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회원이야기

[탐방기]산양과 함께 한 조롱골에서의 하루

첨부파일 열기첨부파일 닫기

※ 이 글의 주인공은 ‘산양’이라고 흔히 불리우는 가축용 ‘염소’입니다. 즉 산양이 아니라
염소라는 이야기이죠. 오래 전부터 산양이라고 불렸지만 ‘산양’과는 그 생태적 특성과 생김새가 다릅니다.
‘산양’
소목 소과에 속하는 동물로서 천연기념물 제217호로 지정, 국내외적으로 귀중한 야생동물입니다. – 멸종위기
야생동물 산양 사진보기

글 속 ‘산양’은 유용종(乳用種) 염소임을 밝힙니다.

환경운동연합 에코생협에서는 두가지의 우유를 맛볼 수 있습니다.

그 중 이름도 맛도 낯선 ‘산양유’가 있지요. 흔히 우유가 생산되는 곳이라 하면 푸른 벌판에 젖소들이 한가로이 풀을 뜯고 있는
대관령 목장을 상상하게 되는데요. 목장 주인 아저씨가 젖소들 사이에서 열심히 젖을 짜는 모습도 머리에 떠올립니다.

하지만 일반 우유의 생산과정은 생각만큼 그리 자연과 조화롭지 못합니다. 젖소들을 방목하지 않고 축사(젖소키우는 곳)에서 키우며
그 안에서 젖을 짜는 게 대부분이라네요.

‘산양유’는 달랐습니다. 지난 주말 에코생협에서 찾아간 산양유 생산지는 자연 그대로였습니다.


조금 쌀쌀한 듯 청명한 가을 날씨가 상쾌했던 지난 10월 18일. 구름한 점 없는 하늘이 마음까지 설레도록 만든다.
서울 근교에서 3시간 남짓 차를 타고 이동해 도착한 곳은 강원도 홍천군 내천면에 위치한 산양유생산지 공장.

▲ (주)카프로바이로텍 산양유 생산 공장에서.


(주)카프로바이로텍은 일반우유공장에 비해 규모는 작지만 저온살균 산양유는 물론 비숙성자연 치즈 등 다양한 산양유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공장을 찾은 손님들은 산양유가 포장되어 소비자들에게 공급되기 직전까지의 제조과정을 견학했다. 평소 산양유를 마셔본 사람이든,
산양유라는 이름도 처음 들어봤던 사람이든 제조과정을 눈으로 확인하는 것만으로도 신기한 모양이다.

제조과정을 확인했으니 이제 남은 것은 그 하얗고 맛난 산양유를 만들어내는 산양을 눈으로 직접 보는 것.
공장에서 버스를 타고 이동해 산양목장으로 향했다. 마을로 들어가는 어귀서부터 목장에서 마중 나온 박휘광씨가 하얀 이를 드러내며
환하게 웃고 있다.

“머리조심~ “
‘덜컹덜컹’ “으아~” “까르르~”

주인아저씨의 트럭에 올라탔다. 경운기도 아닌데 가을바람을 맞으며 마을길을 지나는 것이 정겹기만 하다. 아이들도 처음 타본다며
트럭 뒤에 서서 즐거워한다.

추수철이 끝난 논은 검붉은 땅을 드러내고 뜸하게 보이는 인가사이의 밭에서는 농민들이 밭을 메고 있다.

지나치는 마을 풍경마다 감탄사를 자아낸다. 트럭 위에서 눈으로 즐기며 소리도 질러본다. 도시에서는 상상도 못할 일이다.

그렇게 한참 달리자 깊은 산 속에 숨어 있던 조롱골 농장이 아름다운 풍경속에서 드러났다.
이제 막 물들기 시작하는 단풍나무와 갖가지 나무들의 푸르름이 조화를 이루어 한폭의 풍경화를 연상케 했다.

▲ 조롱골농장을 들어서는 순간 눈앞에 펼쳐진 자연은 한폭의 그림과 같다.

▲ 산양(염소)떼가 무리지어 휴식을 취하고 있다.

목장을 들어서는데 잘생긴 개 두 마리가 가장 먼저 반긴다. 목장을 찾은 낯선 손님인데도 반갑게 꼬리를 흔들며 트럭 뒤를 쫓아온다.

타고 온 트럭 때문에 흥분된 마음을 가라앉히기도 전에 사람들은 눈앞으로 펼쳐진 목장
전경에 입을 다물 줄 몰랐다.
계곡과 산을 하얗게 뒤덮고 있는 것은 다름 아닌 산양떼였다.

“저게 산양이구나” 드디어 보게 된 것이다. 하얀 산양 백여마리가 무리지어 한가로운 휴식을 취하고 있다.

두 아이와 함께 목장을 찾은 길인자씨는 “오늘은 토요일이라 아이들 학교가는 날이지만 선생님께 허락을 맞고 이곳으로 왔어요.
한치의 머뭇거림도 없이 말이죠.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아이들이 자연과 어울리면서 더 많은 것을 배울테니까요.”라며
미소를 띠운다.

“아이들을 데리고 역사탐방은 많이 해봤어요. 하지만 어른들 위주라 아이들이 보고 경험할 수 있는 부분이 적었지요. 이번
산양유생산지 견학은 아이들의 눈높이로 자유롭게 볼 수 있도록 한 점이 마음에 듭니다.”

