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회원이야기

“편히 쉬었다 가려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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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불꼬불 작은 물길이 감돌아 흐르는 강서습지생태공원 ⓒ 마용운

너무나 기다려온 철새를 만나러 가는 날. 한강에 머무는 녀석들을 만나러 가지만 의외로 긴 시간이 걸린다. 지하철을 타고 5호선
종착역인 방화역에서 20분 이상을 줄 곧 걸어 우리가 도착 한 곳은 강서 습지 생태 공원. 공원의 특성상 개발의 손길이 거의
느껴지지 않아 다른 한강 공원과는 크게 다른 자연스러운 모습 이다. 인공적인 콘크리트 벽 대신에 꼬불꼬불 작은 물길을 만들어
놓았는데, 이 습지를 조성하기 위해 적잖은 토목 공사를 한 노력이 돋보여 흐뭇했다.

이곳에는 몇 군데의 철새 조망대가 있는데, 천장 없는 움막 안에는 이곳에서 관찰 할 수 있는
새를 묘사(그림, 설명)해 놓은 것과 새들에게 보내는 아이들의 앙증맞은 편지들로 꾸며져 있다. 그러던 중 새를 만나기 위한 주의사항
앞에서 알록달록한 나의 옷 색깔이 부끄러워졌다. 새는 삼원색을 쉽게 구별하므로 녀석들을 지켜보려면 가능하면 눈에 띄지 않아야
하기 때문이다.
새들은 육안으로도 관찰 할 수 있었지만 망원경으로 이들의 선명한 빛깔과 생생한 움직임까지 모두 관찰 할 수 있었다. 물 속에
뭐 맛있는 것을 감추어 놓았는지 꼬리를 하늘 위로 바짝 쳐들고 물 속으로 연신 부리를 잠그는 녀석들이 마냥 재미있었다.

강바람을 맞아 추우니 더 일찍 시장기가 느껴지는 듯 했다. 아직 12시 전이라 조금 걱정이 됐는데
머잖아 다들 점심을 먹자고 하여 다행이었다. 준비물을 꼼꼼히 보지 못하여 도시락이 없었지만 모두들 나누어 드셔서 여러 가지 음식들로
든든하게 배를 채울 수 있었다. 지각도 하고 밥도 없어 죄송한 마음에 다음부터 제대로 준비해야겠다는 생각이 자꾸 들었다.

▲망원경을 통해 바라본 한강변의 겨울철새들 ⓒ 고은미

점심식사를 마친 뒤 우리는 운 좋게 황조롱이의 정지비행을 가까이서 볼 수 있었다. 마치 사진을
찍어 달라는 듯이 우리 위에서 훌륭한 자세를 오랫동안 보여주어 고마웠다. 이 새는 매의 종류 중 몸집이 작고 정지비행을 하는
몇 안 되는 동물 중 하나라고 한다. 우리가 이 날 본 새는 청둥오리, 흰뺨검둥오리, 고방오리, 쇠오리, 황오리, 흰죽지, 댕기흰죽지,
쇠기러기 등이었다. 이 중 흰죽지와 같은 잠수성 오리는 물 속으로 들어가 10초 정도 잠수를 하여 물고기 사냥을 하는데 그 때문에
깊은 물에서만 볼 수 있다고 한다.

새들은 작은 소리에도 민감해서 생각 외로 이들과 만나는 일은 어려웠다. 가까이에 있다고 좋아하다가는
날아가 버리기 십상이다. 서울에서 철새를 만나기란 무척 힘들다. 한강은 온통 시끄러운 인간들과 더러운 물 그리고 딱딱한 콘크리트
제방뿐이다. 그런 서울에서 철새의 생명을 느꼈다는 것에 무척이나 행복하다. 새들이 이곳에 머무는 동안 편안히 쉬어서 힘을 얻고
다시 떠나기를 바란다.
처음에는 준비물에 적혀 있는 조류도감 조차 낯설었지만 나는 벌써 여기 있는 새들을 알아보는 법을 배우고 이들에 관한 많은 이야기를
들었다. 겨우 한 번의 나들이로 새들에 대한 마음이 훌쩍 커버렸다. 이런 멋진 기회를 흔쾌히 나누어준 하호 가족들께 감사드리고
앞으로 많은 좋은 일들 함께 하기를 바란다.

글/ ‘하호’ http://haho.kfem.or.kr 장슬아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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