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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땅에서 들려주는 생명의 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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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요즘 2년 전에 읽었던 책 한 권을 다시 꺼내
읽고 있습니다. 『모래군의 열두 달』이란 책이죠. 모래땅에 사계절의 변화가
있다는 것이 믿기지 않죠. 그러나 모래군의 열 두달은 결코 역설적인 표현이
아닙니다.
레오폴드는 이미 생명의 근거들이 사라진 모래바람 부는 황무지에서도 자연의 경이로운
생명력과 계절의 변화를 읽어냅니다. 아니, 어쩌면 자연과의 깊은 내면적 교감을
통해 모래땅에서도 계절의 생명을 ‘살려낸다’는 표현이 어울릴 것 같죠.
그래서 오늘은 제가 가장 감명 깊게 읽은 책 한 권을 소개해 드리고자 합니다.
‘알도 레오폴드’가 쓴 책인데, 우리나라에는 『모래군의 열두 달(도서출판 따님)』,
『모래땅의 사계(푸른숲)』 등이란 제목으로 출간이 되었습니다.
이 책이 미국자연보호운동의 고전이자 ‘현대 환경운동의 바이블’로 칭송 받는
이유는 역시, 끊임없는 생태계의 진화와 역사를 가장 척박한 땅에서 가장 풍성한
생명의 드라마로 엮어냈기 때문입니다. 생명의 신비에 대한 레오폴드의 무한한
관심과 깊이는 이미 학술적 탐구의 영역을 넘어 공존의 연대감에서 솟아나는 자연에
대한 본원적인 애정이라 할 수 있죠.
이 책은 이미 50여 년 전에 출간된 책입니다. 하지만 우리의 심연에 여전히
설득력 있는 메시지로 다가오는 것은 이 책의 중심 주제가 오늘날에도 변함없는
인류의 가치를 담고 있기 때문이죠. 인류의 ‘가학적 문명’은 계속되고 있으며
그럴수록 인류의 위기의식과 회귀본능 또한 점점 더 강렬해지기 때문입니다.
레오폴드는 자연은 보호의 ‘피동적 객체’ 혹은 ‘타자’가 아니라 인간 삶의
본질이자 풍요로움에 대한 척도라고 주장합니다. 인간은 진화의 오디세이에서 다른
생물들의 동료 항해자일 뿐이라는 것이죠.

슬픈 서정에서 자연보호의
미학으로

『모래땅의 사계』는 크게 3부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1부는 자연과의
생생한 대화를 풀어놓은 에세이라면, 2부는 환경문제에 대한 여러 가지 장면들을
개인적인 의견으로, 혹은 정책 입안자의 입장에서 보다 실체적으로 접근한
기행문 모음이죠. 마지막 3부 ‘귀결’은 1부와 2부의 연장선에서 환경적,
생태적인 논지들을 마치 금언처럼 결론적으로 정리한 글입니다.
제1부 「모래군의 열 두달」은 1935년 이후 레오폴드가 경험했던 위스콘신
강변의 한 황폐한 농장생활을 스케치한 것입니다. 1월부터 12월까지 그의
섬세한 눈길이 닿는 곳마다 백지 같은 모래땅의 화폭에는 ‘자연’이라는 역동적인
세밀화가 신비롭게 그려지죠. 모래땅이 하나의 거대한 생명공동체로 부활하는
것입니다.

제 2부에서 그는 진화론적인 역사 인식을 분명하게 드러내고 있는데, 사라지는
것들에 대한 슬픔(그러나 절망적이지 않는)을 탁월한 문학적 감수성으로 풀어내고
있습니다. 레오폴드의 심오하고 서정적인 논리에 경탄할 따름이죠. 그러나
이 또한 현대사회에서는 역설적이게도 생태계 파괴에 대한 고발과 염려인 것처럼
느껴집니다.
마지막 제 3부는 레오폴드의 토지윤리가 집약적으로 녹아 있습니다. 우선
‘보전의 미학’은 여가활동에 대한 총론입니다. 그는 야외여가활동은 자원을
소모하는 초보단계에서 시작해 스스로 만족감을 창출하여 대지나 다른 생명체에는
전혀 혹은 거의 손상을 입히지 않는 높은 단계를 향해 이동하며 진화한다고
분석하죠. 하지만 지금처럼 길이 넓어지고 교통망만이 확대되면 자연과 야외

가활동은 모두가 파괴될 수 있다고 예언처럼 경고하는 것도 잊지 않습니다.

결코 추상적 노트가 아닌, 발로 뛰며 몸으로 체화한 레오폴드의 충만한 진실,
어쩌면 그래서 그의 목소리가 우리에게 더욱 아픈 채찍으로 다가오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내가 또 다시 이 책을 읽는 것도 이 책이 갖는 묘한 이중성
때문입니다. 즉, 눈부신 서정으로 읽히면서도 시간이 흐를수록 슬픔으로 다가오며
오히려 끝없는 자기반성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죠.
레오폴드의 기행은 끝나지 않은 여정입니다. 자연을 보는 섬세한 눈과 몰입은
마치 본능처럼 길들여지지 않으면 불가능한 일이죠. 그것은 자기 중심적인,
혹은 인간 중심적인 ‘지배의 사고’를 떨어내는 지독한 훈련의 과정을 거친
후에나 가능하지 않을까요.

김달수 고양환경연합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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