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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가기]새만금 삼보일배를 다녀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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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처트 도킨스였는지 왓슨이었는지 처음이 누구였는지
기억나지 않지만 이기적인 유전자들이 자신의 생존을 위해 투쟁하는 것이 진화라는 얘기를 했습니다. 이 사람들 이야기에서
재미있는 것은 종족에서 한 두 마리는 꼭 이상한 짓을 한다는 거에요.

소리개가 하늘을 날 때, 가만히 있으면 안 잡힐 수도 있는데, 그 결정적인
위험한 순간에 오히려 소리를 질러 자신을 드러내고 , 대신 다른 병아리 형제들을 지키는 그런 존재들이 있대요. 얘들은
가끔 변종으로 튀어나와선 일찍 죽어버리기 때문에 번식도 안 하고, 그저 종족의 다른 친구들을 위해서 산다는군요. 역시
인물은 엉뚱한 종자에서 나오는 것 같습니다.

카톨릭과 불교는 사실 그 생각이 공존할 수 없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하나만 믿고 그를 따른다는 사랑의 카톨릭과 신이란 존재를 만들지 않는 반듯하게 선 개인을 요구하는 차가운 불교가 어찌
같은 하늘을 만든다 하겠습니까.

하지만 공통분모는 있는 것 같습니다. 뭐 꼭 두 종교만의 이야긴 아니지만
성직자들이 결혼을 하지 않는다는 거 말이에요. 딸린 배우자와 자식이 없는 사람들은 목숨을 걸기가 좀 더 수월해집니다.
잃는 건 내 몸뚱아리가 고작이니라.

< 내 몸을 사랑하세요 >
저는 좀 나쁜 편이에요. 착한 노래를 부르는 사람들 앞에선 두드러기가 나서 챙피한 적도 있었어요. 곁에 사는 몇 안
되는 착한 사람들은 아름답고 착한 네트워크를 만들자 하는데, 전 그런 거 더 무섭거든요. 순진하게 착한 사람들은 순진하게
악해질 수 있는 사람들이니까요. 전요, 순진하게 착하느니 순수하게 악하겠습니다. 하지만 저도 제 몸은 사랑합니다.

수경스님과 문규현 신부님. 스님은 왼쪽 무릎에 물이 찼다는 얘기를 듣고 갔습니다.
많이 마음이 쓰였고 혹 비장한 모습이라도 보게되면 어쩌나 걱정도 했었습니다. 오늘 두 분을 주물러드리면서 스님 무릎도
자세히 보았습니다.

근데요, 스님은요, 분명히 무릎이 아프시고 많이 안 좋은 상태이긴 하세요.
하지만, 조심스럽게 전 스님이 서울까지 오실 것 같다는 느낌을 말할 수 있습니다. 왜냐면요, 스님이 당신 몸을 아끼시고
살살 달래서 쓰시는 모습을 보았거든요. 만신창이가 된 사람은 이 자리가 마지막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어디 하나
더 망가지는 거 신경 쓰지 않아요. 어차피 죽으면 마찬가지니까요. 해서 몸을 막 씁니다. 하지만 갈 길이 멀다고 생각하는
사람은요 아픈 거 고쳐가면서 쓰고 약한 부분은 아끼고 보호하면서 쓰게됩니다. 스님은, 계속 가실 생각을 하시는 거
같아요.

남을 위해서 사는 삶은 우선 자기 몸부터 사랑해야 가능하다는 별거 아닌 사실을
오늘 보았습니다. 그냥 보았습니다. 그저 보았습니다. 큰 감흥 없이. 아무것도 없이.

우리들의 이기적인 유전자는 다행히 한 놈만 죽는 희생은 바라지 않는 것 같습니다.

<스님의 세 걸음>
스님과 신부님의 몸 상태를 따라해 볼 겸, 걸음을 똑 같이 걸어보았습니다.

한 걸음, 두 걸음, 세 걸음. 절하고 일어나서 다시 한 걸음, 두 걸음,
세 걸음.

왼쪽 무릎이 안 좋은 스님은 왼쪽 발로 첫째 걸음을 떼시고 절할 때는 먼저
손으로 힘을 버티고 오른 무릎을 구부리신 다음 왼 무릎을 살살 대십니다. 그리고 다시 일어나 삼보 걸어가 절하기가
반복입니다.

스님보다 조금 작으신 신부님은 세 걸음을 걸으신 다음에 조금 앞으로(반 보
정도) 나가 절을 하시고 다시 일어나십니다.

저도 따라합니다. 한 걸음, 두 걸음, 세 걸음. 그런데……이상해요.
같이 걸었는데 저는 자꾸 뒤쳐지네요. 자세히 보았지요. 뭐가 다른지.

아하, 스님의 세 벌짝은 성큼 성큼 성큼, 탕 탕 탕 놓인 다음 일어나면서
다시 한 걸음 앞으로 나갑니다. 하긴, 성큼 걷는 게 조금이라도 발이 앞으로 나가는 방법이지요. 또, 몸이 덜 피곤한
걸음걸이 이기도 하구요.
그냥 보는 것과 자세히 보는 것, 자세히 보는 것과 자세히 따라하는 것, 똑같이 하는 것, 그냥 하는 것은 모두 겨우
한 끝 차이입니다. 그리고 이 한 끝이 다른 차원을 만들어냅니다.

스님의 세 걸음은 따라해 보아야 알 수 있습니다.

참, 근데, 응원오신 어느 신부님이 안마 보시를 열심히 하는 저를 부르셨어요.
“자매님, 스님 열심히 주물러 드리세요. 저 배팅걸었거든요|”

참나… 요즘은 여기저기서 진검을 든 장수들이 제게 칼을 겨누는군요. 배팅했다면서…
어쩌나, 어쩐다나, 난 나쁜데.


2003. 4. 10. 목요일
새만금 삼보일배, 수경스님과 문규현 신부님을 뵙고 와서.

글 : 그린시티21 간사 김윤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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