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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가기]경남 창녕 우포를 다녀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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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이란 것은 그저 평범하기 그지 없는 일들의 나열이다. 집, 회사, 친구, 운동 등의
몇 가지 일을 나열하고, 그것을 이리 저리 줄을 그어가면서 맞춰보면 어떤 날이던 그 중 하나의 경우의 수에 들어가게 마련이다.
짜맞춰진 일상을 탈출하는 기쁨이란 나에겐 여행이나 등산이다. 특히 자연 속에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계획을 세울 때 그것이 진정한
탈출이라고 생각이 되면서, 더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게 된다. 자연 속에서의 휴식이라는 것이 이렇게 보면, 사실 도시 생활의 연장선에 있는 셈이다. 일상의 요소에 ‘자연’이라는 칸을 하나 늘려서 줄을 그을 수 있는 곳이 하나 더 늘어나는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그것은 매우 기쁜 경우의 수로 자리잡지만 말이다.

자연이라는 것이 이렇게 삶에 끼워 넣어야할 기쁜 요소로 자리잡고 있을 뿐, 나의 관점을 떠난 그
진정한 의미를 생각하게 되지 않는다. 정신없이 살고 있는 나 같은 사람들에게 그 이상을 기대한다는 것이 쉽지 않은 것은 어떻게
보면 당연한 것이 아닐까. 그런데 남들과 다를바 없는 평범한 내 시각에 변화가 생겼다. 사실 그다지 큰 결심을 한 것도 아니었는데,
갑자기 생각의 반대쪽이 그 모습을 드러내며, 머리속이 한 바퀴 회전을 하는 느낌이었다. 머리 속 어딘가에선 알고 있지만, 굳이
관심을 기울이지 않아 보이지 않던 것. 우포를 둘러 보면서 생긴 변화였다.

▲범람을 우려한 제방공사가 여기저기서 진행되고 있었다. ⓒ이병우

‘하호'(야생동물 보호와 동물 복지 증진을 위한 환경연합 회원 모임)의 새내기 회원으로, 환경이나
동물에 대해 막연한 관심만을 가지고 있는 나에게, 2박3일의 시간을 내어 우포늪 탐사에 참여한다는 것이 솔직히 쉬운 결정만은
아니었다. 그러나 새로운 것에 참여 한다는 도전하는 마음으로 나는 어려운 첫발을 조심스럽게 또 한편 대담하게 내딛어 보았다.

▲아름다운 우포늪 풍경 ⓒ이병우

우포, 서울에서 차로 네 시간은 달려야 갈 수 있는, 이름이 조금 알려졌다면 알려진 곳이다.
경남 창녕군 유어면, 이방면, 대합면, 대지면에 걸쳐서 위치하고 있고, 우포늪, 목포늪,
사지포늪, 쪽지늪의 총 4개의 늪으로 나누어지는데, 네 개의 늪을 통틀어 우포늪이라고 부른다. 또한 우포에 물이 가득찬 면적은
서울의 여의도와 비슷하다. 현재 ‘자연생태계보전지역’으로 지정되어 있고, ‘람사협약(Ramsar Convention : 물새
서식처로서 국제적으로 중요한 특히 습지보호에 관한 국제적 협약)’에 등록되어 보호되고 있다.

우포늪이 만들어진 시기에 대해서는 두 가지 의견이 있는데,
첫번째는 약 1억 4천만년 전에 만들어 졌다고 추측하는 것으로, 1억 1천~2천만년 전에 살았던 공룡의 발자국 화석과 빗방울
무늬 화석, 곤충 화석이 발견되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우포늪이 태고의 신비를 간직하고 있다고 이야기되고 있다. 두번째는
약 6,000년 전에 빙하가 녹으면서 우포늪이 낙동강과 더불어 생성되었다는 의견이다.

