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회원이야기

서울의 높은 빌딩과 아파트 가운데서 살고 있는 수많은 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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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19일에 하호 회원들과 함께 여의도 근처의 밤섬으로 탐조 가는 일정을 잡았다. 요 며칠 날씨가 조금씩은 따뜻해지나
싶었는데, 우리가 탐조를 가기로 한 날은 영하 9도를 기록한 날이었다. 추운 날씨에 대비해 나름대로 옷을 두툼하게 입기는
했지만, 얼마나 추울까 하는 걱정을 하며 집을 나섰다. 지하철 6호선 광흥창역에서 회원들과 만난 다음 서강대교를 향해 걷기
시작했다.

▲높은 빌딩과 아파트 사이에 있는 밤섬 ⓒ 마용운
망원경으로 바라본 밤섬과 오리들 ⓒ 고은미

서강대교 위에서 내려다 본 서울의 풍경은 강변의 높은 건물이나 한강고수부지에서 바라보던 모습과는
매우 달랐다. 한강 한 가운데의 높은 지점에서 앞이 탁 트인 시야가 들어오자 무엇보다 전망이 매우 뛰어나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기저기 모여있는 새들의 모습도 눈에 들어왔다.

낮의 햇빛이 강물에 반사되어 반짝거리는 가운데 새들이 한가로이 움직이고 날아오르는 모습은 매우
낯설어 보였다. 왼쪽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리면 그 곳엔 서울의 높은 빌딩과 아파트들이 가득 차있는데, 그 가운데를 흐르고 있는
한강에는 두 어깨에 날개를 가지고 있는 새들이 매우 낮은 수면 높이에서 헤엄치고 있고, 그들이 날아오르면 빌딩과 아파트보다 훨씬
높이 날아 올라, 마치 세 가지의 높이로 모든 것이 움직이는 듯 느껴졌다.

서울에 살고 있지만 이전에는 눈여겨보지 못했던 것들이 많다는 생각을 하면서 우린 보다 자세한 관찰을
위해 밤섬 쪽을 향해 쌍안경과 망원경을 들었다. 새들은 무리를 형성하며 군데군데 모여있었다. 부리 모양과 색깔 등의 특징을 파악하고
조류도감을 대조하면서 어떤 새와 일치하는지 찾아보았다. 이번이 두 번째 탐조라 여전히 초보자인 나에게는 새들의 명칭을 확인하는데
하호 회원들의 설명이 큰 도움이 되었다.

밤섬의 북쪽에서 우린 흰뺨검둥오리, 청둥오리, 비오리, 흰죽지, 고방오리, 왜가리를 관찰할 수
있었다. 그 중에서 청둥오리가 약 130 마리로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하고 있었다. 무엇보다 기뻤던 것은 나도 이제는 청둥오리와
흰뺨검둥오리의 차이 정도는 구별할 수 있게 된 것이었다. 조류도감에는 수없이 많은 종류의 새들이 나와 있어서, 그 새들을 대체
어떻게 구분할 수 있을까 하는 막막함이 있었던 나에게, 새 한 종류씩 보다보면, 주변에서 대체적으로 자주 볼 수 있는 새들은
곧 구분할 수 있겠구나 하는 자신감도 들었다.

서강대교에서 여의도 한강시민공원 쪽으로 다시 걷기 시작했다. 옷은 따뜻하게 입은 편이라 견딜만한데,
바람이 지나갈 때면 얼굴이 특히 추웠다. 목도리로 얼굴 부위를 가리고 두툼한 장갑을 낀다면 탐조에 큰 무리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의도에서 바라본 밤섬과 한강 ⓒ 이병우
▲서강대교 위에서 밤섬 인근의 겨울철새를 관찰하는 하호 회원들 ⓒ 이병우

한강시민공원에 위치한 조류 탐조대에 도착했다. LG상록재단에서 이 곳에 시민들의 탐조를 위한 망원경을
설치해 놓았으며, 무료로 이용할 수가 있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자원봉사자 들이 따뜻하게 맞아 주셨다. 그 곳의 망원경을 통해
밤섬 남쪽을 관찰하니, 맨 눈으로는 보이지 않는 많은 새들을 볼 수가 있었다. 이 곳에서는 고방오리가 500마리 이상 관찰되었고,
민물가마우지와 넓적부리의 모습도 볼 수 있었다. 흰죽지의 경우 매우 가까이에서 볼 수 있었는데, 머리의 붉은 빛깔이 태양 아래
선명하게 보여 더욱 아름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침에는 큰고니 한 무리가 이곳을 지나서 날아갔다는 자원봉사자의 설명을 들으며, 한강변에서 이렇게
다양한 새들을 볼 수 있다는 것이 새롭게 느껴졌다. 우린 한강 좌우측의 건물과 아파트 속에서 살고 있고, 새들은 그 가운데를
흐르는 강 위에서 살고 있었다. 강북, 강남, 강 위라는 위치는 달라도, 우린 같은 서울에서 거주하고 있는 셈이다.

우리가 하고 있는 이번 조사의 가치가 많은 사람에게 공감을 얻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우린
그 날의 탐조를 마쳤다.

글/ ‘하호’ http://haho.kfem.or.kr 고은미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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