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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추천도서]마당을 나온 암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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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선미 지음 / 김환영 그림

“절대로 알을 낳지 않겠어! 절대로!”
양계장 철망 속에서 손톱이 비틀어져 제대로 서 있을 수도 없는 알 낳는 암탉이 외친다.
털이 숭숭 빠지고 맨 목덜미가 빨갛게 드러난 암탉이다. 힘써 낳아도 발끝으로조차 만져 볼 수 없는 알,
바구니에 담겨 밖으로 나간 뒤 어떻게 되는지 알 수도 없는 알을 더 이상 낳지 않기로 한다. 암탉은
마당의 아카시아나무 잎사귀가 꽃을 피우는 것이 부러워 ‘잎싹’이라는 이름을 저 혼자 지어 가졌다. 잎싹은
마당에 사는 암탉이 앙증맞은 병아리를 까서 데리고 다니는 것을 본 뒤부터 마당으로 나갈 소망을 갖는다.

그러나 마당으로 나오게 된 잎싹은 마당의 암탉도 개도 되어
보지 못한 인생의 주인공이 되기 위해 스스로 마당을 떠난다. 그것은 어려운 선택이었다. 굶주림과 추위에
떨어야 하고, 다른 동물들의 따돌림에 외로움을 견뎌야 하고, 족제비의 위협 앞에서 몇 번이고 죽음을
무릅써야 한다. 집도 없이 그렇게 떠돌아다니게 된다. 그러다가 무리를 따라가지 못하고 붙잡힌 청둥오리
‘나그네’와 친구가 된다. 나그네는 뽀얀 집오리와의 사이에서 하얀 오리알을 낳는다. 그러나 족제비로부터
알을 지키기 위해 뽀얀오리는 스스로 먹이가 되고 나그네는 날개를 다친다.

사정을 모르는 잎싹은 숲 속에서 발견한 둥지의 알을 조심스레
품는다. 비로소 잎싹은 눈을 지그시 감고 가슴 밑의 생명이 전하는 따듯함을 느낀다. 더 이상 알을 낳지
못하는 잎싹은 알을 품는다는 것이 꿈만 같다. 오리알이 부화할 때까지는 족제비가 다시는 찾아오지 않을
것이다. 뽀얀 오리가 족제비의 뱃속을 채우는 동안은 무사할 것이다. 배가 고프지 않으면 족제비도 사냥을
하지 않는다. 알이 깨어날 때가 다 되자 나그네가 오리알을 품는 둥지 앞에 우뚝 서 있다. 들킬까 걱정하는
잎싹 앞에 조용히 앉는 나그네를 보자 마음을 놓는다. 하지만 나그네는 가끔씩 날갯죽지에서 머리를 빼고
왠지 슬픈 눈으로 잎싹을 본다. 날이 밝으면 알이 깨어날 그날 밤 나그네는 스스로 족제비의 먹이가 되고
알이 깰 시간을 얻는다. 보송보송한 아기 오리였다. 그제야 잎싹은 나그네부부의 행동을 이해한다.

잎싹은 족제비의 위협으로부터 아기오리 ‘초록머리’를 청둥오리 무리들이 돌아오는 봄이 올 때까지 길러낸다.
초록머리가 커갈수록 잎싹은 점점 말라간다. 고단한 떠돌이 생활보다 초록머리가 우울한 얼굴을 할 때가
잎싹은 더욱 힘들뿐이다. 멀리서 청동 오리 떼가 돌아오고 초록머리가 무리에 힘겹게 합류할 즈음 잎싹은
기꺼이 족제비 새끼의 먹이가 되어준다. 잎싹은 물컹하던 족제비의 살덩이가 마지막으로 낳았던 알처럼 느껴진다.
단단한 껍데기도 없이 나와서 마당에 던져졌던 잎싹의 알. 너무나 가엾어서 가슴이 긁히듯이 아프던 기억이
스쳐간다.
“자, 나를 잡아먹어라. 그래서 네 아기들 배를 채워라.”
비쩍 말라서 축 늘어진 암탉을 물고 사냥꾼 족제비가 힘겹게 걸어가고 있다.

먹고 먹히는 일은 그저 배를 채우는 차원을 넘어선다. 먹는자와
먹히는 자가 서로 얽히면서 순환하는 엄숙한 자연의 법칙을 가르쳐준다. 나는 이 동화를 내 딸에게 꼭
권하고 싶다.



글 : 이미연 (부산환경운동연합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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