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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길을 가꾸는 기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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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에
그런 시절이 있었습니다. 쉴 새 없이 석탄을 퍼 넣는 부지런한 팔의 힘으로, 경적을 울리며, 하얀 연기를 내뿜으며 칙칙폭폭, 기차가
달리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 때부터 지금까지 35년을 한결같이, 기관사에서 꽃길 정원사로, 청량리 노변을 아름답게 가꾸어온 손석학(73)
할아버지를 만났습니다. 할아버지를 만나던 날은 개나리며 진달래가 물이 오를 대로 올라 제 자태를 한껏 뽐내고 있었습니다. 전부 할아버지께서
가꾸신 거라 했습니다.

기관사로 일하던 때, 장마가 지면 땅이 깎여 나가 기차가 나가지 못했어. 그래,
축대를 짓자, 이왕이면 축대 밑에 예쁜 꽃도 심자, 이런 생각을 했는데, 마침 당시(1967년) 시장이던 김현옥씨의 청량리역
정화작업 지시도 내려져서 본격적으로 가꾸기 시작한 거지. 그 때는 아주 엉망이었어. 주변에는 동네 사람들이 버리고 간 쓰레기만
가득했지 지금과는 아주 딴판이었어.

“괴로우나 즐거우나 나라 사랑하세”, “무궁화 삼천리 화려강산” 이라는 애국가 구절에
가장 부합하는, 애국하는 길이 이 길이 아니겠느냐 말씀하시는 할아버지는, 그러나 지금까지 그다지 환영을 받고 계시지는 못합니다.
여전히 쓰레기를 내다버리는 사람들에게나, 거드름을 피우며 높은 의자에 앉아만 있는 구청직원들에게 쓴 소리를 서슴지 않고 하시기
때문입니다. 그런 할아버지께 가장 보람된 순간은 꽃이 만개하는 그 순간이라고 하셨습니다.

말 못하는 생물이지만, 살아있는 것은 무엇이나 한번은 만천하에 그 아름다움을 과시할
때가 있는게야. 이 꽃들에게는 지금이 바로 그 순간이지.

그렇게 웃으시는 할아버지의 얼굴엔 주름이 가득하고, 손은 못이 잔뜩 박혀 투박하기
이를 데 없습니다. 땀과 노동으로 빚어진 그런 손입니다. 아무도 알아주는 이 없어도 꽃이 피는 그 순간이 가장 즐겁다는 할아버지께,
사람들은 무관심과 무시로 대답을 합니다. 이런 세상에 대해 할아버지께서는 울분을 토합니다.

“세상은 열심히, 부지런히 일하는 사람들은, 돈도 없고 권력도 없다고 알아주지도
않아. 이때껏 별다른 거 바라지도 않고 꽃을 가꾸어 왔는데, 구청에서는 되려 멋대로 꽃을 심어놓고 지원을 요청하느냐고 해.”

이런 태도는 우리가 환경을 대하는 태도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결과가 아닌가 합니다.
할아버지께서는 따끔하게 한마디 더 일침을 놓으십니다.

“배웠다는 사람들이, 젊은 사람들이 더 하는 것 같아. 벚꽃놀이 나왔다는 사람들이
나무 밑에 쓰레기를 그대로 버리고 가는 걸 보면 참 기가 막히지. 35년 전 이 일을 처음 시작했을 때나 지금이나 달라진 게
거의 없어. 배운 사람들이, 젊은 사람들이 달라져야 한단 말이지. 고향의 봄에 나오는 구절을 생각해 봐. ”꽃피는 산골“은 그저
그리워만 할 대상이 아니야. 우리가 아름다운 녹색도시를 가꾸어 나가면 그게 바로 꽃피는 산골이 아니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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