우포와 같은 습지가 중요한 이유 중의 하나는 그 역할 때문이다.
습지는 물을 공급하고, 홍수를 막아주며, 바닷물이 육지로 흘러 들어오는 것을 방지하고, 늪으로 들어오는 물을 깨끗하게 걸러주는
‘지구의 신장’ 기능을 한다. 또한 온난화 방지, 식량 공급, 생물들의 보금자리 역할, 교육을 위한 장소로서 다양한 기능을 제공한다.
(자료 : ‘우포늪’ 창녕군, 창녕환경운동연합 발행, 2002)

만일 이와 같은 내용들을 글로만 읽거나, 아니면 나 혼자서 우포를 방문했더라면 그 곳은 나에게
지금과 같은 특별한 느낌을 주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 나에게 있어 이 내용들은 한 글자 한 글자가 자연의 색깔로 파릇파릇하게
살아나면서 생생한 기억을 전달해 준다.

▲왜가리가 다른 곳보다 월등하게 많았다. ⓒ이병우
▲가시연꽃 위의 참개구리 ⓒ이병우

“저기 저기! 왜가리가 날아가. 저기에 흰뺨검둥오리 식구다! 새끼가 아홉마리는 되겠는데?”
하면서 즐겁게 외치는 하호 회원들로부터 동물들의 이름을 듣고, 또 눈으로 평범하지만 아름다운 모습들을 보면서, 나에게 풍경 속에
포함되어 특별한 감흥을 주지 못했던 동물들은 어느새 입체감있게 튀어나와 그 귀한 생명으로서 내 앞에 서 있었다. 회원들의 동물을
사랑하는 마음이 자꾸 내게 전염되어 내 마음도 따뜻하게 젖어드는 것만 같았다.

동네에서 강아지만 보면 잠시 발길을 멈추고 인사하던 나였지만, 이제 하늘을 나는 참새도 풀속의
개구리도 반가움과 정겨움의 대상에 포함이 될 것만 같다. 동물뿐만이 아니라 식물들도 자세히 관찰하면서, 이름도 낮설었던 가시연,
노랑어리연, 마름 같은 식물이 거리의 작은 풀이라도 조금 더 관심을 갖고 보게 하는 새로운 눈을 갖게 해 주었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고, 사람끼리 부대끼며 살아야 한다지만, 조금만 눈을 돌리면, 사람만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우리는 알 수 있다. 수많은 능력을 지닌 인간이지만, 내가 아름다운 자연의 모습에 해 줘야하는 일은 정작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자연을 즐기고, 소비하는 대상으로서가 아니라, 조금은 떨어져서 존중해줘야 할 대상으로
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의 영향이 거의 미치지 않고, 말소리 내기가 미안할 정도로 자연의 소리가 조용히 울리는 곳.
새들의 소리 하나하나가 분명히 울려퍼지고, 개구리들의 합창이 제 목소리를 내는 곳. 초록색이 수없이 많은 빛깔로 다양한 표정을
짓고, 푸르름이 부담스럽지 않게 본래의 모습을 보여주는 곳. 마음에 생태계라는 단어가 생각날때, 바로 연상이 되어 떠오르는 공간.
이러한 우포를 다녀오게 해준, 하호의 식구들에게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다. 또한 2박 3일간 생활하면서 하호 회원들이 보여준
자연에 대한 관심과 배려는 비록 아주 작은 것이라 할지라도, 나에겐 매우 의미있게 다가왔다.

이번 우포 방문은 막연하게만 느껴왔던 환경, 자연, 동물 등의 의미가 무엇인지 깨달을 수 있는
계기가 되었고, 자연 그대로의 가치와 그것을 위해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다양한 생각을 하고 느낄 수 있는 소중한 기회가 되었다.
나의 첫 발걸음이 이렇게 유쾌하고도 의미있게 느껴져서, 그 다음 발걸음도 더욱 용기를 내어 딛을 수 있을 것 같다. 이렇게 발걸음을
옮기다 보면 어느새 앞으로 걸어가고 있는 나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글/ 환경연합 회원 소모임 ‘하호’ 회원 고은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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