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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의 생명을 머금은 황조롱이의 힘찬 날개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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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조 가는 주에는 일기예보에 촉각을 세우게 된다. 이번 주에도 주말이면 추워져 영하 9도라는 달갑지 않은 소식. 모자와
장갑, 등산화는 기본이고, 새를 관찰하면서 추위에 떨지 않도록 친구가 선물해 준 내복까지 챙겨 입고 나섰다.
오늘 탐조엔 B팀 탐조 대장님이신 듬직한 마님, 동물원 보고서 이후 도통 얼굴을 볼 수 없더니 그 사이 동물보호단체 간사가
되신 박은정씨, 중랑천 탐조에서 척하니 새들을 찾아내 알려주신 인디언의 눈을 가진 배리 선생님. 그리고 탐조 가이드북에 들어갈
사진을 위해 오늘도 사명감과 봉사 정신으로 출동해 준 병우씨. 아직도 제대로 새 하나 구분할 줄 모르는 나 이렇게 다섯이다.

▲청둥오리의 자맥질 ⓒ하호 이병우
▲정지비행중인 황조롱이 ⓒ하호 이병우

매서운 날씨에 너무나 한적한 공원. 덕분에 새들은 조용한 휴식을 만끽하고 있으리라. 철새 전망대
좌측으로 보이는 한강에는 청둥오리와 갈매기들이 잔뜩 웅크린 채 옆으로 길게 떼를 지어 있다. 하도 움직이지 않아 강물과 함께
얼어붙은 건 아닌가 걱정이 될 지경이었다.

큰기러기는 초면이라 조류도감을 보며 확인하려 했더니 도무지 나에게 얼굴을 보여 주지 않는다. 왜
난 기러기는 다 흰색이라고 생각했을까? 뭍에선 청둥오리들과 흰뺨검둥오리들이 볕을 쬐며 쉬고 있다. 이 거리라면 쌍안경으로 보지
않고도 충분히 관찰이 가능하겠다. 일반인들이 볼 수 있게 망원경 하나라도 설치해 두었으면 좋았을 것을. (한강시민공원사업소 사무실에서
쌍안경은 빌려준다고 하니 다음에 찾아가실 분들은 한번 이용해 보시길..)

전망대 우측에서는 빛깔 고운 청둥오리와 흰죽지 무리가 한눈에 확연히 들어온다. 조류 도감을 꺼내어
쇠오리, 고방오리, 비오리, 논병아리 등 아직 나에겐 정확히 구분되지 않는 새의 종류 확인에 들어간다. 역시나 공부가 부족한
탓이리라. 한눈에 척 새들의 종류를 알아내는 배리 선생님이 부럽기만 하다.

이번엔 배리 선생님이 흰비오리를 발견했단다. 혼자 흰색의 우아한 자태로 있는 흰비오리. 육안으로도
하얀 깃털이 도드라져 마치 미운 오리새끼들 중에 자태를 뽐내는 백조처럼 보인다. 망원경으로 보이는 흰뺨검둥오리의 자맥질이 너무나
귀엽다. 다들 저렇게 겉으로는 잘 자고 잘 먹는 거 같아도 한강 역시 물의 오염이 심각한지라, 저러다 아프지는 않을지. “인간들
당신들 때문에 이렇게 죽어간다”는 원망 섞인 울분 한마디 토하지 못하고 죽어가지는 않을지. 그런 일이 이들에게 생기게
될까 미안해진다.

관찰로를 따라 올라간 행주대교 쪽 철새 전망대는 강이 얼어붙어 망원경으로 행주대교 근처에 있는
새들과 강 건너 편의 멀리 있는 새들을 볼 수 있을 뿐이다. 이번에도 배리 선생님이 황오리를 발견했다. 오렌지색을 띤 것이 단박에
다른 것과 표가 난다.

▲멋진 고공 비행을 하는 개리 ⓒ배리 하인리히

이렇게 새로운 종을 발견하면 신이 난다. 오늘만 해도 흰비오리와 큰기러기, 황오리, 이렇게 세
종의 새로운 녀석들을 만났다. 다른 약속 다 제쳐두고 영하의 날씨에도 이렇게 탐조를 나오고야 마는 것은, 이렇게 많은 새들이
내 주변에서 씩씩하게 살아가고 있음을 확인하게 되기 때문일 게다.

지난 봄에도 그랬지만 강서습지생태공원에 오면 황조롱이의 정지 비행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요리조리
날아다니며 시선을 사로잡는다. 보고 또 보아도 참으로 신기한 황조롱이의 정지 비행. 이 추운 겨울에 무엇이나 먹을 것이나 있는지.
망원경으로 나무에 앉은 황조롱이를 보니 맹금류라는 사실이 무색할 정도로 순해 보이기까지 한다. 조금 전 사냥은 실패한 모양이다.

행주대교 위로 반짝반짝 힘찬 날갯짓을 하며 떼를 지어 날아가는 새들의 모습이 마치 영화 ‘아름다운
비행’의 한 장면을 보는 것 같다. 우리 나라도 더 이상 개발이라는 미명 아래 동물들, 식물들이 살아가야 할 터전을 제멋대로
짓밟지 않게 되기를… ‘인간’이 저들 약자를 억압하는 힘 있는 자가 되지 않기를… 조금은 불편하고, 조금은 귀찮더라도 ‘인간’이라는
존재가 더 이상 부끄럽지 않도록. 자연의 생명력에 귀 기울이며 자연에 감사하고 살았던 인디언의 삶의 모습을 조금은 닮아갈 수
있게 되기를 바라며 나는 그들이 날아가는 모습을 오랫동안 바라보았다.

글/ 환경연합 회원소모임 ‘하호’ http://haho.kfem.or.kr
오미경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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