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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가기]부안촛불집회를 다녀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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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상 이맘때 쯤이었는지
정확히 기억이 나지는 않지만 추운 겨울날 밤 엄마와 언니와 함께 본 드라마가 생각이 난다. (아님 그 드라마의 배경이
겨울이었는지…)

“여자는 무엇으로 사는가”
초등학생이었던 나에게 이 드라마는 그렇게 심각하게 다가오지는 않았지만 감정선을 애잔하게 흐려 놓는 피아노 선율의 주제곡은
‘이 드라마 슬픈 드라마구나…’하는 인상을 갖게 하였고 나 또한 여자이지만 여자라는 존재에 대해 외경심이라고나
할까 나도 여자인데 나에게는 저런 힘이 없는 것 같다…아님 내가 좀 더 크면 저런 힘이 생기는 걸까 생각하게끔
만든, 성장 드라마 역할을 톡톡히 하였다.

내가 그렇게 존경하던 그 강인한 여자를 아주 가까운 곳에서 그것도 아주 많은
분들을 볼 수 있는 기회가 주어 졌었다. 보기만 해도 외경심이 느껴지는 분들..그분들은 드라마에 나오는 여자들이 아니었다.
바로 부안의 여성분들이다. 학교를 결석하면서 반핵국제포럼에 참석한 교복차림의 여학생. 이제 바로 돌이 지난 갓난쟁이
아기는 업고 첫째 아이는 손을 꼭 붙잡고 나온 애띤 모습의 어머니, 그 추운 날씨에도 꿈쩍하지 않고 2시간여의 촛불집회에
참여하시는 할머니..세상에서 이렇게 가장 강인한 아름다움을 볼 수 있는 기회가 몇 번이나 찾아올까?



나의 중, 고등학교 시절의 모습을 생각하면 부끄러울 따름이다. 내신성적 1,2점에
목을 메달았던, 인생의 최종목표는 좋은 대학가서 편안하게 사는 것이었던 나에게는, 보이지도 않고 아무에게도 말 안하면
알 수도 없는 내 과거가 부끄러워 고개가 숙여졌다. 우리 동네에 세워질지 모르는 핵폐기장의 폐해와 다른 나라의 반핵운동사례를
친구들과 선생님께 알려드리기 위해 조사 하나하나 빠트리지 않고 귀기울여 듣는 여학생은 서슬 퍼런 독립투사의 모습이었다.

내 나이 또래로 보이는 갓난쟁이 아기의 어머니. 아이가 추워서 칭얼대기라도
하면 ‘출정가’를 조용조용 불러주시는 모습은 영어발음 잘하게 하려고 아이에게 혀절단 수술을 감행하는 엄마들에게 침묵의
모욕을 주고도 남았다. 자식이 건강한 사회에 살 수 있도록, 스스로 제 권리를 찾을 수 있는 성인으로 성장 할 수
있도록 몸소 실천하시는 모습에 한동안 눈을 뗄 수가 없었다. 내가 한 아이의 어머니가 되면 저렇게 강인한 여자가 될
수 있을까? 올바른 어머니가 될 수 있을까? 갑자기 더럭 겁이 났다. 나에게는 저런 능력이 없는 것은 아닌지…

나는 아직도 여전히 모르겠다. 여자는 무엇으로 사는 것인지…
그러나 한가지는 분명하게 알고 있는 것은 있다.
부안 여성분들은 핵폐기장 건설 반대를 위해
미래세대인 어린이들에게 핵 없는 세상을 만들어 주는 것을 목표로 하루하루를 당차게 살아 가신다. 오늘은 촛불집회가
124일 째 되는 날이다. 오늘도 교복을 입은 학생들, 어린 아이를 업고 손잡고 오는 어머니들, 할머니 분들의 바람이
그들의 강인함에 의해 하늘 높이 솟아 오를 것이다.

글 :시민환경정보센터 사서간사
황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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