기분이 어떠냐고 붙잡고 묻자 소은(8)이는 “산양하고 개하고, 동물들 많이 봐서 너무 좋아요. 학교가면 친구들한테 자랑할거에요”라며
대답했다. 말하는 도중에도 모든 관심은 눈 앞 개들과 산양. 언니 소현(10)이는 산양과 함께 노느라 쉴 틈도 없다.

평소 관광을 많이 다닌다는 엄정숙(68)씨는 “내가 나이들어 많이 돌아다녀 봤지만 이렇게 좋은 곳은 없었던 거 같아.
자연 그대로이잖아. 꾸밈없고…” 라며 계속 감탄사를 내놓는다.

결국 조롱골 농장의 자연에 취해 사람들은 그 곳에 자리를 마련하고 각자 싸온 도시락을 풀었다.

먹성 좋은 개들과 산양이 간혹 와서 도시락을 뺏어 먹는 것 빼곤 너무나도 즐거운 점심시간 이었다.

15만평 규모의 조롱골농장은 대부분 울창한 숲이다. 숲 사이로 넓은 목초밭이 펼쳐진다.
멀리 보이는 목초밭 끝자락 통나무집까지 농장을 관리하시는 박휘광씨를 따라 걸어가보기로 했다.

“저푸른 초원위에 그림같은 집을 짓고…”

박휘광씨 부부가 함께 살고 있는 그림같은 통나무집. 박휘광씨가 결혼을 앞두고 지었다는 집이다. 사람들의 부러운 시선은 한참동안
알프스 목장에서나 볼 수 있을 것만 같은 통나무집에 머물렀다.

해는 중천을 넘어 산 정상에서 뉘엿뉘엿 질 때를 기다리고 있는 듯 하다. 조롱골목장의
매력에 흠뻑 취한 사람들은 통나무집 앞 마당에 앉아 박휘광씨가 들려주는 목장과 산양 이야기에 잠시 귀기울였다.

박씨는 드넓게 펼쳐진 목초밭에서 산양들이 자유롭게 풀을 뜯어 먹을 수 있도록 방목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방목을 하며 키운 산양에게서
신선하고 독특한 산양유를 얻을 수 있는 것은 자연이 주는 신비이다.

▲ 산양들이 목초밭을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는 것은 자연 방목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봄여름가을겨울 먹이가 다르기 때문에 사계절에 따라 산양유의 맛도 조금씩 다르단다. 산양은 목초밭에서 한가로이 풀을 뜯어 먹을
때도 있지만 높은 곳을 좋아하는 습성 때문에 바위를 올라 서있거나 산을 오르기도 한다.

생태마을 등에 관심이 많다는 대학생 이형진(20)씨는 “태어나 처음 보는 산양을 만져보기도 하고 그 습성에 대해 전문가에게
이야기들어 보는 시간도 가져 유익했다.”고 전했다.

통나무집을 뒤로 내려오는 길에 다시 산양떼를 만났다. 이들은 젖을 짜는 시간을 스스로 알고 찾아온 무리들이다.

하루 종일 들판과 산을 돌아다니며 풀을 뜯은 산양들은 하루 중 이맘때가 되면 탱글탱글한 젖을 내보이며 그 자리로 모인다고 한다.
그 곳은 농장 주인아저씨가 젖을 짜면서 산양들에게 맛난 곡식을 주는 자리이다. 산양들은 그런 일들에 이미 길들여져 있다.

농장을 찾은 사람들이 특별한 경험을 해보기로 하였다.
산양 젖짜기. 먼저 박휘광씨가 숙련된 손놀림으로 시범을 보인다. 엄지와 검지 사이에 젖을 끼고 나머지 손가락으로 젖을 감싼 후
힘껏 짜낸다. 하얗고 반투명한 산양유가 젖 끝으로 물줄기처럼 ‘찍’ 나왔다.

▲ 한 손 안에 산양 젖을 꼭 쥐고 힘껏 짜내면 하얗고 반투명한 산양유가 나온다.


“와~”
거품 가득한 산양유가 마치 카푸치노 같다. 금방 나온 산양유를 한 모금 마시는 것도 산양유의 신비를 체험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산양유는 사람이 먹을 수 있는 짐승 젖 중 모유와 가장 가까운 성분을 함유하고 있다. 특히 유아에게 모유 대체식품으로 탁월할
정도로 소화흡수가 빠르다.
또한 위산의 강도를 조절해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궤양 식이요법으로 유익하다. 생리활성물질로 알려져 있는 셀레늄이 다량 함유되어
있어 세포와 조직내에서 산화과정을 통해 과산화수소와 유기수소를 제거하여 줌으로써 피부의 피막과 DNA를 손상하는 요소를 방지한다.

조롱골에서의 하루는 짧았다. 이번
견학에 참가한 신세대 주부 김애정(28)씨는 “기회가 된다면 다음에 남편과 꼭 같이 오고 싶네요. 오늘 참 많은 걸
배웠어요. NO.277 라벨을 달고 있던 산양에게 이름이라도 지어주고 올 걸 그랬어요.”라며 뭇내 아쉬워했다.
그림처럼 그대로 남아 있을 것만 같은 통나무집과 울창한 숲, 조롱박을 닮았다고 이름 붙여진 계곡 조롱골, 날씬한 몸을 자랑하는
산양떼를 뒤로한 채 목장을 천천히 빠져나왔다.

글/ 조혜진 기자
사진/ 시민환경정보센터 박종학 기획위원, 이태열 간사, 조혜진

admin

(X) 회원이야기의 최신글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