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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계천 ‘환경영웅’이 4대강 사업으로 ‘환경파괴’
▲ 4대강 감사 결과 보도자료 (감사원)
MB 정권 임기를 한 달 여를 앞둔 17일, 감사원은 “4대강 설계부실로 16개 보중 15개 문제, 수질 악화, 비효율적 준설계획” 등 4대강 사업이 총체적 부실과 다름없음을 지적하는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감사원 감사결과는 그간 4대강 사업의 실체적 부실을 공식적 부실로 인정하는 것이다. 청와대와 국토해양부 등은 부정하고 있지만, 4대강 곳곳에서는 댐 시설이 유실되고 붕괴되는 등 계속해서 부실 증거가 쏟아졌다. 대형 건설사들이 불법적인 담합으로 공사비를 부풀린 것도 드러난 바 있다.
MB를 대통령 자리에 오르게 한 결정적 계기는 청계천 사업이었다. 반세기 동안 두텁고 어두운 콘크리트 덩어리에 짓눌려 있던 청계천을 복원한 것은 과정 및 의도에 심각한 문제점이 있음에도 나름 의미 있는 성과라 할 수 있다. 그 때문에 MB는 외신에서 ‘환경영웅’이란 칭호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4대강 사업도 청계천처럼 성공시키겠다던 MB는 시작부터 심각한 부실로 일관했다. 한반도 대운하에 이어 4대강 사업도 국민의 절대 다수가 반대했고, 국내외 전문가와 환경단체 등은 4대강 사업에 대해 지속적으로 우려석인 목소리를 냈지만 MB 정권은 이 사업을 전광석화와 같은 속도전으로 밀어붙였다. 이번 감사 결과는 MB가 자신의 욕심으로 혈세를 낭비하고, 국토 및 생태계를 파괴 하는 등의 ‘환경파괴’를 자행했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환경단체 매도했지만, 실제로는 MB 멘붕 및 자기편 경고
그래서 였을까. 4대강 사업에 대해 MB는 그제 국무회의에서 매우 히스테리적 반응을 보였다. 4대강 사업을 태국으로 수출하게 됐는데, 환경단체들이 이를 반대하는 것을 두고 ‘반국가적, 반애국적 행동’이라 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MB는 ‘관계 부처가 체크해 대책을 강구하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환경운동연합 등 4대강 복원 범대위, 운하반대교수모임 등이 4대강 사업에 대해 문제점을 지적해 온 것은 MB 정권 출범부터였다. 이에 대해 MB 정권은 4대강 사업 초기 4대강 반대 진영을 ‘반대를 위한 반대’ 집단 또는 ‘좌파들의 이념전술’로 매도하여 왔다. 4대강 사업 추진을 위해 환경단체 및 환경 인사를 표적 수사까지 벌인 정권은 4대강 사업이 본격적으로 추진될 때부터는 환경단체의 어떠한 목소리도 아예 무시해 왔다.
그랬던 MB가 왜 갑자기 환경단체를 비난했을까? 두 가지로 볼 수 있지 않을 까 싶다. 첫 째는 4대강 사업에 대한 감사원과 조선일보 등의 비판적 입장 변화가 불안감을 가중시켜 ‘멘붕’상태까지 가게 했었을 가능성이다. 오늘 감사원 감사 결과가 발표되기 전 MB와 청와대는 이미 내용을 알고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박근혜 당선인도 원론적이지만 4대강 사업의 문제점을 인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는 4대강 저격수 최병성 목사가 오마이 뉴스에서 지적했듯이 MB 정권이 같은 편에게도 뒤통수를 맞는 형국이다.
