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회원이야기

어린이날 선물은 ‘자연’이 어때요?

첨부파일 열기첨부파일 닫기

▲섬진강변에 살아가는 쉬리-광양 금천계곡이라는 곳에서 발견한 우리나라 특산종인
쉬리

지난주 까지만 해도 제가 있는 지리산에는 꼬마손님들이 가득이었습니다. 등산을 하러 온 꼬마손님이냐구요?
히히… 간혹 어른들보다 더 왕성한 체력과 실력을 자랑하며 등산을 하는 꼬마손님들도 있지만, 등산을 목적으로 온 것은 아니구요.
바로 봄 소풍 때문에 지리산을 찾은 것이지요.

서울에서 태어나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 온통 도시에서만 살았던 전 봄 소풍! 하면 놀이동산에 가서
놀이기구나 타고 오던 그런 기억만 가지고 있는 서울 촌놈입니다. 그래서인지 이 손님들의 봄 소풍이 어찌나 부러운지요. 도시에서만
사는 분들께서는 도시아이와 시골아이들 사이에는 자연에 대한 생각과 감성이 정말 엄청난 차이가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뭐, 틀린
말은 아닐 테지만, 이곳으로 봄 소풍을 오는 시골아이들도 도시아이들과 별반 다를 것은 없습니다. 인터넷 게임 좋아하지요, 학원
다니느라 바쁘지요, 예전 어른들 클 때처럼 시골에서 자란다고 해서 학교 끝나면 산으로 들로 뛰어다니며 놀 수 있는 아이들은 많지
않답니다. 하지만 정말 다른 점이 있긴 있습니다. 그 이유 때문에 제가 그들의 봄 소풍이 부러운 이유이기도 합니다.

▲개망초 알지? 우리가 흔히 계란꽃이라고 부르는… 이 꽃으로 천연염색을
하면 은은한 노란빛이 나온단다!

요즘은 체험학습이다 뭐다 해서 박물관, 수목원 등을 많이 찾는 다지요? 그래서 도시 아이들은 체험학습일(토요일)이
되면 멀리까지 버스를 타고 자연을 배우러 나갑니다. 그나마 그렇게라도 자연을 접할 수 있다는 건 참 다행한 일입니다. 그런데
제가 간혹 도시에서 온 아이들에게 자연해설을 할 경우가 있는데요, 이 녀석들은 자연을 느끼는 게 아니라 말 그대로 배우러 온
아이들입니다. 다리 아프다고 칭얼거려서 땅에 앉으라고 하면 땅이 더럽다고 쪼그려 앉기 일쑤죠, 목마르다 해서 깨끗한 계곡물을
마시라고 하면 정수기 물이 아니라서 안된다나요? 해설 중에 곤충이나 개구리를 만나면 소리를 지르며 멀리 도망가는 게 일인 아이들입니다.
이 아이들에게 있어서 자연은 무서움의 대상일 뿐입니다.

그러나 시골 아이들, 지리산에 소풍 오는
꼬마손님들을 살펴볼까요?

제가 앉으라고 말하기 전에 바지에 흙이 묻든 말든 상관없이 땅에 앉기도 하구요, 계곡물을 마시라고
하면 너도 나도 작은 손을 모아 입안 가득 물을 시원스레 마신답니다.

곤충이나 개구리는 서로 자길 달라며 저요!
저요!를 외치는 이 아이들에게는 자연이 놀이터이며, 느낌의 대상입니다.

시골아이들은 매일 보는 것이 초록빛 나무, 노랗고 빨간 지천에 널린 야생화입니다. 그래서 도시아이들만큼
자연에 대한 호기심은 덜한 게 사실입니다. 신기할게 뭐 있겠어요? 바로 집 뒤가 지리산이라 흔히 보는 것이니까요. 하지만 이
아이들이 어른이 되면 분명히 도시아이들과 다를 것입니다. 지금 우리의 부모세대들이 “나 어릴 적엔 소 몰고 언덕에 올라 풀피리
불며…”라며 어린 시절을 추억하듯 아마 이 아이들도 “뒷산에 오르면 이름은 몰라도 노란 빨간 꽃들이 지천이었지…”라며
회상하는 날이 분명 있을 것입니다. 산에서 다람쥐를 보지 못하고 동물원, 혹은 책이나 TV 등으로만 접하는 도시아이들, 많은
야생화를 보려면 일부러 화분에 심어놓은 온실이나 수목원 등을 찾아야지만 볼 수 있는 도시아이들과는 사뭇 다른 유년의 추억을 갖게
될테지요.

▲오대산에서 열린 체험환경교육 ⓒ환경교육센터

5월 5일은 어린이날입니다!
지금 우리 아이의 눈을 한번 보세요.
그들의 눈 속에 자연이 비치는 지를요.

장난감 선물하나, 맛있는 외식이 있는 어린이날이 중요한 게 아닙니다. 항상 우리의 미래세대라고
부르는 아이들의 눈 속에 자연이 그려지고 있는지 그들의 앞날에 행복한 자연의 추억이 담긴 유년의 기억을 물려줄 수 있는지 생각해야할
때입니다. 비록 지리산이 뒷산인 시골의 꼬마손님들과 같은 추억은 남겨주지 못하겠지만, 우리 도시 아이들에게도 자연을 배우는 것이
아닌 느낄 수 있도록 주변 곳곳에 자연의 손길을 만들어 주었으면 합니다.
자, 오늘은 우리 아이의 손을 잡고 자연으로 나가 온몸으로 자연을 느껴보는 건 어떨까요? 자연에 나가는 것만으로도 아이들에겐
훌륭한 어린이날 선물이 될 수도 있을 테니까요.

글, 사진/ 자연해설가 윤희중

admin

(X) 회원이야기의 최신글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