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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길의 사랑 03] 내 인생의 동점승부
글 이철재 환경운동연합 정책위원 leecj@kfem.or.kr
사진 이성수 기자 yegam@kfem.or.kr

승부역에는 하루 세 번 기차가 들어온다
삶이 고달플 때, 나는 걷는다. 걸으면서 내 안의 나와 이야기 한다. 세상이 그리울 때도 걷는다. 차를 타면 세상은 그저 빠르게 흘러가지만, 걷다보면 세상은 고이 내 안에 흘러들어와 나는 다시 세상이 된다.
환
경연합에서 활동을 시작했던 때 백두대간 1600여 킬로미터를 종주하며 조사활동을 하게 됐다. 그 때 만난 산길이 좋았고 걷는 일
자체도 좋았다. 연전에는 이 땅에서 마흔 해를 버텨온 기념으로 강을 따라 걷는 도보여행을 했었다. 그리고 작년과 올 여름에 이어
지난 11월 3일, 강원도 태백시의 낙동강 발원지 황지연못부터 경북 봉화군 석포면 승부리까지 약 40킬로미터 구간을 걸었다.
경연합에서 활동을 시작했던 때 백두대간 1600여 킬로미터를 종주하며 조사활동을 하게 됐다. 그 때 만난 산길이 좋았고 걷는 일
자체도 좋았다. 연전에는 이 땅에서 마흔 해를 버텨온 기념으로 강을 따라 걷는 도보여행을 했었다. 그리고 작년과 올 여름에 이어
지난 11월 3일, 강원도 태백시의 낙동강 발원지 황지연못부터 경북 봉화군 석포면 승부리까지 약 40킬로미터 구간을 걸었다.
이
길은 태백선 기차가 낙동강 옆 31번 국도와 910번 지방도를 따라가는 곳으로, 중간 지점에 동점역(銅店驛)이 있고, 길
막바지에 하루 3번 기차가 다니는 승부역(承富驛)이 있다. 동점역의 역사는 옛날의 화려했던 시절을 뒤로하고 지금은 자물쇠가 굳게
닫혀 있었다.
길은 태백선 기차가 낙동강 옆 31번 국도와 910번 지방도를 따라가는 곳으로, 중간 지점에 동점역(銅店驛)이 있고, 길
막바지에 하루 3번 기차가 다니는 승부역(承富驛)이 있다. 동점역의 역사는 옛날의 화려했던 시절을 뒤로하고 지금은 자물쇠가 굳게
닫혀 있었다.
이곳에는 손 덜 탄 낙동강의 모습이 남아 있고, 물이 산을 뚫고
지나가는 구문소라는 절경이 있어 걷기 심심치 않다. 태백시 구간을 지나면 유난히 탈색된 철도가 나오는데, 세월의 흔적만큼이나 주변
풍광과 서로 하나로 어우러져 있다. 여름에는 몰랐지만 토종소나무 사이에서 리기다소나무가 강물과 짝이 되어 흐르고 있었다.
지나가는 구문소라는 절경이 있어 걷기 심심치 않다. 태백시 구간을 지나면 유난히 탈색된 철도가 나오는데, 세월의 흔적만큼이나 주변
풍광과 서로 하나로 어우러져 있다. 여름에는 몰랐지만 토종소나무 사이에서 리기다소나무가 강물과 짝이 되어 흐르고 있었다.
이
구간을 나는 ‘낙동강 동점승부코스’라 부른다. 31번 국도는 왕복 4차선이지만 동점역 부근부터는 왕복 2차선으로 줄어든다.
그러다 승부역 부근에서는 아예 외길이다. 동점역과 승부역 사이에는 석포역이 있고, 부근에 아연을 생산하는 영풍석포제련소가 자리하고
있다. 여길 지날 때면 그 초입부터 냄새가 나는데, 옅은 두통을 일으킬 정도다. 작년에 석포역 인근으로 귀촌했다는 이 동네 식당
아주머니는 냄새 때문에 하루 종일 향을 피우고 있었다. 이곳이 동점승부 코스 중 가장 난코스다.
구간을 나는 ‘낙동강 동점승부코스’라 부른다. 31번 국도는 왕복 4차선이지만 동점역 부근부터는 왕복 2차선으로 줄어든다.
그러다 승부역 부근에서는 아예 외길이다. 동점역과 승부역 사이에는 석포역이 있고, 부근에 아연을 생산하는 영풍석포제련소가 자리하고
있다. 여길 지날 때면 그 초입부터 냄새가 나는데, 옅은 두통을 일으킬 정도다. 작년에 석포역 인근으로 귀촌했다는 이 동네 식당
아주머니는 냄새 때문에 하루 종일 향을 피우고 있었다. 이곳이 동점승부 코스 중 가장 난코스다.
쉼 없이 걸어
석포제련소가 멀어지면 한 시간에 차량 한 대 지날 정도의 한적한 길이 나온다. 낙동강 물살은 더 크고 넓어져, 여기저기서 시원한
강물의 노래가 울려퍼진다. 삶은 동점승부코스와 같은 게 아닐까 생각한다. 31번 태백 구간처럼 평안할 때가 있고, 언젠가는
외길을 만나 홀로 걸어야 하며, 석포제련소 길처럼 역경 또한 많은 것이 삶이 아니겠는가.
석포제련소가 멀어지면 한 시간에 차량 한 대 지날 정도의 한적한 길이 나온다. 낙동강 물살은 더 크고 넓어져, 여기저기서 시원한
강물의 노래가 울려퍼진다. 삶은 동점승부코스와 같은 게 아닐까 생각한다. 31번 태백 구간처럼 평안할 때가 있고, 언젠가는
외길을 만나 홀로 걸어야 하며, 석포제련소 길처럼 역경 또한 많은 것이 삶이 아니겠는가.

강원도 태백과 경북 봉화의 경계를 가르는 철길
누
군가 ‘인생은 미완성’이란다. 또 누군가는 옷 한 벌 건졌기 때문에 ‘수지맞는 장사’란다. 내게 인생은 동점승부다. 하나를 더하고
하나를 빼면 ‘0’이 되는 것처럼, 태어남이 있으면 죽음이 있어 균형을 맞춘다. 살아 있는 것이 아름다운 것은 무한하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인생의 ‘동점승부’ 길에 오늘도 나는 서있다.
군가 ‘인생은 미완성’이란다. 또 누군가는 옷 한 벌 건졌기 때문에 ‘수지맞는 장사’란다. 내게 인생은 동점승부다. 하나를 더하고
하나를 빼면 ‘0’이 되는 것처럼, 태어남이 있으면 죽음이 있어 균형을 맞춘다. 살아 있는 것이 아름다운 것은 무한하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인생의 ‘동점승부’ 길에 오늘도 나는 서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