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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대 윤호섭 교수님과의 아주 특별한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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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인상이란 무서운 것이다. 뚜렷한 이유 없이 그저 ‘느낌’으로 결정되곤 하는 그것은 나중에
그 사람을 알게 된 뒤에도 꼬리표처럼 따라다닌다. 우리가 내리는 많은 판단이 그런 근거 없는 첫인상에 기초해있다는 사실은 생각해보면
무서운 일이다. 윤호섭 교수와의 만남은 내게 첫인상의 막대한 힘과, 그것이 부서지는 무서운 충격을 가르쳐준 시간이었다.

▲연세대학교 사회학부 2학년 정현윤 자원활동가

지난 월요일, 환경연합 평간사 활동가들을 대상으로 한 윤호섭 교수님의 특강에 자원 활동가 자격으로
참관하기 이전에도, 나는 그를 간접적으로 알고 있었다. 환경연합에서 인턴을 한 첫날, 나는 그분이 디자인했다는 ‘자연아, 미안해’
포스터를 붙이러 하루 종일 돌아다녀야 했고, 그 분이 디자인한 친환경 달력을 선물 받은 적도 있었다.
그러나 그 때 받았던 첫인상은, 차라리 반감에 가까웠다. 몇 장 되지도 않는 포스터를 붙이기 위해 시린 손을 비벼가며 7호선
전역을 돌아다니면서, 나는 이걸 본다고 사람들이 과연 자연에게 미안해 할 것인가, 미안해한다고 달라지는 게 있을까 의심스러웠고,
달력을 받았을 때도 친환경달력을 만드는 것 자체가 자원 낭비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할 정도였다.

포스터와의 첫인상에 일격을 가한 것은, 부끄럽지만 근거 없는 상상을 불러일으키는 또 다른 첫인상–외모였다.
민무늬 흰 티셔츠에 캡 모자를 쓴 소박한 차림이었지만 형형한 눈빛에 은발의 수염을 짧게 기른 모습은 뭔가 세월을 초월한 젊음을
담고 있었고, 부정적인 생각들만 잔뜩 하고 있던 내게도 어렴풋이 ‘이 분, 범상치 않구나.’하는 느낌이 와 닿았다. 나는 그런
느낌을 가지고 자리에 앉았고, 짧은 자기소개 후 미리 준비한 파워포인트를 바탕으로 특강이 시작됐다.

▲딱딱한 대지(91cm*65cm)위에 붙어있는
껌. 가급적 버리지 않고 재활용한 작품들로 윤호섭 교수님 연구실은 발 디딜 틈이 없다.

그분의 발표 방식도 기존에 접한 것들과는 달리 뭔가 독특했다. 그 분의 작품이나 여러 활동을 하며
찍은 사진들만으로 구성되어 있었고 제목에만 최소한으로 등장하는 활자들도 영상의 일부였다. 나중에 알게 됐지만 활자를 유난히 싫어한다고
했다. 발표는 그 분이 사진을 보며 자신의 활동과 그 의미에 관한 기억들을 더듬어 이야기해주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홀린 듯이 내 눈 속의 영상과 내 귓속의 이야기에 빨려 들어가는 특강을 듣고 나서, 처음에 내가 받았던 첫인상이 그토록 굴절되어
있었던 것은, 어쩌면 이미지(image)에 대한 편견 때문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나는 현실과 나를 괴리시키면서 눈앞의
평면적인 이미지에만 몰두하게 하는 화려한 현대문명에 지쳐있었고, 결국 내 눈을 끄는 모든 것들을 적으로 간주해버렸던 것이다.
모든 것에 눈감아버린 내가 정작 내 자신이 만들어낸 첫인상이라는 이미지에 갇혀있었던 것은 참으로 대단한 아이러니가 아닌가.

▲윤호섭 교수님의 다양한 작품과 환경메시지를
볼 수 있는
그린캔버스 홈페이지(http://www.greencanvas.com)

사진을 통해 윤호섭 교수님의 작품들을 보면서 그 놀라운 압축력에 소름이 돋기도 했지만, 한편으로
‘이 분이 만들어내는 이미지는 참 인간적이구나.’하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그런 생각이 가능했던 것은, 눈길을 끄는 이미지에
함몰되지 않고 자신의 뜻을 전하기 위해 발버둥치는 윤호섭이라는 한 인간의 ‘이야기’가 이미지 밖으로 불쑥 솟아있었기 때문이었다.

기술의 고도화와 그에 따른 이미지의 과잉, 소비의 가속화라는 현대문명의 슬픈 현실은 환경운동의 미래를 어둡게 하고 있다. 머리
위를 덮은 검은 하늘만 보면 ‘한 사람 한 사람이 중요합니다.’라는 윤호섭 교수님의 외침은 요원하게만 들린다. 그러나 그의 활동, 그의
삶은 거대한 꿈을 꾸지 않아도, 아이 손만한 작은 힘으로도 희망을 그릴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지구를 구하는 것. 그건 슈퍼맨만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우리는 배웠다. 그러나 이제는 그 슈퍼맨이
우리 자신이라는 사실을 깨달을 때도 되지 않았는가.

글/ 연세대학교 사회학부 2학년 정현윤 자원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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