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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추천도서]우리들의 하느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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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6년이었던가 귀농을 결심하고 충청도 어느 골짝으로
농사지으러 떠난 선배를 찾아갔었다. 선배는 선배가 양조장에서 직접 받아온 막걸리에 마당에서 잡은 닭 백숙을 내 놓았고
그날 술자리는 깊은 밤까지 이어졌다.
그 선배는 참 아름답고 길가에 풀들처럼 풋풋한 냄새가 나는 시를 보여주곤 했다. 깊은 밤 술에 취한 목소리로

“난 땅에다가 시를 쓰겠어,
그리고 원고지에다가는 농사를 지을꺼야”
라고 말했다.

다음날 떠나는 나에게 선배는 두 권의 책을 쥐어주었다.
“이현주의 장자산책”과 오늘 소개하려는
권정생의 “우리들의 하느님”이었다.
나는 그 여름 두 권의 책을 깊이 깊이 읽었다. 이 책을 통해 나는 그동안 딱딱하게 굳어있던 내 안의 하느님이 서서히
깨어나고 나에게 말을 걸어오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딱딱하게 굳어있는 기독교에 염증을 느끼던 나에게 이 책은 기독교 이전에 나와 함께 있었던 하느님을 알려주었다. 교회의
하느님, 기독교의 하느님이 아니라 우리와 함께 숨쉬는 우리들의 하느님이 있다는 것을 조용히 느끼게 된 것이다.

내가 쓸 몫 이상을 쓰는 것은 남의 것을 빼앗는 것이라는 권정생 선생님의 말은 아직도 내가 무엇인가를 쓰려고 할 때
무엇인가를 가지려고 할 때 떠오르는 화두가 되었다.
몇 달 전 “우리들의 하느님”을 선물해 주었던 선배가 시인으로 등단해서 첫 시집을 냈다는 소식을
접하게 되었다.(실천문학사, 목마른 우물의 날들) 서점에 가서 논바닥에 농사를 짓듯이 삶의 진액이 가득 들어있는 선배의
시를 읽으며 문득 그날 밤 깊이깊이 이어지던 술자리와 선배가 권해주었던 책들이 떠올랐다.

글 : 도요새 간사 김지훈


김보삼 간사님을 추천합니다.

항상 분주히 다니시면서도 도요새의 책에 관심이 많으시더군요. 좋은 책 소개해 주실 것 같아서 추천합니다.

adm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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