MB가 환경단체를 반국가, 반애국 집단으로 지칭한 두 번 째 이유는 환경단체에 대한 경고가 아니라 자기편에 대한 경고 및 SOS로 해석 될 수 있다. 즉 수출까지 하는 4대강 사업을 비판하는 것은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해온 환경단체와 다를 바 없다는 뜻을 전달하고자 하는 것이다. 관계 부처의 대책 역시 환경단체에 대한 대책보다 같은 편에 대한 대책을 주문한 것으로 봐야 할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17일 한국일보 황영식 논설위원은 <세상만사> 「’4대강’ 때리기」 칼럼을 통해 MB 정권의 입장을 대변했다. “이제는 기술적 보완책에 지혜 모아야” 한다면서 “(4대강 사업은) MB 퇴임 후 재조명 재평가 될 것”이라는 것이 황 논설위원의 핵심 주장이다. 그러면서 “정부 교체기를 틈탄 현재의 논란 또한 대부분 비본질적”이라 말하고 있다.
아마도 감사원의 감사 발표가 늦게 나왔다면 그간 4대강 사업에 대해 찬동했던 언론 및 일부학자들도 MB 편에서 입장을 밝혔을 지도 모른다. 황 논설위원의 주장은 4대강 사업을 찬동해 온 인사들이 주장한 ‘4대강 사업을 시간을 두고 평가하자’라는 논리와 다르지 않다.
한편 감사원의 이번 발표는 감사원이 2년 전 밝힌 4대강 감사 내용을 뒤집는 것으로 감사원의 부실 감사 및 독립성 훼손 비난이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2011년 1월 감사원은 “하상 퇴적토 준설과 노후 제방 보강, 댐 건설 등으로 홍수 예방, 가뭄극복, 기후 변화 대비 등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고 밝혀 MB 정권의 든든한 방패막이가 됐다.
4대강 사업 책임 분명히 해야
4대강 사업으로 민주주의는 훼손됐고, 생명은 경시됐다. 그에 따라 우리 사회의 상식과 이성은 심각할 정도로 마비됐다. 엉뚱한 곳에 막대한 혈세를 쏟아 부은 결과 정작 서민생활과 국토 보전에 쓰이지 못해 피해가 가중됐다. 인류 역사 상 자연의 막대한 파괴의 후유증은 장기간 동안 피해를 누적시켰다. 4대강 사업도 마찬가지일 듯하다.
당장 올 봄 상수원 수질 악화가 우려된다. 또한 장마 시기 4대강 곳곳의 붕괴 위험도 빼놓기 어렵다. 뿐만 아니라 1,650 억 원이 들어간 평화의 댐 3차 증고 사례처럼 4대강 사업을 위한 법체계 때문에 제대로 검증되지 않는 토건사업이 급격히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지류지천을 대상으로 한 4대강 2단계 사업과 지난 대선 시기 새누리당이 적극 찬성했던 친수구역활용에 관한 특별법도 마찬가지로 크게 심각한 상황이다.
감사원의 이번 감사 역시 조선일보의 4대강 비판적 흐름과 같이 조직 생존 본능에서 비롯됐다. 정권의 권력이 강할 때는 그들의 눈치와 입장을 살피더니, 신권력이 눈앞에 들어서면서 살기 위해 치졸한 술수를 쓰는 것이다. 감사원의 이번 4대강 감사만으로는 이 사업의 문제점을 제대로 짚기 어려운 것은 감사원 스스로 권력의 허수아비가 됐기 때문이다.
제대로 진단해야 심각한 부작용을 최소화 할 수 있는 것 역시 상식적 이야기다. 4대강 사업에 대한 국정조사와 4대강 책임자 진상조사를 위한 청문회 등이 필요한 이유이다. MB와 같은 당 소속이자 대한민국의 차기 대통령으로서 박근혜 당선인이 4대강 사업 부실에 대한 모든 책임을 져야 하는 것도 당연한 상식이 아닐까 한다. 4대강 사업의 주무부처였던 국토해양부와 수자원공사에 대한 해체 수준에 이르는 근본적 고찰 없이는 4대강 사업과 같은 현상이 또 발생할 수 있음도 상기해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