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척박한 도심 속 자연생태공원을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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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으로 올라갔던 아침 기온이 목요일과 금요일을 지나면서 점점 영하로 떨어지더니 탐조 당일인 토요일 아침에는 싸라기눈마저
내리고 있었다. 몸도 마음도 바쁜 직장인이 날도 추운 토요일 아침 따뜻한 이부자리를 떨치고 일어나기란 하늘의 별 따기만큼은
아니어도 따뜻한 엄마 등에 업혀 곤히 잠든 어린 아가를 깨우는 것만큼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결연한 의지로 주섬주섬 옷을
챙겨 입은 나는 어느새 약속 장소로 향하고 있었다.

▲ 여의도 샛강생태공원 ⓒ 마용운

여의도 샛강생태공원은 시멘트와 아스팔트로 뒤덮인 번잡한 도심에 숨어있는 녹지 공간이자 도시의 비둘기와
겨울철새들이 쉬어갈 수 있는 안식처였다. 흔히 보는 공원들과는 달리 인위적인 조경이나 사람들을 위한 관리가 이루어지지 않아 조금은
정리되지 않은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으나, 사람의 손길을 타지 않았기 때문에 오히려 동식물들이 마음껏 머물다 갈 수 있는 공간이
되는 것 같았다. 그리고 사람들이 놀다가는 공원이라기보다는 관찰로와 안내판 등을 이용한 자연학습장의 역할에 좀 더 비중을 두고
조성된 곳이다. 공원내의 생태에 대한 주기적인 조사를 바탕으로 안내문을 좀더 마련하고 동물의 서식환경을 보호, 개선하여 일반
시민들이 좀더 쉽게 동식물을 관찰할 수 있도록 배려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었다.

▲ 여의도 샛강생태공원 ⓒ 마용운

모든 동물이 그렇지만 특히 새를 관찰하려면 인내심이 많이 필요하다. 새에게 위협을 주지 않도록
멀리서 조용히 그리고 가만히 관찰해야 한다. 샛강을 찾은 날은 춥기도 추웠지만 바람이 무척 거세서 어떤 때는 쌍안경을 들고 가만히
서있는 것조차 힘들었고, 손이며 발이며 얼굴까지 무척 시렸지만 모두들 보물상자를 여는 마음으로 새의 모습과 움직임을 관찰했다.
그리고 반대로 생각해보면, 이렇게 바람부는 날 종일 밖에서 살고있는 철새들이 이런 추위를 잘 견디고 있다는 것이 무척 신기했다.

▲ 샛강생태공원에서 겨울을 나고 있는 쇠오리 ⓒ 이병우

보통 철새들은 멀리서라도 사람이 나타나면 매우 경계하여 이내 자리를 옮기거나 아예 멀리 날아가버리곤
하지만, 여의도 샛강생태공원에서는 비록 적은 숫자라도 비교적 가까이에서 쌍안경으로 새들의 모습을 자세히 관찰할 수 있었다. 우리
일행이 여의못 위에 있는 관찰대로 들어가던 때 마침 불과 10여 미터 앞으로 흰뺨검둥오리가 날아와 연못 가장자리에 앉았다. 흰뺨검둥오리
부리 끝에 있는 노란 점이 확연히 보였고, 연못의 다른 한쪽에 숨어있는 쇠오리의 노란 팬티(엉덩이 부분이 노랗기 때문에 노란색
팬티를 입은 것 같다)도 선명하게 보였다. 멀리서 망원경으로 수십 마리의 철새를 보는 것보다 가까이에서 자세히 한두 마리를 관찰하는
것이 더욱 흥미롭고 생동감 있었으며, 막연하게 철새 한 무리가 아닌 흰뺨검둥오리 한 마리, 쇠오리 한 마리, 이렇게 한 생명
한 생명에게 애정이 생기는 것 같았다. 연못 가운데에 얼굴을 내민 바위 위에서는 알락할미새가 부지런히 몸을 놀리고 있었고, 그밖에도
공원 내에는 논병아리, 까치, 직박구리, 멧비둘기도 보였다.

▲ 샛강 하늘을 날고 있는 흰뺨검둥오리 ⓒ 이병우

여의도 샛강생태공원은 겨울에는 관찰로를 따라 걸으며 고즈넉한 산책을 즐길 수 있고, 봄과 가을에는
늘어진 버드나무가지 사이로 여유로움을 느낄 수 있다. 특히 서울교 쪽에서 샛강을 따라 공원쪽으로 들어오는 길 왼쪽에는 갈대가
숲을 이루고 있어서 한겨울 건조한 날씨에 잘 마른 갈대가 바람에 서로 부딪혀 ‘쏴~아’ 하는 소리를 내며 흔들리고 있었는데,
그 소리가 영화 ‘봄날은 간다’에서 남자주인공이 갈대소리를 녹음하는 마지막 장면을 떠올리게 했다. 샛강을 따라 걷다가 발견한
쇠오리 한 마리의 죽음을 추모하며 탐조활동을 마쳤다.

▲ 갈대가 무성하게 자란 샛강 ⓒ 이병우

글 : ‘하호’ http://haho.kfem.or.kr 박민영 회원
사진 : ‘하호’ 회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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