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회원이야기

강은 살아있는 생태계

첨부파일 열기첨부파일 닫기

1천만 명의 인구와 고층 빌딩숲, 혼잡한 도로로 대표되는 거대한 도시, 서울에서 많은 수의 야생 조류를 관찰할 수 있는
곳이 있으리라 기대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환경연합의 회원 소모임인 하호 회원들과 함께 지하철 한양대역에서
만나 중랑천의 새를 보러가기로 했다.

▲청계천과 중랑천이 만나는 곳 ⓒ환경연합 마용운

새들을 보기 위해 중랑천으로 걸어가는 우리들을 차가운 바람이 맞아주었다. 강에 닿자마자 우리는
수많은 오리들-고방오리와 청둥오리, 쇠오리, 흰뺨검둥오리, 넓적부리-을 볼 수 있었다. 오리들을 관찰하면서 우리는 물가에 있는
백할미새 몇 마리와 깝작도요 한 마리도 보았다. 황조롱이 한 마리가 강가로 날아 내려왔는데, 까치 한 마리가 황조롱이를 괴롭히기
시작하니 황조롱이는 이내 날아가 버렸다. 근처에는 비둘기들도 많았고 참새들도 여러 마리 있었다.

점심을 먹으려고 잠시 멈추기도 하고, 하수 배출구를 지나기도 하며 강을 따라 계속 상류로 향했다.
걸어가면서 우리는 흰죽지 세 마리와 논병아리 한 쌍 등 새로운 종류의 오리들을 볼 수 있었다. 중랑천이 굽이쳐 흐르는 근처의
하수 배출구를 지나 계속 가다보니 강둑에 긴 풀과 작은 나무 몇 그루가 있는 곳에 다다랐다. 이 지역에도 많은 오리들이 있었지만,
40여 마리의 왜가리와 논병아리, 재갈매기들도 몇 마리 발견했다. 강 옆 풀밭에는 60여 마리의 참새 한 무리도 있었다. 키
작은 나무들이 있는 곳에서는 붉은머리오목눈이과 박새들도 찾을 수 있었다. 걸어가는 동안 나는 참매 한 마리의 휴식을 방해하기도
했는데, 참매는 자신의 몸이 눈에 잘 띄지 않도록 풀밭 위를 낮게 날며 사라졌다. 한양대에서 서너 시간 걸어올라간 지점의 중랑천은
완전히 얼어붙어 있었고 얼음판 위에는 새들도 없어 우리의 성공적인 탐조를 정리하고 근처의 지하철역으로 향했다.

▲중랑천에서 만난 백할미새 ⓒ하호 이병우
▲중랑천 하늘 위를 날고있는 황조롱이 ⓒ하호 이병우
▲중랑천에서 겨울을 나고있는 고방오리들 ⓒ하호 이병우
▲생활하수가 흘러들어 따뜻함을 유지하는 중랑천에는 겨울철새가
많이 찾아온다 ⓒ하호 이병우

사람들은 바쁘고 붐비는 도시 속, 폐수 배출구에서 뿜어져 나오는 오염된 작은 강에 왜 그렇게 많은
새들이 모여들까 궁금해 할지도 모른다. 내가 아는 한에서 추측해보면, 하수를 처리하는 시설에서 배출되는 물은 얼지 않을 정도로
따뜻하고, 질소와 인 화합물을 비롯한 영양물질을 많이 포함하고 있다. 이러한 영양분은 물속에 조류(藻類; 원생생물계에 속하는
원시적인 진핵생물로 광합성을 할 수 있다)와 수중 식물을 자라게 하고, 이들을 먹는 곤충이나 애벌레 등의 작은 동물들을 끌어
들인다. 그러면 이 작은 동물들이 오리들처럼 더 큰 동물들의 먹이가 되는 것이다.

이날 관찰한 오리 종류들이 모두 비슷한 먹이 섭취 방식을 보여준다는 점을 주목하는 것은 재미있다.
전문적인 과학용어로는 그들은 모두 ‘수면성 오리’라고 한다. 이것은 그들이 주로 물 표면에서 먹이를 찾으며, 때로는 먹이를 구하기
위해 물 속 바닥까지 내려간다는 것을 말한다. 오리들이 꼬리를 하늘 방향으로 치켜들고 먹이를 먹는 약간 우스꽝스런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따뜻하고 영양분이 많은 오염된 물이 새들에게는 상당히 매력적이고, 따라서 새 관찰자들에게도 매력적이다.
하지만, 환경보호주의자로서 수질 오염에 대해 알게 되는 것은 심각한 문제이다. 새 관찰자와 환경보호주의자가 동시에 되자니 딜레마가
생긴다. 나는 오염 정도를 줄이기 위해 캠페인을 벌여야 할까? 만약 내가 그렇게 한다면 겨울 철새들이 의지하는 먹이 공급은 어떻게
될까? 아마도 우리는 강이 더 많은 종류의 새들에게 적절한 서식지를 제공할 수 있도록 강의 모습을 개선시킬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중랑천을 야생생물들을 위한 더 좋은 곳으로 만들기 위해서 우리는 어떤 일을 할 수 있을까?

▲하호 중랑천 탐조에 참여한 하호 회원들. 가운데가 글쓴이인
배리 선생님 ⓒ하호 이병우

새를 관찰하며 중랑천을 따라 걷는 동안, 우리는 그 주변의 생태적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어떤 일을
할 수 있을지 생각해볼 수 있었다. 우선, 나무를 좀 심으면 더욱 다양한 종의 새들에게 은신처와 보금자리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강의 중간중간에 깊은 웅덩이를 만들어 보다 다양한 형태의 서식지를 만들어주면 더 많은 동물들이 살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강이란 단지 홍수가 났을 때 빗물이나 하수를 배출시키는 수단으로만 여기는 지금까지의 생각을 바꾸어야 한다.
강이 다른 여러 생물들에게 살 곳을 제공하는 살아있는 생태계라고 생각해야 한다. 우리가 이러한 생각을 가지고, 강을 보다 자연스런
생태계로 복원한다면 더 많은 종류의 동물들이 강에 의존해 살 수 것이며, 우리는 이들의 관찰을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서울이라는 거대하고 복잡한 도시에서의 정신없는 삶의 속도에서 벗어나고 싶을 때, 함께 즐길 야생 생물들이 더 많이 있다면 참으로
멋지지 않을까?

2005년 12월 17일
글/ 환경연합 회원소모임 ‘하호’ http://haho.kfem.or.kr
배리 하인리히(Barry Heinrich) 회원
사진/ 환경연합 회원소모임 ‘하호’ http://haho.kfem.or.kr
이병우 회원

admin

(X) 회원이야기의 최신글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