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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속의 환경]잘된 허구의 잘못된 현실 개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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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나 영화는 인구 조절이나 환경보호 등 사회적 주제에 대해 얼마나 대중적인 교육효과를 가질까.
파멜라 폴스톤(Pamela Polston)이 쓴 『출생률 낮추기』에 의하면 ‘어마어마한 효과‘가 있다.

지구환경정책연구소장 레스터 브라운의 신간, 『생태경제』도 드라마를 활용한 환경운동의 효과를 상찬하고 있다. 멕시코 전국 방송망인
텔레비지아가 제작한 문맹 관련 드라마에서 주인공이 글을 배우러 사회교육기관을 찾았을 때, 현실 속의 멕시코 문맹인 25만 명이 드라마
속의 그 교육기관을 찾았다. 드라마가 끝날 때쯤, 총 84만 명의 사람들이 문맹 퇴치를 위한 교육 프로그램에 등록했다. 정부는 문맹자들을
교육기관으로 불러오는 데 단 한 푼의 세금도 쓰지 않았다. 거기에 쓰여야 했던 홍보비는 교육 자체의 질을 높이는 데 쓰일 수 있었다.

이러한 성공은 예외적인 것이 아니다. 또 다른 인구 조절에 관한 드라마는 10년간 방영되면서 멕시코의 근심이었던 높은 출생률을 34%로
감소시켰다. 이로 인해 멕시코는 UN이 제정한 인구정책상(UN Population Prize)을 수상했다. 이러한 사례는 허구의
드라마들이 현실세계 대중들의 생활양식을 변화시키는 힘을 가졌다는 사실을 입증한다.

한국에서, 특히 환경운동과 관련된 그런 사례가 있을까? 물론 멕시코의 성공처럼 엄청난 효과를 가져온 드라마가 아니어도 최소한 그런
시도를 한 드라마라면 우리도 기억하는 것들이 있다.

2001년
8월 말에서 시월 초까지 MBC가 방영했던 월화 드라마 <선희진희>는 환경을 극 전개의 주요 테마로 삼았다. 갈등이 ‘제성이라는
대기업의 불법 폐기물 매립, 그리고 이로 인해 피해를 보는 사회적 약자의 문제’에서 발생한다. 갈등의 해소 또한 ‘숨겨진 환경오염
행위로 인한 악인의 파멸’로 일어난다. 이를 가능하게 하는 동력은 극중의 환경운동가 ‘선희’와 그녀의 삼촌이자 선배 환경운동가 ‘박두만’에게서
나온다. 물론 이 드라마는 요즘 말로 ‘대박을 친’ 드라마는 아니었다. 다만 환경이라는 소재를 다뤘기 때문에 더 인기가 있었을 드라마가
’범타를 친‘ 게 아닌 것만은 분명하다.

최근
<오! 해피데이>라는 영화가 개봉, 흥행중이다. 이 영화에서 여주인공은 유락단지를 구상중인 남주인공의 일을 방해하려고
갯벌보존운동의 현장으로 뛰어든다. 그녀는 극중에서 결국 남주인공으로 하여금 환경경영을 실천하도록 만든다. 물론 여주인공의 갯벌투쟁기는
절실한 필연이라고 보긴 어렵다. 극적 갈등을 위한 소재로만 쓰였다는 혐의도 짙다.

환경이라는 변방의 소재를 중심으로 받아들이려는 최근 ‘허구(드라마, 영화)의 제작자’들의 의기는 참으로 높이 살 만한 것이다. 그러나
<선희진희>나 <오! 해피데이>를 보고 환경을 지켜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기보다 주인공의 얼굴만 떠오르게 된다면
명백히 이 두 허구는 현실을 교정할 힘을 가지지 못한 것이다. 결국 중요한 것은 소재가 아니라 극적 완성도가 아닐까.

또한 환경을 극의 소재가 아닌 극의 철학으로 받아들이려는 노력이 아닐까. <선희진희>와 <오! 해피데이>에
등장한 환경 관련 소품들은 환경운동연합이 제공한 것들이었다. ‘저변의 확대’라는 점에서 보면 좋은 투자였는데 ‘진정성의 관점’에서
보면 극의 완성도나 철학의 문제가 더욱 안타까운 투자였다.

글/ 박현철 (월간 <함께사는길>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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