.

글/ 환경연합 회원소모임 ‘하호’ http://haho.kfem.or.kr
전가은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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