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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가기]아는 만큼만의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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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 매달 새만금 일대에서 열리는 새만금 시민생태조사단에 참가했다. 주말 1박 2일은 집에서
뒹굴 거리면서도 훌쩍 지나갈 수 있는 짧은 시간이지만, 직접 보고 듣고 만지면서 서울에서는 머리로 ‘생각’했던 것을 가슴으로
‘이해’할 수 있게 된 기회였다.

토요일 저녁 무렵 도착한 곳은 옥구염전. 전국에서 온 60여명의 조사단의 ‘접선’ 장소다.
얼마 전, 방조제 공사 후 문을 닫은 옥구염전을 도요물떼새를 위한 쉼터로 남겨두려던 꿈이 갑작스런 새우양식장 공사로 위기에 처했었다는
이야기를 들은 터라, 옛 소금창고에 흰 천을 걸고 본 영상 속에서 하얀 군무를 추는 도요새들의 모습은 한층 더 처연해 보였다.
달빛 아래 옛 염전 바닥을 자분자분 걸으면서, 이렇게 옛 방식 그대로 바닷물에서 소금을 만들어내는 염전이 하나둘 사라지는 것은
우리의 소금, 우리의 장맛, 나아가 우리의 음식문화가 사라지고 있는 모습이라는 말씀을 들었다. 한때는 금고같이 소중했을 소금창고가
활기를 잃고 덩그마니 서있는 그곳은 그렇게 자연 그리고 인간 모두가 속해있는 삶의 그물의 중요한 고리였던 것이다.

시민생태조사단은 물새, 저서생물, 문화, 영상, 식물팀으로 나뉘어 팀별로 조사를 떠나는데, 직접
갯벌을 보고 싶어 지원한 저서 생물팀은 계화도 ‘장금마을’ 앞 갯벌에서 조사를 시작했다. 드넓은 갯벌을 보고, 저서팀에 들어간다고
동네를 다 뒤져 겨우 준비해간 장화가 드디어 빛을 발하겠구나 싶었더니 웬걸, 보통 신발로도 걸을 수 있는 게 아닌가. 그만큼
갯벌은 벌써 많이 말라가고 있었다. 모래벌이었던 곳이 방조제 공사 이후 물살이 느려져 그 위로 퇴적이 진행되어 갯벌이 더 단단하게
말라버리고 생태계도 예전의 그 풍부함을 잃어가고 있는 것이다. 지역 살림에 톡톡한 보탬이 되었을 백합은 오히려 내륙의 만경,
동진강 쪽으로 이동해버렸고, 곳곳에서 한꺼번에 죽어버린 운모 조개의 썩은 퇴적층이 시커멓게 발견되기도 했다.
그렇지만 수천 년을 이어왔던 갯벌은 아직 죽지 않았다. 아니, 그렇게 죽을 수는 없는 일이었다. 작은 숨구멍 아래에는 게맛과
갯지렁이, 엽낭게가 곳곳에 살고 있었고 물이 좀 고인 곳이면 달걀 노른자 같은 민챙이알과 그 알을 먹는 비단고둥도 만날 수 있었다.
지금이라도 방조제를 허문다면 이 갯벌은 다시 새로운 모습으로 활기차게 숨쉴 준비가 되어있던 것이다.

그럼 그 문제의 방조제는 어떤 모습일까. 방조제에서 첫 눈에 들어온 것은 수많은 차들이었다. 처음에는
공사와 관련된 차들인가 생각했지만 놀랍게도 방조제 시멘트 바닥에 자리를 깔고 도시락을 먹고 구경을 하는 가족단위 관광객들의 차였다.
‘기념관’까지 지어둔 그곳은 이제 정말 관광지가 되어가고 있던 것이다. 강에서 바다로 이어지는 생태그물의 연결고리 역할을 하는
갯벌을 목 조르고 있는 방조제 위에 앉아 바다 경치를 즐기면서, 몸을 돌려 그 방조제 안쪽에서 말라죽어가는 생명들을 바라봐주지
않는 그 무심함에 마음이 아팠다.

오후에 갔던 동진강 하구에서는 큰 뒷부리도요, 청둥오리, 왜가리등과 갯민숭, 기수우렁 등이 살고
있었고, 동진강 장돌 마을 뒤 갯벌에서는 갯민숭과 민물도요, 학도요, 메추라기 도요, 청다리 도요, 왕눈물떼새를 만날 수 있었다.
사진으로만 보던 새들을 직접 본 것이 처음이라 각양각색의 통통한 새들이 어우러져 있는 모습이 신기해서 하루종일 바라봐도 지루하지
않을 것 같았다. 강둑에 앉아 오후 햇살이 갈대밭위로 조용히 내려앉는 것을 바라보며 문득 누군가에게 애원하고 싶었다. 이 모든
것, 그냥 이대로 살아가게 해주세요, 네?

“자연은 위대한 스승입니다. 자연을 알지 못하고
사랑하지 못하면 자연을 보호할 수 없습니다.”

새만금을 다녀온 뒤 며칠 후 잡지에서 읽은 한국을 방문한 생태 운동가 사티시 쿠마르의 말이다.
예전 같으면 그냥 읽고 지나갔을 당연하고 평범한 말. 하지만 순간, 열정 가득한 그 녹색 운동가의 사진에서 눈을 떼어 바람 부는
계화 갯벌에서 들은 이야기를 떠올렸다.
새나 지역 주민들은 바닷물이 들어올 때 갯벌의 생물들이 속속 진흙 밖으로 고개를 든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이 때를 기다려서 잡기
때문에 지나간 흔적을 남기지 않는데, 그런 이치를 모르는 관광객들은 조개를 잡는다며 갯벌 이곳저곳을 아무렇게나 파헤치기 때문에
그들이 지나간 자리는 황폐해져버린다는 이야기.
우습게도, 아는 만큼만 사랑할 수 있다는 ‘진부한’ 말을 이제서야 겨우 조금 이해하게 된 것 같다.

새만금을 알게 되는 좋은 기회인 새만금 시민생태조사는 다음 6월 5일과 6일 다시 열릴 예정이라고
한다.

글/ 국제연대국 자원활동모임 ‘그린허브’ 회장 김변원정
http://greenhub.kfem.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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