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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석같이 예쁜 오리가 우리곁에 있었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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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뜻하지 않은 연락을 받았다. 푸름이 기자단이 따로 철새탐조를 가는데 참가하라는 간사님의 전화에, 깜박 잊고 있던 일정이 생각나 급히 탐조 준비를 했다. 지난번에도 중랑천으로 철새탐조를 간 적이 있었는데, 심하게 오염된 하천의 모습에 철새는 몇 마리 보지 못한채 추위에 떨며 아쉽게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그 때의 기억을 생각하면 약간 걱정되었지만 이번에는 그나마 오염이 덜 되었다는 탄천으로, 야생동물을 담당하시는 마용운 간사님과 함께 가는 것이니 작은 기대를 가지고 새 도감과 쌍안경 등을 챙겼다.

탐조의 날, 14일 아침이 밝았다. 이런… 평소 습관대로 늦잠을 자고만 것이다. 허둥지둥 간사님께 연락하고 서둘러 식사를 한 후 환경연합 사무실로 향했다. 다행히도 그리 늦지 않게 도착하여 다른 친구들이 오길 기다렸다. 지하철에서 깜박 졸았다는 동생들 때문에 일정이 늦어지긴 했지만 우리 기자단끼리의 소박한 시간을 만들 기대에 부풀어 한껏 들뜬 기분으로 힘든 줄도 모르고 점심 무렵 탄천과 가까운 있는 복정역에 도착했다.

하지만 기대와는 달리 철새들은 보이지 않고 오직 엄청난 속도로 질주하는 자동차들만이 철새의 울음소리를 대신하고 있었다. 도로 아래에 위치한 하천 상류에는 어디서 흘러왔는지 모를 폐수와 각종 생활 쓰레기가 있었고, 악취가 풍기는 물 속에는 시퍼런 조류만이 물결치고 있었다. 눈살을 찌푸리고 걸어가는데 우리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은 탄천이 드디어 제 모습을 드러냈다. 비록 위협하는 요인들이 군데군데 있긴 했지만 비교적 자연적인 모습의 하천을 만나게 된 것이다.

제일 먼저 우리를 반긴 것은 책과 TV에서만 보아왔던 논병아리 한 쌍이었다. 뛰어난 자맥질 솜씨로 먹이를 낚아 올리고 유유히 물위를 헤엄쳐나가는 논병아리의 모습은 마치 물과 하나가 된 듯 했다. 논병아리를 관찰한 다음 갈대 숲이 무성한 강가로 내려갔다. 사람들이 다닌 흔적이 있었지만 금새 새로운 생명의 흔적을 발견할 수 있었다. 너구리의 배설물로 보이는 여러 덩이의 똥이었는데, TV에서 보아왔던 너구리생포작전의 주인공이라도 된 듯 자세히 관찰해 보았다. 배설물 속에서는 동물의 털과 쌀겨, 흙, 마른 풀 들이 보였는데 어떤 동물의 배설물인지 전문가께 의뢰해 보기로 하였다.

이어서 위엄 있는 자태의 왜가리 6마리를 발견했다. 강가 모래톱에서 쉬고있는 왜가리는 잿빛과 검정색, 흰색이 어우러진 개성 있고 아름다운 모습이었는데 자세히 관찰해보니 헝클어진 깃털이 무척 애처로워 보였다. 그 옆에는 흰뺨검둥오리 한 마리가 다른 몇몇 오리들과 함께 쉬고 있었다. 망원경으로 보다 자세히 관찰해본 흰뺨검둥오리는 부리 끝이 노랗고 꽁지깃과 양쪽 뺨이 귀엽게도 하얀 색을 띄고 있었다. 우리가 관찰하고 있었던 곳 옆쪽에서 나무에서 보초라도 서있는 듯 한참을 두리번거리고 있었던 멧비둘기도 찾아 볼 수 있었다. 한 마리였지만 깃털 끝마다 살짝 물들여진 주황색의 화려한 빛깔은 매우 강렬했다. 길가에서 가까이 다가가도 날아가지 않는 까치에 비해 왜가리와 오리들은 우리가 가까이 관찰하려고 조금만 다가가도 금새 날아가 버렸다. 하지만 큰 날개를 이용해서 바람을 타는 듯 아름답게 비행하는 왜가리의 자태와 오리들의 군무는 역시 잊혀지지 않을 볼거리였다.

잠시 탐조를 멈추고 식사시간, 마치 한 가족처럼 나눠먹는 동안 우리끼리의 여행은 그 소박하고 아담한 추억으로 가득 차고 있었다. 다시 시작한 탐조에서 말똥가리로 보이는 맹금류와 함께 목과 배가 하얀 고방오리도 발견했다. 이어서 눈에 띈 넙적 부리는 초록 머리, 하얀 가슴과 암수가 구분되는 색깔, 넓적한 부리로 시선을 사로잡았다. 작은 몸집의 파도치듯 날아가는 할미새는 미처 관찰하기도 전에 사라졌고, 논병아리는 우리의 탐조를 돕기라도 하듯 계속 강가를 헤엄쳐 다녔다. 곧이어 우리의 가장 큰 주목을 받은 쇠오리가 모습을 드러냈다. 붉은 머리에 눈 주위는 초록색, 흰 테가 있고 꽁지에는 노란 삼각팬티를 입었다는 쇠오리에 대한 간사님의 설명에 모두들 웃음을 터뜨렸다. 하지만 이렇게 특색 있고 화려한 쇠오리의 자태는 결코 웃음거리가 아니었다. 오히려 경이를 갖고 지켜보아야 할만큼 아름다운 오리였다. 이렇게 보석같이 예쁜 오리가 우리 곁에 있었다니…
관찰을 마치고 떠나려는 우리를 마지막으로 놀라게 한 꿩(장끼)의 요란한 울음소리와 크고 멋진 자태는 지금도 뇌리에 선하다.

다시 강가를 따라 돌아오는 길, 정말 하나하나가 모두 보석같이 자기만의 멋을 갖고, 소박한 우리의 정서를 닮기라도 한 듯 친근하게 느껴졌다. 평소에 모르고 지나쳤던 많은 새들에게 새로이 관심을 갖고 지켜보게 된 소중한 계기가 된 것 같다. 열악한 환경에서 살고 있는 철새들을 위해 관심을 넓혀 사랑하고 그들을 위한 환경을 만드는데 힘써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기자단이 함께 뭉쳐 간사님 들과 뜻깊은 시간을 가졌던 하루, 겨울방학 또 하나의 추억으로 소중히 간직될 것이다.

신준성 관문초등학교 6학년(푸름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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