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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조기]”하늘의 주인은 새가 아닌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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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턴가 도시에서 참새와 비둘기 이외의 새를 보는 것은 어려운 일이 되었다. 옛날에는
흔하게 봤던 참새마저도 요즘은 드물게 보이곤 한다. 그나마 사람들이 88올림픽 이후 대책 없이 풀어놓은 비둘기가 엉망이 된 몰골로
여기저기 눈에 띌 뿐이다.

하늘의 주인이 새인 것이 정상이다. 그런데 요즘 도시에서는 새가 아닌 고층빌딩, 매연, 비행기
등이 하늘을 차지해 버렸다. 즉, 새들은 인간에 의해 쫓겨난 것이다.

새를 보기 위해서 도시를 벗어나 한적한 시골로 가야 한다는 사실은 부끄러운 일이다. 또 새들에게
미안한 일이기도 하다. 아마도 탐조여행을 떠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런 미안함과 부끄러움을 조금씩은 마음속에 품고 있을 것이다.

ⓒ이병우

이번에 우리가 찾아간 곳은 파주였다. 새들로서는 어렵게 찾은 휴식처인 파주 지역에 다시금 인간의
손길이 뻗치는 것을 그들이 좋아할 리가 없었다. 때문에 우리는 새들이 놀라지 않게 먼발치서 바라보는 것으로 만족하면서 미안한
마음을 전해야 했다.

파주에서 제일 먼저 만난 것은 기러기떼였다. 정말 듣던 대로 기러기는 시옷자를 그리면서 날아가고
있었다. 하늘은 가득 채운 시옷자 무리는 곧 임진강 하류의 강가에 내려앉았다.

깊이 50cm 정도의 자박자박한 물가를 좋아한다던 어느 책의 내용처럼 기러기들은 얕은 물가에서
자리를 잡았다. 신기하게도 햇볕을 정면으로 바라보며 한쪽 다리만으로 몸을 지탱한 채 휴식을 취했다. 체온이 떨어지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었다.

망원경을 이용해 좀 더 자세한 관찰을 시도했다. 그 결과 무리 속에는 기러기들만이 잇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았다. 흰뺨검둥오리, 황오리들도 드물지 않게 섞여 있었다. 오리들이 걸어 다니는 모습, 헤엄을 치는 모습, 엉덩이를
흔드는 모습을 보고 함께 간 사람들 모두 귀여워했다.

▲임진강 하구 갯벌에서 개리, 큰기러기, 청둥오리, 황오리, 흰뺨검둥오리 등을
관찰했다. ⓒ이병우

하늘에서는 독수리 두 마리가 둥글게 원을 그리면서 날고 있었다. 독수리들은 난다기보다 그냥 바람을
타고 있는 것 같이 보였다. 날개를 거의 퍼덕이지 않은 채로 미끄러지듯이 움직였기 때문이다.

새들은 강가뿐만 아니라 추수가 끝난 논 위에서도 휴식을 취한다. 우리는 두 번째 관찰 장소로 새들이
모여 있음직한 논을 찾아 다녔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드넓은 논밭 어디에서도 새들을 볼 수가 없었다. 아마도 사람들의 발길이 잦다는
점이나 자동차들이 내뿜는 매연과 소음이 싫어서 보다 한적한 민통선 안쪽으로 옮겨 간 듯 했다.

새들이 모여 있는 논을 찾아다니던 중, 작은 하천에서 청둥오리 무리를 발견했다. 생각보다 비교적
가까운 거리였는데도 오리들은 날아가지 않았다. 망원경을 통해 확대해서 보니 청둥오리의 앙증맞은 얼굴표정이 너무나 인상적이었다.
청둥오리수컷의 엉덩이 부분에 두 개의 꼬부라진 깃털이 나 있다는 것도 발견했다.

새무리를 찾아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다가 민통선 가까운 논에서 기러기 무리가 휴식을 취하고 있는 모습을
발견했다. 우리는 새들이 놀라서 날아 갈까봐 쉽게 접근하지 못하고 근처 식당에 차를 주차하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기러기 무리
중 일부가 하늘로 날아오르는 것이었다. 덕분에 머리위로 수백은 족히 넘어 보이는 기러기 떼가 지나가는 장관을 볼 수 있었다.
너무 감동적인 장면이어서 사진을 찍는 것도 잊어버린 채 하늘을 바라보았다.

기러기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는 곳에 접근하고 싶었는데 마땅히 자리를 잡을 만한 장소가 눈에 띄지
않았다. 그러다가 우연히 큰 굴을 발견하였다. 그리고 그 굴 안의 그늘 속에서 기러기들의 눈에 보이지 않게 자리를 잡았다.

기러기들을 자세히 볼 수 있었다. 망원경을 통해서 보니 쇠기러기였다. 부리에서 머리로 이어지는
부분에 선명한 하얀 선이 그것을 말해주고 있었다. 기러기들에게 좀 더 가까이 다가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행여나 기러기들이
놀라 달아날까봐 아쉬움을 뒤로하고 서울로 발길을 돌렸다.

여행 중에 느낀 것은 새들을 만나는 데에서 느낀 즐거움만은 아니었다. 철새들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점, 그리고 정부당국의 무관심 속에 새들의 서식지가 점점 줄어든다는 점, 그리고 공해와 스트레스로 인해 새들의 출산율이 떨어지고
있다는 점 등을 알고 마음이 많이 불편했다. 사람들이 자신들의 구미에 맞게 강바닥을 파내고 하천 주변을 정비하는 것이 새들에게는
많은 피해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전에는 잘 모르고 있었던 것이 부끄러웠다.

그리고 도로에서 청설모의 시체를 발견하여 묻어주었던 일도 가슴이 아팠다. 청설모는 차에 치인 것이
아니라 독극물을 먹고 죽은 것으로 보였다. 외상이 거의 없고 입에서 피를 토한 채 죽어 있었기 때문이다. 청설모를 길가에 묻어
주면서 우리 모두 슬퍼했다.

그 날따라 날씨가 많이 추웠다. 그래서 인지 돌아오는 차안에서 모두들 지쳐 있었다. 집에 돌아가면
감기에 걸릴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는데 영락없이 감기에 걸렸다. 그렇지만 감기에 걸린 것이 하나도 속상하지 않은 뜻 깊은 탐조여행이었다.

▲하호회원들과 함께 ⓒ이병우

집에 와서는 동생과 부모님에게 오늘 본 새들에 관해 입술이 부르트도록 자랑을 했다. 저녁을 먹으면서
쉴 새 없이 떠들어대는 통에 꾸중을 듣기도 했다. 그렇지만 가족들 모두 부러워했다. 동생에게도 나중에 함께 가자고 약속했다.
올 겨울이 지나기 전에 꼭 가족이나 친구들과 함께 다시 한 번 탐조여행을 가보아야겠다.

글/ 야생동물 보호와 동물복지 증진을 위한 회원모임 ‘하호’ 김희나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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