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회원이야기

[영화속의 환경] ‘센과 치히로의행방불명’을 보고

첨부파일 열기첨부파일 닫기

더운 여름, 산으로 바다로 떠나는 휴가도 좋지만 의미있는
영화 한편 어떠세요? 지난 7월 ‘환경영화모임’이 새롭게 만들어졌습니다. 회원이신 이준석님께서
얼마전에 개봉한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을 추천해 주셨습니다.

내가 유년시절을 보낸 곳은 수유리, 흔히 그 이름에서 깨끗한 물과 숲을 떠올리는
곳. 집 뒷편의 야산-빡빡산은 절반은 민둥산이었지만, 나머지 절반에는 숲이 울창했다. 여름이면 하늘소를 잡을 수도 있고,
반딧불도 볼 수 있었다. 여름밤에 더위를 피하려 가족과 가끔 산에 오르면 사방에 귀신들이 돌아다니고 있는 것 같아 어머니의
다리에 매달렸던 기억이 아득하다.
그곳에도 개발의 바람이 불어 이젠 그 흔적을 찾을 수 없다. 집앞을 흐르던 개천은 복개되어 아스팔트 도로로 바뀌었다. 과연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그 도로 아래 개천이 흐르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을까? 어린 마음엔 개천이 없어져 도로가 생기는 것이
그렇게 좋았다. 복개되는 동안 그 넓은 도로는 우리에게 운동장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느 날 복개가 완료되고 수많은 차량들이
그 도로를 점거할 무렵 나는 이사했다.
몇 년전인가 그곳에 들려보았다. 20년의 시간은 마술처럼 많은 건물들과 도로, 차량들로 그곳을 뒤덮어 버렸다. 하지만 고속으로
질주하는 차량들을 옆에 끼고, 도로 옆에 서서 눈을 감으면 유년의 기억이 가만히 내게 다가왔다. 그래, 저기에서 내가 우리집
강아지 해피를 물속에 밀어 넣었지. 저기가 약숫터로 오르는 길이었다. 아, 저 언덕에서 눈싸움을 하다가 눈썰매를 탔었지.
그리고 몇 주전에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이라는 작품을 감상했다. 이 영화는 거장 미야자키 하야오의 최근 애니메이션이며,
무엇보다 작고 겁많던 어린 나로 통하는 마술 지팡이이기도 했다. 어쩜 그렇게 많은 신령들이 이 세상을 가득 채우고 있을까?
밤이 되면 그 신령들은 휴식을 취하기 위해 여관으로 몰려든다. 혹시 당신도 어릴 적에 그런 꿈을 가지고 있지 않았던가? 그리고
혹시 우리는 맑고 깨끗한 ‘강물의 신’을 악취풍기는 ‘오물의 신’으로 만드는데 혼신의 힘을 다하고 있지는 않았나? 그렇게
우리는 과거를 망각하고, 이 현대에 새로운 이름을 부여받고 살고 있지는 않은가? 혈연, 지연, 학연 등등 우리를 규정하고
있는 수많은 새 이름들이 그 해맑던 어린 시절을 망각하게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우리는 주말이면, 휴가철이면 한사코 도심을 탈출하려 발버둥친다. 조금이나마 맑은 공기, 깨끗한 환경을 맛보고 싶어서이다.
그런데 우리는 왜 도심에서 맘껏 호흡하기 위해서는 아무런 고민도 하고 있지 않을까? 환경을 살리는 길, 환경을 보존하려는
작은 노력들. 이제 이것은 우리와 우리의 자녀들에게 생존의 문제가 되어가고 있지 않은가 싶다. 환경의 문제가 나와 내 가족에
절실하다는 것을 그 동안 얼마나 잊고 살았는지…
4륜 구동의 고급 승용차를 타고 산과 강을 찾으며 기름진 음식으로 배를 채울 때, 이 영화를 떠올린다면 가슴 철렁할 것이다.
아, 나는 얼마나 탐욕스럽게 내 배를 채우는 데만 몰두하고 있었나? 아, 정말 나는 한 마리 돼지에 불과하였구나! 오늘 당신이
돼지인지, 아니면 그 맑고 깨끗한 센과 치히로인지 감별하기 위해서, 이 영화를 감상할 것을 권유해본다.

admin

admin

(X) 회원이야기의 최신글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