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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우리 내일 두부 만들러 가는 거 맞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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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농체험이 한번 연기된 터라 다섯 살 난 하운이가 많이 기다려왔었다. 나 역시 반복되는 일상에서 벗어나 우리가족 모두가 어디론가
떠날 수 있다는 것이 작은 설렘이었다. 게다가 내가 꼭 해보고 싶었던 두부 만들기는 더 할 수 없는 매력이었다. 휴가까지 내서 이
짧은 여정에 동참한 남편도 무농약채소와 유기농채소가 뭐가 다르냐며 요사이는 꽤 많은 관심을 보인다.

생협에서 준비한 간식을 먹으며 비가 오락가락하는 차창너머에 시선을 맡긴 채 얼마를 가다보니, 하늘은 다시 맑아졌고 생태학습장이
우리를 맞이하여 주었다.

이름표를 하나하나 챙겨보아야만 알 수 있는 야생화들이며 개구리, 닭, 염소, 뱀 등도 보고 수백 마리나 되는 나비들이 날고
있는 풍경도 볼 수 있었다. 그러고 보니 서울에서는 하늘의 별보기 만큼이나 나비 보기가 어려워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간단히 일정공유를 한 뒤에 맨 먼저 두부 만들기가 시작되었다. 솥에 물이 끓고, 맷돌로 갈아놓은 콩이 들어가고, 물을 부어가며
거품이 사라질 때까지 살살 저어주고, 끓여낸 콩물을 베보자기에 부어 찌꺼기를 거르고, 맑은 콩물에 간수를 부어 응고시키고, 다시
틀에 넣어 두부를 만들 때까지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주위에 빙 둘러서서 호기심어린 눈으로 바라보다가 두부가 다 되었을 때는
모두들 환호했다. 그리고 아주 잠깐 사이에 두부 한판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말았다. 뜨거운 두부를 양손에 들고 후후 불어가며
연신 맛있다고 먹는 하운이의 모습이 어찌나 예쁘던지 나도 한번 직접 만들어 볼 욕심에 간수를 조금 얻었다.

유기농 야채로 준비된 식단으로 점심을 마친 직후에는 얄궂게 다시 비가 내려 걱정을 했는데, 이내 다시 비는 그치고 우리는 잠시
길을 걸어 농장체험에 나섰다. 난 순간 내 눈앞에 펼쳐진 풍경에 감탄을 금할 수 없었다. 호수 같은 강물에 연해 있는 논에는
어린 벼들이 이제 막 제자리를 찾아 줄지어 서있고, 그 사이로 오리들이 수십 마리씩 떼 지어 잔물결을 만들며 헤엄치고 있었다.
참 멋진 조화였다. 또 거기에는 자연과 조화롭게 살고 싶어하는 우리들도 있었다.

이제 일정은 막바지로 접어들었다. ‘밥굿’ 낯선 단어였다. 밥에 대한 굿판을 벌일 것이라는 유추가 가능했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모습일지 궁금했다. 준비된 쌀을 커다란 가마솥에 한 사발씩 부으며 각자의 소원을 빌고는, 너나 할 것 없이 둥글게 둘러서서 모심기,
김매기, 가을걷이, 겨울놀이 등 농가의 사시(四時)를 흉내내보았다. 이어 강강술래 등 신나는 놀이마당이 펼쳐졌고 우리 하운이도
마냥 신이 나 제 아빠의 손을 잡고 사람들 사이를 콩콩 뛰어다녔다. 그 모습은 서울로 향하는 차안에서까지 나를 빙그레 미소짓게
하였다.

우리집 옥상에는 여러 가지 채소들이 심어져 있다. 그 중에는 고추도 몇 그루 있는데 작년과 달리 진딧물 때문에 고생을 하고
있다. 진딧물을 보자마자 난 살충제를 떠 올렸고 동시에 ‘유기농은 정말 힘든 거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여러 가지 어려움
속에서 우리 흙과 우리의 먹거리를 지켜주시는 생산자 여러분께 저절로 고개가 숙여졌다.

체험을 다녀온 후 지금까지 난 진딧물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까 고민중이다.

글/ 김현주 조합원님


▲윤희생태학교 내 견학


▲두부만들기 1번


▲두부만들기 2번


▲두부만들기 3번


▲두부만들기 4번


▲두부만들기 5번


▲오리농법으로 농사짓는 농장 견학


▲”밥굿” 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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