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회원이야기

자연의 생명력 앞에 잠시 멈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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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호에 가입한지 처음. 365일중 360일을 일하는(!), 시간을 거슬러 19세기 노동조건을 방불케 하는 직장을 그만두고야
가능했던 첫 탐조. 카뮈가 그랬던가 사람들은 사랑할 시간조차 없이 바빠 이제 사랑을 대신 해줄 하인을 고용해야 할 판이라고.
나는 자연 속의 존재이고 자연을 떠나서는 살 수 없는 [인간]이거늘, 자연을 생각하기 위해 그 많은 가치를 지불해야 할 상황에
처해 있는 것은 아닐까라는 씁쓸한 생각이 들었다.

▲쇠백로 ⓒ마용운
▲몸을 단장하고 있는 흰뺨검둥오리들 ⓒ마용운

25일 오전 9시 50분 제일 먼저 오목교역 5번 출구에 도착했다. 회장님께 전화하고(핸드폰 없는
원시인이 공중전화로 21세기 인간에게 연락하다!) 곧이어 회원 한 분이 도착했다. 함께 빵을 먹으며 잠시 담소를 나누었는데 내내
흰 빵 속에 재료로 쓰였을 우유와 계란을 생각했다. 아뿔싸. 너무 과한 것일까. 채식을 실천하고자 하나하나 단계를 밟아가는 과정에서
요즘 부쩍 생각이 많아졌다. 계란을 생산하기 위해 양계장 좁은 울타리 안에 갇힌 계란공장의 닭들과 우유생산의 기계로 전락한 젖소들!!
하지만 환경과 자연과 생명을 생각하는 데에 [지나침]이 있으랴. 이제까지 너무 많이 [소홀]했으므로!! 잠시 [지나침]을 실천하자.
이렇게 나의 생각을 정리하기로 했다.

잠시 후 다른 회원들이 하나 둘 모였고 오목교로부터 출발, 안양천을 따라 걸어가는 탐조가 시작되었다.
물은 생각보다 맑아 큰 물고기들도 눈에 띄게 보일 정도였다. 잉어일까? 어류도감이 없어 확인할 수는 없었지만 훤히 들여다보이는
물길 속 물고기떼라. 이것이 서울이라는 [오염덩어리]안에서의 작은 기쁨일 듯.

10여분 정도 걸은 후 보게된 중대백로 두 마리. 쌍안경을 빌려 그 녀석들을 보게 되었다. 처음으로!!
아직 [때]가 아니어서 무리를 지은 녀석들은 볼 수 없었고, 10여분 간격의 걸음마다 발견되는 녀석들. 덩치가 더 작고 부리의
색깔이 다른 쇠백로도 2마리 있었고, 간혹 흰뺨검둥오리도 있었다. 그리고 왜가리와 쇠오리 서너 마리. 회장님으로부터 조류도감을
빌려 종류들을 확인해보고, 이제까지 더 많은 종류의 새들이 있었으나 종 자체가 사라진 놈들은 없을지 잠시 서글픈 마음이다.

▲하호 회원들과 함께 ⓒ오미경
▲메뚜기의 짝짓기 ⓒ오미경

몇 개의 다리를 정신없이 건너 잠시 점심을 먹고 다시 탐조 시작. 작은 다리 근처에서 흰뺨검둥오리외
쇠오리들을 무더기로 발견. 우리는 미친듯이 그 녀석들의 모습을 사진기와 쌍안경 안에 담느라 정신을 잃었다. 그때 가장 가까이
보이는 몇몇 오리들이 자신의 깃털을 부리로 쪼아대는 것을 보고 의문이 들었다. 새들은 자신들의 몸에서 나오는 기름을 고루 퍼지게
하여 깃털이 물에 젖지 않도록 스스로 대비하며 자신의 몸에 붙어있는 기생충들을 처치한다는 것이다. 인간은 자신의 때를 감당하지
못해 무수히 많은 비누칠을 해대고 그 화학오염물질을 강에다 마구 버리고 있는데, 자연의 생명력 앞에 부끄러운 인간이여!! 인간이
세상의 주인이라는 것처럼 엄청난 착각이 있을까!! 자연을 유지하지도 보호하지도 못하고 끊임없이 빚지고 있으면서 그 사실조차 깨닫고
있지 못하는 인간이여!

그곳을 지나 꽤 오랜 시간을 걸어 내려왔다. 문명의 [바퀴]를 이용하지 않은 느린 [걸음]으로.
그리고 좀더 빨리 속도를 내기 위한 인간의 욕망을 생각했다. 그 서글픈 욕망 위로 날아가는 한 떼의 새들. 우리는 그들을 [사랑]한다고
쉽게 이야기한다. 사랑하기 때문에 그들의 세계로 들어간다고. 진정으로 사랑한다는 것. 자연의 세계는 위대한 만큼 두려운 곳이다.
그리고 그 위대한 존재에 대한 사랑에는 무거운 책임감이 따르는 것. 인간의 시각으로 그동안 자연을 [사랑]해 온 결과는 무엇이었을까.
함부로 그들의 세계를 [애용]한 결과는 무엇이었을까. 그들의 힘이 두렵게 느껴졌다. 소리 높여 외치지 않으면서, 소리 없이 우리에게
되돌아온 파괴의 결과가 어떠한가. 9월의 어느 날 오후, 안양천을 따라 걷는 길 위로 나는 지구를 생각했다. 조용히 날개짓하는
새들이 자연이고 나 또한 자연이다. 그들이 죽으면 내가 죽는다. 그리고 이 지구에서 나는 결코 중심이 아니다.!

집으로 돌아가는 전철 안. 많은 사람들과 그들이 만들어낸 기계음을 들으며 작은 실천을 생각했다.
지구라는 초록색 별이 그 빛을 잃어가지 않도록 하기 위한 길. 그리고 서울이라는 인조괴물 속에서 힘겹게 숨쉬던 새들을 생각했다.
원래 이곳의 주인은 우리가 아닐진대. 우리와 그들은 동등할진대. 그리고 하루가 저물었다. 하루가 가고 시간은 흘러가지만 실천하는
인간의 고귀함은 결코 녹슬지 않을 것이다. 어느 작가의 말처럼, 인생이 허무하면 허무할수록 그리고 세상이 무너지면 무너질수록
그것을 고귀하게 만들 줄 아는 인간의 위대함이여 !그리고 인간의 책임이여! 그 책임을 깨닫고 고민하고 반성하는 인간의 지성과
실천만이 지구 안에 남은 마지막 희망일 것이다. 그렇게 9월의 어느 날 오후의 [하호] 회원들, 작은 [안양천]에서 지구를 사고하다!

글/ ‘하호’ http://haho.kfem.or.kr
전가은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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