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회원이야기

[참가기] 회원들이 일본에 가서 뭘 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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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권기태 (환경운동연합 소모임 물사랑회원)

출국날짜가 다가올수록 걱정만 쌓이고 있었다. 과연 잘 할 수 있을까? 이렇게 회원들이 중심이 돼서 준비해서 가는 경우는 없었다는데…
더구나 환경운동연합이 국제환경단체인 ‘지구의 벗’ 가입한 이후 대규모 국제행사에 참석하는 것인데… 솔직히 국제연대팀의 간사님은
말은 하지 않았지만 노심초사하고 있는 것이 틀림없었다.

3월 16일부터 23일까지 일본에서는 개최되는 제3차 세계물포럼에 참석하기 위해 회원들끼리 발표자료를 만들어 환경연합 활동가들과
토론하고, 자료를 다시 영어와 일본어로 번역하며 준비를 해나갔다. 다들 직장인들이라 그리 많지 않은 시간을 쪼개서 활동했고, 경비는
자비로 하고 휴가도 신청해서 떠날 채비를 하고 있었다. 회원모임 식구들은 일본에 가는 회원 2명의 활동비를 지원하기 위해 약간씩의
돈을 모아줬고, 예산이 넉넉지 않은 시민단체이기에 지원은 생각도 않았지만 국제연대 김연지 간사님은 우리 ‘물사랑’ 회원들이 노력이
안스러웠는지 외국단체로부터 적잖은 지원을 얻어주었다.

그렇게
준비를 하였고, 19일 저녁 늦게 일본 교토에 도착해 숙소를 잡았다. 30평쯤 되어 보이는 2층으로 된 게스트 하우스. 문을 열자
자취방처럼 너저분하게 정리안된 방에 다국적 군대처럼 보이는 20여명이 넘게 왁자지껄 술파티를 하고 있었다. 오늘만 그런줄 알았더니
주인이 매일 그렇단다.

안내받은 방에 들어가니 역시 너저분한 분위기에 남녀 구분도 없이 자는 거다. 부엌은 가관이 아니다. 설것이를 잔뜩 쌓아두고 몇일을
놔둔 듯한 분위기, 그리고 부엌밑으로 지나가는 통통한 쥐 한 마리, 물론 눈이 마주치자 잽싸게 도망간다… 샤워도 못한단다…
젊은 우리에게 정말 싸다는 것 하나만 위안으로 삼기로 했다.


다음날 잘 도착했다고 환경연합 국제연대팀과 ‘물사랑’ 회원들에게 메일을 보내고 회의장으로 향했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어떤 논의가
되고 있는지 뭐가 쟁점인지 확인해서 다음날 있을 토론에 참고하기 위해서다. 역시 물사유화와 관련한 논란과 댐 건설이 필요하냐 그렇지
않느냐를 가지고 여기저기서 논란이 있는 모양이다. 밖에서는 미국의 이라크 공격에 대한 침묵시위로 야단법석이다.

저개발국의 시민단체들은 세계은행이나 아시아개발은행이 차관을 줄 때 초국적 기업이 상수도 사업을 하도록 민영화하도록 옵션을 줘서 결과적으로
수돗물 값이 폭등하고, 공공성이 훼손돼 가난한 마을에는 물공급이 중단되었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고, 일부에서는 저개발국 정부의
부정부패 때문에 그렇게 된 것이라며 공방이 있었다.

또한 ‘댐 건설이 필요하냐’는 토론회에서는 더 한층 설전이 오갔다. 댐으로 인해 발생하는 부작용이 댐이 없었을 때 보다 훨씬 많았다며
댐 건설의 무용론이 공감을 얻자, 인도의 정부 관리는 몬순기후에 살고 있는 국가들은 댐이 필요한 부분이 있다며 볼멘 목소리를 내기도
하였다. 이러한 모습은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세션이 끝날 때 마다 우리 회원들은 중요한 발언을 했던 인사들에게 달려가 한국에서 왔다고 하면서 정보를 공유하고, 앞으로 협력을
했으면 좋겠다는 제안을 하고 연락처를 주고받는 것이 또한 중요한 일이었다.

22일 우리 일행은 세계 각국에서 모인 NGO와 함께 ‘물의 사유화 문제에 대한 대안토론’에 참석해, 향후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
것인지 논의를 하였다. 이미 하루전에 국제 시민단체는 물의 상품화를 추진하고 있는 정부와 기업에 대해 강력한 비난을 퍼부었던 터라
여기서도 그 성토는 계속 이어졌다. 그러나 사례발표를 하면서 일부 국가에서는 수도사업에 초국적 기업이 투자를 하지 않더라도 얼마든지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그리고 아시아와 유럽의 네트워크를 통해 정보교류와 연대를 강화해 초국적 기업과 세계은행의
물 사유화 정책을 막아야 한다는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한국의 사례를 소개할때는 시간이 많지 않아 우리의 활동상황을 충분히 전달해주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쉽긴 하였지만, 미리 준비해간 자료(사실
한국만 인쇄물을 준비했다)를 배포하였기 때문에 참석자들로부터 좋은 호응을 얻었다. 우리나라는 외국의 절박한 상황과는 다르고 환경단체의
역할이 크다는 점에서 한국의 상황에 대해서는 배부른 고민이라고 부러워한다는 것은 짐작할 수 있었다.

이번에 우리 물사랑 회원들이
참석하면서 느낀 것이 몇가지 있다.
우선 세계의 모든 국가들이 물 문제를 생존의 문제, 안보의 문제로 인식하고 있다는 것이며, 또 환경선진국과 저개발국가간에 물을
향유하는 격차가 너무나 크다는 것이다. 즉 지구촌에는 정원에 스프링클러를 설치하여 물을 뿌리는 곳이 있는 반면에 비위생적인 물을
마시고 연간 500만명이 죽고 있는 현실이 공존하는 현실을 다시한번 인식하게 된 것이다. 우리나라는 얼마전까지도 시냇물에 흐르는
물을 마셔도 될 정도로 안전한 물을 가지고 있는 지구상에서 몇 안되는 나라였다. 이러한 축복받은 환경을 지키는 것이야말로 우리가
할 일이 아닌가 싶다.

더욱 중요한 것은 환경연합의 회원들도 지역과 국내는 물론 국외에서도 활동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다. ‘우리같은 회원들이
얼마나 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서 ‘환경연합 회원으로서 이 정도는 할 수 있고, 또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바뀌는 자신감을
얻은 것이다. 왜냐하면 환경연합은 회원들이 스스로 참여해서 만들어가는 조직이고, 그 속에서 후손들을 위한 희망을 만들어 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서 평범한 우리 회원들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한번 느끼게 된다.

* ‘물사랑’은 물을 사랑하는 환경연합의 회원모임입니다. 주로 물과 물정책에 대한 주제로 토론과 댐, 하천에 대한 현장답사를
통해 우리나라의 현실을 짚어보고, 이를 바탕으로 바람직한 물관리 정책을 제안하고자 합니다. 관심있는 회원들의 참여를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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