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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부 친구들에게 힘이 되어 주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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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가 시작되고 5분 정도가 지나자 공중파 방송에서 방영하는 환경다큐멘타리가 떠올랐다. 새만금의 아름다운 풍광과 거친 현장음이
아닌 낭랑한 나레이터의 목소리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영화가 종반으로 접어들자 내 속에서는 슬그머니 죄스러움이 솟아났고,
시사회로부터 열흘 정도가 지난 지금은 새만금이라는 말만 들어도 파블로프의 개처럼 안타까움과 절박함이 뒤범벅된 감정이 저절로 솟아나곤
한다. 부끄럽게도 아직 새만금에 가보지 못한 나에게 말이다.

그동안 새만금이 가지는 자연생태학적 가치나 농경지에 비할 수 없는 높은 경제학적 가치는 무수히 들어왔다. 그러나 정작 그곳에
뿌리내려 살고 있는 어부들의 삶을 접해 볼 기회는 거의 없었다. 이강길 감독은 그렇게 새만금이라는 말에 가린 채 제대로 조명되지
못한 어부들의 아픔을 좇아 지난 이년을 그들과 함께 했다고 한다.
“다큐 속 고철환교수도 그랬지만, 새만금이라는 곳은 굉장히 특수하고, 희귀한 곳이라고 생각해요. 그곳 주민이 뻘에서
조개, 대합 팔아 자식 대학공부까지 시켜도 또 다음 세대의 사람과 다른 생명체가 공존할 수 있는 곳이 새만금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그렇게 거대한 생명계의 조화로운 한 부분으로 자리잡은 그곳 주민들의 삶이 지금 만신창이로 찢기워지고 있는 것입니다. 새만금이
제아무리 아름답게 보존되어도 그곳에 뿌리내린 어부들의 삶이 없다면 저는 아무 의미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모두들 새만금을 잊고
있었을 때 그곳을 지킨 사람들이 바로 어부들이었습니다.”

애초에 그는 자연에 순응하며 살아가는 어부의 삶을 담기 위해 새만금에 내려갔다고 한다.
“독립다큐의 이상 중 하나는 최대한 찍는 대상의 삶에 가까이가야 한다는 것입니다. 카메라가 흔들리느냐 마느냐는 그 다음
문제에요. 실제로 촬영을 하면서 나는 어부가 아니고 몸 전체로 그들과 하나가 되지 못한다는 것이 의식될 때가 제일 힘들었습니다.
일례로 그 곳 분들은 매일매일 조금씩 바뀌는 물때를 시계가 없이도 귀신같이 알고 그 때에 맞추어 생활합니다. 그렇게 자연과 하나가
된 감수성까지 담아내고 싶지만 한계를 느낄 때가 많았습니다.”

그는 환경단체에 대한 발언에 있어서도 그 냉철함의 수위를 낮추지 않았다.
“그동안 환경단체들이 참 크고 많은 일들을 해 왔습니다. 제가 감히 비판할 위치가 아니지요. 그러나 지역 주민과 함께 하고 그들의
정서를 반영하는 것을 고민하지 않은 채 환경의 원칙론만 내세우면서 자기단체의 중심성만 고수한다면 그건 개발론자의 논리와 그리
멀리 떨어진 모습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곳 주민의 절박한 생존의 목소리는 듣지 않으면서 허황한 장밋빛 미래만을 흘리고 있는
것이 개발론자의 모습이니까요.”
수몰위험으로부터는 벗어났으나 주민의 삶이 파헤쳐지고 업자들의 개발에 몸살을 앓고 있는 동강을 생각할 때 뼈아프게 들리지 않을
수 없는 말이었다.
“독립영화를 하는데 있어서 자본으로부터의 독립이냐, 아니냐는 역시 부차적인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어떠한 형태로든지 모든
권력으로부터 자유로워야 하고, 그 정신의 독립성을 지키는 것이 관건이지요.”
그는 이미 영화의 수단으로부터도 자유로워져 있었다. 경비 마련을 위해 생살 같은 카메라, 편집기도 모두 팔아치운 상태라고 했다.
그리고 그렇게 홀가분한 감독을 맞기 위해 밤늦은 시각 시사회장에는 그에게 버스비를 꾸어주곤 하던 친구 셋이 나란히 와 있었다.
인터뷰 내내 감독이 기자를 재촉했던 건 바로 그들 때문이었을 것이다.

글 : 남화선 기자
사진 : 허철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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