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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추천도서] 편도나무야, 나에게 신에 대해 이야기해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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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황(恐慌)을 뜻하는 패닉(panic)은 판 신의 이름에서 비롯되었단다.
낮이나 한밤중에 수면을 방해받으면 그는 무섭게 소리를 지르며 화를 낸다고 한다. 기원전 490년의 마라톤 전쟁 때 페르시아 군대가
판 신의 고함소리에 놀라 패주했다는 기록은 그의 분노가 얼마나 대단한지를 짐작케 한다.
한낮이나 한밤중에 만약 여러분들이 숲속을 찾게 된다면, 부탁컨대 반드시 발소리를 죽이고 침묵을 지키도록 하자. 나무와 시냇물과
샘의 요정들을 좇는 꿈에 취한 판은 꿈 속의 애욕과 몽정에 몸을 떨고 있다. 그가 잠을 깬다면 사나워질 것이다. 숲이 몸서리를
칠 것이다.

식물과 인간을 동일시했던 옛사람들의 생각은 ‘나무들의 결혼’이라는 의식을 통해 보다 극명하게 드러난다. 그들은 나무도 사람과
똑같이 결혼을 하고 아이를 갖는다고 믿었다. 인도의 어떤 지역에서는 나무의 결혼을 사람들의 혼례와 함께 실시하기도 했다.(…)
우리나라에도 나무 시집보내기, 즉 가수(嫁樹)라는 풍습이 있다. 이 행사는 정월 대보름 전날이나 단옷날에 치러지는데, 암나무의
Y자 모양으로 갈라진 아래쪽 줄기 사이에다 굵고 기인 돌(이때 돌은 남근의 상징이다)을 끼워주는 것이다. 특히, 대추의 풍년을
기원하기 위해 행해지는 이 풍습에는 과학적으로 타당한 근거가 있다고 식물학자들은 말한다. 과일나무는 줄기와 잎 속에 탄소의 양이
많고 질소가 적을 때 열매를 많이 맺는다고 한다. 그런데 줄기 중간에 돌을 끼워둠으로써 잎에서 만들어진 탄소가 아래로 내려가는
것을 막고, 뿌리에서 만들어진 질소가 위로 올라가는 것을 줄이게 된다. 그 결과 풍부한 탄소의 양으로 결실이 늘어난다는 것이다.
이밖에도 ‘나무 간지럼 태우기’란 풍습이 전해오는데, 이 또한 나무와 인간을 동일시한 사고에서 비롯되었다. 봄철에 과일나무에
물이 오르면 기다란 장대를 들고 나가 Y자 모양의 가지를 긁어 나무의 성감대를 자극시켜주는 것이다.
이렇게 결혼을 하여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은 나무는 임산부와 똑같은 대접을 받는다.

도서출판 도요새
/ 편도나무야, 나에게 신에 대해 이야기해다오. 본문中에서..







저자소개

김영래 / 1963년 부산에서 태어나 중동고등학교를 중퇴했다. 1997년 『동서문학』 신인상에 「소금쟁이」
외 4편의 시가 당선되면서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약 7년간의 창작과정을 거쳐 완성한 작품 『숲의 왕』으로 제5회 문학동네소설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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