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회원이야기

반듯하고 따뜻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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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운동연합 회원이 된 것은 오래 전 목동 쓰레기소각장 증설 반대 설명회를 듣고 나서다. 증설 반대 이유가 신문, 방송에서 보도한
대로 지역 이기주의가 아니라 비합리적이기 때문임을 알게 되어 동참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쓰레기 총량보다 소각장 규모가 더 크고,
더구나 앞으로 실행할 쓰레기 분리수거 후 쓰레기 양에 대한 조사가 선행되지 않았으며 다이옥신 등 유해가스를 걸러내지 못할 뿐 아니라
현재 분리수거하지 않고 등유를 부어 태운 뒤 40% 이상 남는 소각재와 어마어마한 폐수처리를 감안한다면 소각 방식 자체에 경제성이
없다는 내용으로 기억한다.

신선한 충격을 받은 나는 세 딸이 모두 어렸을 때이므로 다른 활동을 할 엄두는 못 내고 얼른 5천 원을 내는 회원이 되었다. 회원이
되고 나니까 매달 책을 보내주었는데, 5천 원으로는 책값도 안 될 것 같아 민망한 생각이 들었었다. 그러나 민망함도 잠시, 아이들이
초등학교에 들어가면서 숙제 자료로 훌륭하게 이용되는 것을 보고 흐뭇했다.

또 환경운동연합에서 주최하는 여러 행사를 통해 귀한 경험을 가졌다. 그 중에서도 우포늪 탐방은 잊을 수 없다. 늦은 밤에 도착한
터라 마을로 시끄럽게 들어가기가 미안해서 걸어가며 벌레소리도 듣자고 마을 밖에서부터 걸어 들어갔다. 발걸음도 조심하며 걸으니 꽤
여럿이 걷는데도 벌레소리, 바람소리, 맹꽁이소리가 정말 들렸다. 달빛 속에서 조용히 걷는 기분! 그리고 한참 가다 만난 내 달 그림자를
보고 나는 훌쩍 30년 전으로 돌아간 것처럼 가슴이 콩콩거렸다.

그 동안 전등 빛에 잊혀졌던 내 달 그림자는 해 그림자와는 다르게 야무졌다. 흙으로 된 길에 비치는 달빛과 딱 하나뿐인 내 달 그림자!
어릴 때 늦은 심부름을 가면서 친해졌다 무서웠다 하던 내 달 그림자! 가슴 콩콩거리다 불빛 환한 가게가 보이면 안도의 숨을 크게
한 번 쉬고 다시 집으로 돌아오는 골목에서 만났다 헤어졌다 하며 같이 오던 내 달 그림자! 까맣게 잊고 있던 내 달 그림자를 만난
우포늪은 그 아름다움과 더불어 내겐 무척 따뜻하게 남아 있다.

우리 아이들이 참가한 푸름이도 기억이 뚜렷하다. 둘째가 6학년 때 10박 11일이나 되는 한강 푸름이에 다녀와서 얼마나 좋아했는지
다음 해엔 세 딸 모두 섬진강 푸름이에 참여했고, 다음 해엔 중 3인 큰딸만 빠지고 두 딸이 동강 푸름이에, 다음 해엔 막내만 갯벌
푸름이에 참여했다. 몇 해 전에 고속도로에서 ‘태백 80km’라는 표지판을 보더니 둘째가 “11시간만 걸으면 가겠네.” 하고 아주
쉽게 말하는 걸 보고 깜짝 놀란 일이 있다. ‘11시간만 걸으면 가겠네’라니! 그건 순전히 푸름이 덕분이다. 문명의 발달로 사람이
잃어버린 능력이 참 많지만 그 중에서도 오래 걷는 능력을 잃는 것은 최소한의 비상대처 능력을 잃는 것 같아 안타깝던 나는 둘째의
그 말이 아주 든든했다.

회원의 밤 행사에서 아기염소 노래를 ‘메-에’ 하고 부르던 세 딸은 가족회원이 되었고, 이제 대학교 1학년, 고 3, 중 3으로
자랐다. 10주년을 맞아 하고 싶은 말을 물었더니 큰딸은 자연탐사, 이벤트성 행사보다 지속 가능한 실천운동을 더 해주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둘째 딸은 핵폐기장 반대, 동강댐 반대 같은 큰 사안에 따르는 활동도 좋지만 이제는 사람들의 의식을 변화시키는 데 더 중점을
두는 운동을 했으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셋째 딸은 푸름이 경험이 재미있었고 감사하다는 말을 전해달라고 했다. 덧붙여서 참가비가 좀
낮았으면 하는 친구와 부모들의 이야기도 전해달라고 했다.

나는 환경운동연합이 대외적으로 비난, 고발, 투쟁하는 단체가 아니라 공생, 조정, 화합하는 단체, 긍정적인 마인드의 단체라는 점이
더 부각되도록 노력하길 바란다. 예를 들어 사람들에게 큰 영향을 주는 방송매체의 출연자는 말씨, 억양, 태도를 주의한다든지 현수막의
색깔, 글씨체들도 따뜻하게 표현해볼 수 있겠다.

가장 쉬운 몫인 회비만 내는 최소한의 회원으로서, 많은 활동을 해내는 회원들과 활동가들에게 늘 감사하는 마음이다. 앞으로도 더욱
반듯하고 따뜻하게 환경운동연합이 발전하기를 깊이깊이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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