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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속의 환경]공장을 시민의 감시 아래 두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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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박현철 (월간 함께사는길 편집국장)
PG&E(퍼시픽가스전력회사)는 미국의 대형 전력회사다. 샌프란시스코 남부 지역 베이뷰 헌터스 포인트 지역 주민들은 현재
명백히 PG&E 사의 발전소가 야기한 환경오염 때문에 천식을 비롯한 여러 질병으로 고통받고 있다. 98년 PG&E
사가 미란트(Mirant) 사에 판 포트레로 발전소 인근에서도 이런 일이 벌어질 조짐이 보이고 있다. 이밖에도 PG&E사의
반환경적 기업활동은 많다. 힝클리 마을 식수 6가크롬 오염사건도 그 가운데 하나다. 이 사건은 미국 법정사상 최대액의 배상액 판결을
받았고 영화화됐다. 2000년 출시된 <에린 브로코비치>가 바로 그 영화다.

영화 자체는 평이한 자수성가 스토리를 가졌다. 주인공 에린으로 분한 줄리아 로버츠는 애 셋 딸린 이혼녀로 적극적이고 열정적인 캐릭터를
가진 법률보조원이다. 그녀는 힝클리 마을 주민들의 고통이 6가크롬이 포함된 PG&E사의 발전기 냉각용수 때문이며 저류지에서
새나간 6가크롬에 오염된 오폐수가 마을 사람들의 식수에 흘러들어 생긴 것임을 밝혀낸다. 에린은 총3억3천3백만 달러라는 미 법정사상
최고 배상액을 받아내 병든 마을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고, 그녀 자신은 예금잔고 16달러 짜리 인생에서 공로수당으로 2백만 달러를
받은 유능한 직원이 된다.

마을 하나를 수십년 동안 죽음의 질병에 빠뜨리고 환경을 오염시킨 사건을 이처럼 변종 신데렐라 극으로 만든 이는 <섹스 거짓말 그리고 비디오테이프>(1989)를 만든 스티븐 서더버그다. 감독에 대한 작가주의적 신망 때문에 이 영화를 사시로 볼 필요는
없다. 인생역전의 드라마도 필요한 법이니까. 단지, 우리가 줄리아 로버츠의 화려한 미모와 괜찮은 연기를 볼 때 기억해야 할 것은
에린 브로코비치의 성공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힝클리 마을 사건이 미국의 무뢰배 반환경기업만의 얘기일 뿐이라는 생각도 틀린 것이다.
왜냐하면 그런 사건은 오늘날 한국의 노동자들에서는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산업재해였기 때문이다.

‘비중격천공’은 크롬 제재를 사용하는 작업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 코뼈에 구멍이 나는 병이다. 일부러 코를 뚫는 부족들도 있다지만
원치 않는 일이라면 끔찍한 일이다. 코뼈 구멍을 뚫을 뿐 아니라 각종 암을 유발하고 DNA에 침투해 2세까지 위험하게 한다. 온산병과
화성괴질 등 공해병들은 <에린 브로코비치>의 다큐멘터리 판이다. 힝클리 마을과 온산공단, 화성산업폐기물처리장 인근 마을의
비극 또한 서로 다른 얘기가 아니다. “공장 안에서는 직업병, 밖에서는 공해병”이라는 말은 그래서 나온 것이다. 공장 안의 오염물질들이
공장 밖의 생활세계를 위협하는 것이다.

영화 속 에린의 승리는 PG&E 사의 오폐수 저류조에서 6가크롬에 오염된 폐수가 공장 밖으로 흘러나왔다는 것을 증명하는 순간에
이미 시작됐다. 공장을 시민의 감시의 눈 아래 두어야 한다. 그것이 안전한 사회로 가는 길임을 에린의 인생역전이 행복하게 가르쳐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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