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회원이야기

[환경추천도서]꽃 – 윤후명의 식물이야기

첨부파일 열기첨부파일 닫기


계절이 가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습니다. 옷차림,
나날의 일기예보, 먼 산빛만 보아도. 거기에 자기만의 징후를 갖고 있는 사람은 계절의 변화가 더 풍요로울
것입니다. 아슴아슴한 꽃빛의 변화로 사계절의 흐름과 같이 하는 이 책의 저자처럼 말입니다. 꽃빛이 얼마나
다채로운지 저자의 이야기를 따라가보겠습니다.
(아래의 이야기는 대부분 책의 본문에서 따왔습니다.)


– 윤후명의 식물이야기

앵두나무 꽃그늘에서
벌떼들이 닝닝 날면
앵두가 다람다람 열리고
앞산의 다래나무가
호랑나비 날개짓에 꽃술을 털면
아기 다래가 앙글앙글 웃는다

‘다람다람’과 ‘앙글앙글’의 세계를 그리며 꿈꾸는 봄과의 사랑은 무엇인가.

모든 시간이 모여 있는 꽃 한송이의 시간. 슬픔과 괴로움, 기쁨과 즐거움. 우주가 비롯된 저 태고의 시간. 그래서
저자는 가만히 꽃송이를 들여다 보는 것일까. 꽃의 시간에 맞추어놓은 그의 시간. 열꽃 피운 홍역 중에 그만을 남기고
다 피난 떠난 마을에 대한 기억은 살구나무와 같이 살고 있다. 모진 현실뿐 아니라 그리움과 사랑을 같이 간직하고서.
살구나무 밑에서 그를 향해 방긋 웃고 있는 옆집 소녀 세화. 세화야, 곧 전쟁이 나서 너는 죽게 되어 있지만, 이
살구나무 밑에 있는 넌 안 죽어. 언제까지나 이 모습으로 ‘살구’ 있는 거야, 세화야. 나는 속삭인다. 그래. ‘살구’
말구. 그런가 하면 가슴아픈 전설들도 꽃과 함께 살아난다. 동자꽃. 동자승을 남기고 스님이 길을 떠난 사이 눈이 하염없이
내린다. 스님이 다시 돌아가기 어려울만큼. 다시 돌아왔을 때 동자승은 이미 싸늘한 주검으로 스님을 맞는다. 그 동자승이
고이 묻힌 자리에서 피어났다는 동자꽃. 그러나 그의 이야기의 맛은 꽃에 맞추어진 그의 시간이 줄줄이 엮여 나오는 데
있다. 동자꽃 전설에 엮여 나온 이야기. 어느 겨울 아내만 두메산골 집에 두고 남정네는 길을 나선다. 그러나 세월까지
묻어버린 눈으로 남정네는 돌아가지 못한다. 봄이 되어 길을 서두른 남정네는 소금장수와 만난다. 떠나온 곳을 묻자 소금장수는
두메산골 외딴집에 소금팔러 갔다가 눈에 갇혀 겨울을 거기서 살고 내려오는 길이라 한다. 바로 남정네의 집이다. 그
말에 남정네는 겨울 동안 자기 아내를 보살펴주어 고맙다고 답례하고 길을 재촉한다……

그런가 하면 ‘저만치 혼자서 피어 있’다가 퍼뜩퍼뜩 꾸준히 우리를 깨우치는
식물의 이야기가 자꾸만 뒷덜미를 잡아챈다. 페이지 뒤적이는 손이 저린다. 시대와 인간이 아무리 시시껄렁해진다 한들,
의연하고 심오한 꽃의, 식물의 세계. 그 식물을 지켜본 눈으로 저자는 사람들 눈알에 번득거리는 그지없이 나약한 애수를
보고, 쉽게 가서는 안 될 사람의 죽음을 추모하는 쪽물 들인 초혼가를 부르며, 풀꽃 같은 신부가 나이 사십에 든 풀꽃
묶음 부케의 내력을 들려준다.
꽃빛깔을 닮은 이야기들. 어디로 거슬러 올라가는 것일까. 어디에 그 뿌리와 수맥 닿아 있는 것일까.
나무에 달아맨 연등들을 보고 있으면 나무는 그 연등들을 하늘로, 하늘로 올리고 있는 것만 같다. 사람의 뜻을, 기도를
하늘로 연결해주는 나무는 무엇이었던가. 생명나무, 우주나무였다… 인간은 누구나 스스로의 생명나무를 키운다… 『무진기행』의
주인공이 밤길을 가면서 나무들의 모습이 너무 무서운 나머지 이 세상에 나무라는 게 없다면 얼마나 좋을까 했던 것이
생명나무의 모습을 더 절실하게 부각시킨다. 자기의 생명나무를 갖지 못한 사람은 하늘을 향해 기도하지 못한다. 그렇기에
작은 풀 한 포기, 작은 나무 한 그루가 귀중한 것이다…
그 나무는… 또 하늘의 뜻을 우리에게 내려줌으로써, 우리의 만남을 완성시켜준다고 여겼던 것입니다… 우리네 인간의 삶이란
한마디로 만남에서 비롯되며 그것은 하는 수 없이 헤어짐으로 마감됩니다… 그렇지만 당신이 내게 남긴 것은 무릇 이별이
주는 허무감 따위는 아니었습니다… 나는 다음과 같이 고백합니다.
사랑의 완성이란 어디에 있는가 하는 물음만이 우리에게 남아 영원히 우리를 꿈꾸게 하리라는 것을 믿으면서… 몇천만 년
꿈꾸어온 그 사랑의 완성의 뜻을 되새기면서… 당신과의 만남은 그처럼 아직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그것이 우리 삶의 의미이기
때문입니다.
다채롭다고 말한 그의 글은 그의 가을꽃처럼, 비장하기에 아름답다.

글 : 월간 함께사는길 기자 남화선


이형진에게 바톤을!!
이형진간사는 작년 시민참여팀에 있을 때부터 도시문제, 더 작게는 동네문제에 늘 관심을 갖고 현장에서 발로
뛰었으며 간사들의 소양을 위해 도시문제에 관한 좋은 자리를 많이 마련하기도 했습니다. 그런 문제를 모아
신문에 기고하려 썼던 칼럼 등의 교정도 제가 여러 번 봐준 적이 있습니다. 법률센터 이형진 간사가 이 지면을
통해 여러분에게 좋은 책을 소개하리라 생각합니다.

admin

(X) 회원이야기의 최신글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