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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가테와이케나이’ 사람들에게알리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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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원봉사자 최성림

“10년 동안 공직 생활을 했지만, 왜 다들 아시잖아요……. 국민의 공복으로서 느껴야
할 보람이나 의미를 더 이상 찾을 수가 없더라고요.” 삶의 깊이를 조금이나마 알게 된 나이가 되었구나 생각했더니, 피부로 느낄
수 있는 보람이나 즐거움이 절실하게 필요해지더라는 김성림 씨는 일본의 반핵 평화, 안전한 먹을거리 운동 등 우리나라 환경운동에
필요한 사례를 번역하기도 하고, 일본과의 연대에 꼭 필요한 의사소통의 역할도 맡아 주시는 소중한 재원입니다.

Q.
한동안 못 뵈었죠? 너무 반갑습니다. 그 동안 많이 바쁘셨죠?

A.
예, 참 미안스럽게도 8개월 동안이나 쉬었네요. 둘째 아이는 너무 어려 온종일 엄마 손을
타야 하고, 그러다 보니 본의 아니게 일감도 소홀하게 되고……. 아무튼 잠깐 쉬기로 결정한 것은 잘한 것 같은데, 항상 마음
한 켠엔 죄송함이 있었지요. 담당 간사가 활동과 소식을 꾸준히 보내주는 것이 참 고맙기도 했지만, 꼭 다시 활동하겠다는 생각을
굳히게 해주더군요. 날 버리지 않았구나, 뭐 이런 소속감을 갖게 해주었다고 할까요? 그래서인지 이렇게 다시 시작하게 되어 마음이
홀가분해져서 너무 좋아요.

Q.
어찌하여 그런 말씀을! 저희만 생각하고 계속
업무를 드렸다면, 아마도 선생님을 길게 보지는 못했을 겁니다. 들어는 보셨나요? ‘안정된 생활이 탄탄한 자원활동을 보장한다.’
하하하! 농담이지만, 꼭 필요하고 아주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A.
아, 물론이죠. 아마도 간사들의 눈치를 보느라 무리했다면, 포기했을 수도 있었겠지요.
어쨌든 정작 회원이었을 때는 ‘의무’(?)를 다하겠다는 생각을 못 했었는데, 자원활동을 하면서 많이 달라졌어요. 회비 납부는
기본이고, 실천과 참여는 필수라고 말하면 너무 잘난 척이 심한가요? 호호호. 그래도 계속할랍니다. 아이들을 키우면서 공기나 물,
지구 이런 단어들이 너무 절실해지면서, 뭔가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해야겠다는 결심이 섰다고나 할까요. 그러다가 홈페이지를 보게
되었고, 일본어 번역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Q.
선생님의 능력이 환경운동에 큰 힘을 주고 있다는
보람도 있지만, 가끔은 부담스럽지 않으세요? 아이들과 함께하는 일상은 차분하게 집중하는 시간을 기대하기 힘들잖아요. 그러다 보면
직업이 아닌만큼 조금은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쉽게 들 수도 있고…….

A.
일본어 번역은 제가 좋아하는 일이에요. 게다가 직업이 아니기 때문에 스트레스는
거의 없고요. 그리고 둘째 아이가 돌 전이라 누워 있는 시간이 많으니 별 어려움은 없었지요. 그런데 걸음마를 시작하면서부터 시간
내는 것이 갈수록 어려워지더군요. 그래서 생각해낸 방법이 모든 식구가 잠든 한밤중에 작업하는 것이었죠. 아니나 다를까, 이젠
남편이 장난스럽게 불평을 하더라고요. 혼자 자기 싫다는 거죠. 한두 번을 넘어서다 보니 불평이 장난처럼 들리지 않았고, 미안한
마음도 생겼고……. 그래서 미안하지만 중단하기로 결정했답니다.

Q.
매우 힘겨운 문제이죠. 하지만 ‘여자 팔자’로서
당연한 일상으로 넘겨버리니 더욱 어려운 것 같아요.

A.
고비는 넘긴 셈이죠. 아이가 세 살인데, ‘엄마 공부해야 해요.’하면
끄덕끄덕 협조해 준답니다. 물론 친척 할머니가 안 계시면 여전히 힘들었겠죠.

Q.
여자의 일은 할머니의 육아로 인해 성공 여부가
결정된다 해도 과언이 아닌 것 같아요.
이제 얘기의 방향을 바꾸어 보죠. 일 년이 넘도록 작업을 해주시는 ‘가테와이케나이’, 험난함 속에서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아 주셔서
무지무지 고맙습니다. 두꺼운 책이라 부담이 클 것 같아 네 분께 부탁을 드렸는데, 두 분이 중간에 포기하시고 한 분은 개인 사정
때문에 종료하셨는데도 선생님께서는 마무리를 꼭 하시겠다는 결의(?)를 보여주셔서 너무나 감사합니다.

