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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가기]제5차 지구시민사회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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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정치인들 중 유명한 연설가들은 그리 많지
않다. 그중 현재 우리와 동시대에 살고 있는 영국의 총리 토니블레어는 명연설가로 평가 받고 있다고 한다. 토니
블레어의 연설 실력은 지난해 이라크 참전을 논의하던 의회 연설에서 그 빛을 발하였고 화면을 통해 보여 지는
블레어의 모습은 똑부러지는 영국식 발음과 귀티 나는 옷차림, 의회의 장엄한 분위기로 BBC의 화면을 한층 더
럭셔리(?)하게 장식하였다.
이런 화면을 뒤로 하고 바로 걸프전 자료화면이 방송된다. 말 한마디로 전쟁을 좌지우지하는 사람들의 말쑥한 정장차림과
모래바람을 뒤집어 쓴 참전 군인들의 모습은 확연한 대조를 보이고 있었다.

이번 제5차 지구시민사회포럼의 회의장은 바로 토니블레어가 이라크
참전 연설문을 멋스러운 제스쳐로 장식한 의회와 별반 다르지 않다는 느낌을 받았다. 3월 27-28일 이틀간
제주도 서귀포에 있는 국제컨벤션센터에서 진행된 제5차 지구시민사회포럼은 물, 위생, 인간정주에 관한 의제로
지역별 시민사회의 회의 결과물 발표와 함께 전 세계 환경단체들의 질문에 대한 답변 형식으로 이루어졌으며
이곳에서 논의된 내용들이 정리되고 29일부터 개최되는 지구환경장관포럼에 제안되어 시민사회의 목소리를 정부
정책결정에 반영하고자 함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제주도에 도착하기 전, 지역별 회의 보고서를 읽고 어느 정도 예상하기는
하였지만 회의를 위한 회의가 되지 않을까 하는 의심은 차차 그 확연한 윤곽을 드러내었다. UNEP의 형식적인,
그리고 변명조의 답변들은 전 세계 NGO 활동가에게 비난의 대상이 되고 만 것이다.


요닌 니씨넨
(Environmental Science
and Policy)

핀란드의 환경단체 활동가 요닌니씨넨씨는 현재 우리가 회의장에서
듣고 있는 내용들은 책, 웹사이트 어디에서나 찾을 수 있는, 개념적인 설명이며 이런 이야기들로 세계시민사회단체의
목소리를 주장할 수 있을지 의문을 제기하였다. 이렇게 훌륭한 회의장을 준비하고 대한민국의 아름다운 섬 제주도에
올 수 있는 티켓을 마련한 UNEP에게 감사를 표하기 보다는 우리의 목소리를 각국 정부에 제대로 전달할
수 있도록 UNEP에 압력을 가해야 하며 이런 진부한 서류들을 읽어 내리기보다는 한, 두가지 현실적인 방안을
지구환경장관포럼에 제출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물, 위생, 인간정주에 대한 지리한 시민사회와 환경부 장관회의가
진행되는 이 시간에도 전세계에서 물부족으로 사망하는 5세 미만의 영아의 수는 매일 5,000명에 달한다고
한다. UNEP가 제공하는 ICC의 값비싼 저녁식사와 비행기 티켓 값으로 그들에게 제공할 수 있는 물의
양을 계산해 보면 그 음식들을 제대로 소화시킨 내 자신이 얼마나 혐오스러운지….
게다가 환경장관포럼에 제안 될 결과물인 성명서를 받아 보았을 때는 깨끗한 물을 마시고 싶어 하는 어린아이들의
눈망울이 순식간 오도가도 못하는 막다른 골목길로 내몰려 절망의 눈빛으로 변하는 모습이 아른거렸다. 과연
이 많은 돈을 들여가며 형식적인 회의를 해야 하는 진정한 이유가 무엇일까?


전세계시민사회와 각국의 정부, 그 사이의 조정자 UN..
이 세 축의 이상적인 모습이 언제쯤 실현될 수 있을까?
각자의 밥그릇을 챙기기보다는 어느 한 곳으로의 치우침 없이 진정한 지속가능한 사회를 실현하려는 노력의 모습을
보고 싶다.


회의 마지막날에는 이에 대한 문제제기로 여러 환경 단체 활동가들은
다른 형태의 회의 진행방식을 제안하였다. 환경장관회의에 제안될 내용들은 일반적이고 상식적인 내용이 아니라
지역 사안중심의 내용을 다루어 지역별 회의를 통해 현실적인 이슈로 제안되어져야 하며 회의 개막 전 이 내용들을
참가자들이 모두 숙지해야 한다. 회의 중에는 정치적 동기는 배제된 상태에서 사실중심의 발표가 이루어져야
하고 이슈별 분과 토의를 통해 제안된 권고사항들은 동의를 얻기 위해 마지막으로 총회를 개최하여 생산적인
포럼을 진행해 나가자는 것이다.

시민사회단체의 이런 제안이 수렴되어 차기 회의에 어느 정도 반영될지는
알 수 없으나 생산적 회의진행을 위해서 UNEP에 지속적인 요청과 압력을 가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도
회의의 참여자는 과학자, 학자가 아닌 환경사안을 직접 다루는 풀뿌리 환경운동가가 중심이 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국내 시민사회단체는 국제 환경사안에 대한 관심과 함께 연대활동에 참여할 수 있는 역량을 강화하고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기회를 스스로 포기하지 않아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UNEP는 그들만이 느끼고 있는 자만심을 버리고 시민사회의
참여 목소리를 최대한 반영하기 위해 귀를 기울이고 알려야 할 것이다. 과거 일방적인 정부정책 결정 방식에
비하면 장족의 발전을 이루었다고 하는데 아직 우리의 갈 길은 너무 멀어 도착지가 보이지 않고 있다. 우리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 세계시민사회단체와 UNEP는 더 강하게 자라야 할 것이다.


글 : 황혜인 (시민환경정보센터 사서간사)
사진 : 마용운 (환경연합 국제연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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