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회원이야기

새들을 위한 도시 속 휴식처, 밤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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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로 밤섬을 찾았다. 지난번에 비하면 날씨는 따뜻한 편이었으나, 짙은 안개 때문에
시야는 좋지 않았다. 서강대교 위에서 바라본 밤섬은 지난번보다 커져있었다. 이전에는 섬 두 개로 이루어져 있었는데, 지금은 퇴적물이
계속 쌓인 탓인지 섬이 연결되어 큰 섬 하나로 변해있었다.

밤섬은 섬 전체가 물새들의 휴식처 역할을 하기 때문에, 한강의 다른 곳보다 새들을 많이 볼 수
있다. 새들의 종류와 수를 확인하는데, 유난히 밤섬에 꿩과 민물가마우지가 많아졌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다른 곳에서 민물가마우지를
별로 본 적이 없던 나에게 큰 나무에 수십 마리가 일제히 휴식을 취하고 있는 모습은 자연 다큐멘터리 영화의 한 장면 같았다.
밤섬 내부에는 꿩들이 어찌나 많은지 여기저기서 뛰어다니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었다.

▲추운 겨울에 한강의 찬바람을 맞으면서도, 새들을 보면 마음이 즐겁다 ⓒ 하호
이병우
▲밤섬 철새 탐조에 참여한 하호 회원들. 왼쪽에서 네 번째가 필자인 고은미
회원이다 ⓒ 하호 이병우

이렇듯 밤섬은 새들이 살아가는 장소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그러나 서강대교 위를 무심코 지나가는
차량들은 창 밖에 수많은 새들이 쉬면서 날갯짓을 하고 있다는 걸 알고 있을까. ‘생태계보전지역’이라는 푯말이 붙어 있고, 속도를
제한한다고 적혀 있지만, 우리 곁을 지나치는 차량들은 자동차 경주를 벌이는 듯 다리 위를 질주한다. 커다란 소음과 함께 목적지를
향해 달려가는 차량들을 보면, 쌍안경과 카메라를 들고 다리 위를 걷는 우리의 모습이 이방인인 듯 매우 낯설게 느껴진다.

떼를 지어 있는 새들을 조용히 오랜 시간 지켜보고 있노라면 다양한 생각들이 스쳐간다. 나는 탐조를
통해 또 다른 관점으로 세상을 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사람을 아무런 생각 없이 군중으로 바라볼 때, 우리는 온전한 사람 하나하나를
쳐다보지 않는다. 그러나 사람에 대한 애정을 갖고 사람들을 응시하게 되면 이는 완전히 다른 시각이 된다. 새들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관심을 두기 전에는 그들은 그저 사물에 지나지 않는다.
새가 헤엄치는 모습, 깃털을 고르는 동작, 햇살을 즐기며 낮잠을 자는 모습, 어미를 따라 다니는 아기 새들을 보면서, 새들은
내게 하나하나의 존재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우리의 일상처럼 그들에게도 일상이 있고, 우리에게 기쁨과 슬픔이 있는 것처럼, 그들도
감정을 표현한다. 저 새가 바라본 나는 어떤 존재이고 어떤 모습일까, 또 서강대교가 내뿜는 자동차 소음과 매연을 포함한 서울의
인공적인 환경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을까 궁금하고 미안해진다.

복잡한 생각 속에 추운 겨울에 한강의 바람을 맞으면서도, 새들을 보며 마음이 즐거울 수 있다는
것이 또다시 탐조를 나가는 기쁨이 된다. 우리가 사는 게 너무 바쁘고 관심을 둘 것도 너무나 많지만, 작은 관심을 또 다른 저
생명체들에게 나누어줄 수 있다면 좋겠다. 새들은 자신들의 존재를 드러내 보이며, 여기저기에서 지저귀고 있고, 날개를 퍼덕이며
우리의 머리 위를 날고 있다. 우리의 따뜻한 시각과 관심은 새들에게 보다 나은 환경을 주는데 보탬이 될 것이고, 그것이 결국
전체적으로 보다 나은 환경을 만들어 나갈 것이다. 이 모든 것의 시작은 우리의 작은 관심이다.

글/ 환경연합 회원 소모임 ‘하호’ http://haho.kfem.or.kr
고은미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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