A.
‘결의’라기보다 ‘책임감’이라고 해야겠죠. 20대 때처럼 하고 싶은 일이
넘쳐 이것도 저것도 기웃거리는 왕성한 나이는 지났잖아요. 어떤 일이든지 차분함으로 깊이를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이 많아요. 물론
천성적인 성격도 한몫을 하는 것이지만, 어쨌든 번역 일이 즐거우니까 가능한 것이지요. 보통 번역을 하시는 분들은 모두가 동감하겠지만,
외국어 책을 보면 내용상, 문맥상 일관된 흐름이 있어요. 그런데 두껍다고 해서 여러 사람이 함께 하다 보면, 그걸 살리기가 어려워지는
거죠. 그래서 힘들지만 욕심을 내는 것이기도 하답니다. 그리고 업무량도 생각하기 나름이에요. 학교 다닐 때 리포트 쓰잖아요.
양이 적다고 일찍 내고, 많다고 늦게 내나요? 항상 미루고 미루다 제출 날짜가 되어서야 쓰잖아요. 비슷하다고 생각합니다.
무엇보다도 내용이 참 맘에 들어요. 우리말로 옮기면, 『사서는 안 되는 것들』이랍니다. 그중에서도 생활용품. 그중에서도 먹을거리가
많지요. 오랫동안 환경을 생각하는 회원이었고, 자원활동을 하는 운동가이면서, 어~ 맞나요? 호호호! 쑥스럽네요. 어쨌든 일상에서
의식적으로, 또는 무의식적으로 무시하면서 지나쳤던 것들을 작업 과정에서 많이 얻었답니다. 의식과 생활이 달라지는 건 당연하고요.
또 하나 보람 있는 변화는 큰아이가 3학년인데 학교에서 이해하지 못하는 것들이나, 놓치는 것들을 쉽게 설명해 주는 경지까지 올랐더라고요.
쉽지는 않죠. 현실에서는 환경을 얘기하지만, 분리수거의 문제라든지, 공작 수업에 사용되는 것이 대부분 일회용품이라든지, 하지만
현실을 최대한 조절하면서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Q.
선생님은 환경운동가입니다. 자부심을 가져주세요. 아이한테는 엄마가 최적의 환경 교사인 셈이네요. 남편의 불만은
조절하신 거죠?

A.
그럼요. 서로가 하고 싶은 일과 해야 할 일을 존중하지 못하면 무척 힘들잖아요.
심각한 불만은 아니에요. 제가 도리어 미안해서 그런 거지. 가끔 농담삼아 얘기하는 것이 ‘돈 되는 것을 그렇게 열심히 했다면
꽤 벌었을 텐데…….’ 그래도 생활의 불편을 최소화해 달라는 주문은 확실하게 하지만, 불편하게 하지는 않아요. 남편에게도 말했어요.
번역을 하면서 생각보다 많은 공부가 되더라고요. ‘돈벌이’번역도 병행하고 있는데, 쉽게 접할 수 없었던 내용은 물론이거니와 단어
수준도 향상되는 점은 또 다른 보람이며 수확이랍니다. 예를 들면, 반핵 운동의 자료 번역 중 사전을 찾아가면서 ‘낮은 레벨의
방사능’이라고 표현했는데 ‘저준위’라는 전문 용어로 표현한다는 걸 나중에야 알았어요. 그래서 ‘환경 공부를 꾸준히 해야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고, 신문을 보더라도 환경 기사를 꼼꼼히 보게 되기도 했고요.

Q.
먹을거리, 핵 반대, 또 지난 여름에 일본 변호사들이 환경연합을 방문했을 때에도 ‘눈부신 활약’을 하셨는데, 그때는
대기오염 문제였지요? 짧은 활동 기간에 비해 여러 사안을 접하셨을 뿐만 아니라 내용까지도 이해하는 수준이라면, 배움이 큰 수확이네요.

A.
맞아요. 하지만 이해 수준까지는 아니에요. 시작이죠. 호호호!
일본인 변호사들의 열정에 감동받았던 기억이 나네요. ‘북한산 관통도로 반대운동’의 법적 대응의 일환으로 일본에서 도로 건설로
인한 대기오염의 심각한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 전문가들이 어떻게 대처했는지의 성공 사례를 배우기 위한 초청 방문이었죠. 큰 간선도로에서
100m 떨어진 주택과 200m 떨어진 주택의 사람들의 천식 발병률, 아토피성 피부염인 아이를 낳을 확률 등 많은 내용을 알게
되어 좋았지만, 오싹해지더군요.

Q.
‘다음에 사라질 종은 바로 인간일 수도 있습니다.’ 이런 방송 프로그램의 카피가 떠오르네요. 긴 말씀 감사드립니다.
마무리 한마디 해주세요.

A.
처음 들어섰을 때 많이 낯설었어요. 사무실에 신발을 벗고 들어간다는 것까지도
왠지 불안을 가중시키더라고요. 이제는 오랜만에 왔는데도 참 익숙해요. 이웃이나 친구를 만날 때 나 입을 법한 옷차림들, 뛰는
걸음걸이와 큰 소리로 부르며 주고받는 대화들이 난무하는 어수선함 속에서 활기를 느낀답니다. 애정도 많아졌다고나 할까요. 쌓여
있는 폐지와 사용한 컵들을 보면 시간을 좀 내서 치워주어야 할 텐데……. 이런 풍경에 익숙해지면 이런 생각을 하게 돼요. ‘아,
이곳은 내가 할 일이 많겠구나!’ 결론은 벗어날 수가 없다는 것이겠죠.
호호호! 끝났죠? 홍명보 선수 사진 좀 얻고 싶은데…….

“완벽한 실천을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은 오래가지 않아요. 하나씩 하나씩 조그만 실천부터
하다 보면 나도 주변도 어느 샌가 변해 있어요”라는 당부를 주부 회원들에게 해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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