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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새들은 지금 어디서 살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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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양구중학교에서 영어를 가르치고 있는
호주 출신의배리 하인리히 선생님은 새와 야생동물 관찰을 무척이나 즐기시는 분입니다. 푸른 눈의 하인리히 선생님이 바라보는
한국의 자연환경과 야생동물 보호 현황은 어떤지 함께 생각해봅시다.

2001년 10월, 한국에 처음 왔을 때, 대구 동쪽에 위치한 경산시에 살았다. 그때는 갈만한
곳이나 볼만한 것들이 어떤 것이 있는지 잘 몰랐다. 처음 살던 집은 남천과 가까운 곳에 있었는데, 남천은 남쪽에서 시작되어 경산시를
지나, 대구 반야월에서 가까운 금호강으로 흘러가는 작은 강이었다.

그 다음 해에 남천 상류와 하류를 답사하면서 많은 새를 볼 수 있었다. 겨울에 경산시 하수처리장
근처 하류 쪽에는 오리와 왜가리가 많이 있었다. 영양분이 풍부하여 강 속에 동식물이 많이 있었고, 이것이 겨울을 지내는 새들에게는
좋은 먹이가 되었다.

강가를 따라서 아파트 있는 곳을 벗어나자, 풀과 키 작은 나무들이 무성하게 자라 있었다. 이곳은
붉은머리오목눈이, 멧새, 박새, 딱새, 때까치를 포함한 작은 새들에게 훌륭한 서식지가 되었다. 그 속을 헤치고 다니는 것이 쉽지
않았으며, 나는 주로 강둑을 따라 걸었다. 남천에서는 왜가리, 백로, 할미새, 도요새, 그리고 밭종다리도 볼 수 있었다.

나는 가끔 금호강까지도 걸어갔는데, 대개 새로 지은 철교에서 안심교를 지나 하류로 가면서 남천
하구까지 가곤 했다. 금호강은 남천보다 훨씬 넓은 강인데, 작은 섬 여러 개와 버드나무와 풀이 많이 자라는 곳이 많다. 금호강에서는
특히 겨울에 다양한 물새를 만날 수 있었다. 여름에는 후투티, 개개비, 쇠찌르레기 같은 재미난 새들을 그 곳에서 발견하곤 했다.

하루는 경산시로 돌아가는 길에, 하수처리장 근처에서 물을 헤엄쳐 건넌 다음 강둑 아랫 부분의 무성한
풀밭에 누워 털고르기를 하고 있는 족제비를 보기도 했다. 또 어떤 날에는, 해가 진 직후 줄지어 선 열두 그루의 높은 포플러나무에
모여있는 찌르레기 무리를 볼 수 있었다. 그 당시, 이 포플러 나무들은 멧새, 박새, 딱새에게도 좋은 안식처가 되어 주었다.
그러던 어느 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이 나무들이 모두 베어져 있는 것을 보고 매우 실망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 다음에 경산을 방문했을 때는 강 전체에 변화가 있었는데, 강물 흐름을 개선하기 위한 작업이
있었던 것 같았다. 식물들은 모두 사라졌고, 강둑은 홍수가 발생할 경우 강물이 잘 흘러가도록 위치가 옮겨져 있었다. 한때 풀들이
무성했던 강의 둔치는 사람들이 이용하기 좋도록 포장되었거나, 키 작은 풀이 심어져 있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그것이 더 좋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전에 거기 있던 키 큰 풀과 나무에서
살던 새들의 서식지는 거의 남아 있지 않게 되었다. 남천 상류에는 새로운 아파트 공사가 계속 되고 있고, 남천은 인간의 편의를
위해 변화되고 있다. 다행히 금호강은 여전히 새와 다른 야생동물들에게 좋은 서식지를 제공하고 있다.

여러분은 새들이 살고 있던 서식지의 일부가 사라졌다면 새들은 다른 곳으로 날아가서 새로운 집을
찾으면 되지 않냐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대개의 경우 그렇지 못하다. 이것은 사람이 사는 곳과 비교해도 크게 다르지 않다.
한국에는 아파트가 많이 있는데, 어느 날 그 가운데 몇 채가 사라졌다고 해보자. 거기에 살던 사람들은 새로운 집을 찾아야만 한다.
더 많은 아파트가 사라지게 되면, 남아 있는 아파트에는 이미 사람들이 살고 있기 때문에, 결국 더 이상 이주할 수 있는 빈 아파트는
없게 된다.

사람들은 새로운 아파트를 지으면 된다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새들은 그럴 수가 없다.
인간의 편의를 위해 훼손되는 서식지가 늘어나게 되면, 새나 다른 동물이 옮겨갈 곳은 더 이상 남아있지 않게 된다. 그리고 그들은
사람들처럼 살아갈만한 장소를 새로 만들어 낼 수가 없다.

우리는 우리를 둘러싼 환경을 변화시키는 것에 대해 신중하게 생각해야 한다. 인간에게 불편하게 보이는
곳이 다른 생물들에게는 안식처가 될 수 있다. 우리는 하나의 생물 종으로서 다른 종들을 살고 있는 곳에서 쫓아낼 권리를 가지고
있는가? 나는 살아 있는 모든 생명체가 살아갈 공간을 보호하고 제공해야 할 책임이 우리에게 있다고 믿고 있다.

글, 사진/ 환경운동연합 배리 하인리히(Barry Heinrich) 회원
번역/ 회원 소모임 ‘하호’ http://haho.kfem.or.kr 고은미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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