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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청계천, 재개발인가? 복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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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순진 에너지대안센터 이사

두해 전 여름, 서울시 청계천투어프로그램에 참여했다. 복개판 아래로 내려가 청계천의 존재를 눈으로
확인하고 싶었다. 청계천을 본 적이 없기에 옛모습을 떠올리는 건 고사하고 청계고가를 인 채 아스팔트아래 갇혀있는 청계천이 도무지
상상되지 않았기에. 복개판 아래 청계천은 한 줌 햇살도 쬐지 못한 채 견디기 힘든 악취를 풍기고 있었다. 청계천복원을 공약으로
내걸었던 이명박 현 서울시장 취임 얼마후 드디어 청계천을 덮었던 복개판이 열렸다. 오랜 기간 이름으로만 존재했던 청계천이 바깥세상과의
강요된 단절을 접고 새로운 모습으로 우리 곁에 돌아오려 한다.

주변 노점상이나 영세 세입자들 생계문제를 제대로 챙기지 않은 채 서둘러 고가를 걷어내는 모습이 마땅치 않았지만 고가가 걷힌 자리로
햇살이 비치고 시야가 탁 트이면서 걷어내길 잘했다는 느낌이 드는 게 사실이다. 많은 시민들이 이런 느낌을 공유했기에 청계천복원사업이
2003년 서울시 행정에서 가장 잘된 일로 선정되었으리라. 자연을 억압하고 정복하던 시대, ‘더 크게 더 빠르게’란 구호아래
자연과의 소통을 차단해버린 시대에서 자연과 공존하고 상생하는 시대로 가는 전환의 역사가 이제 시작되려는가?

20세기 개발시대를 주도했던 이명박시장이 청계천을 제대로 복원할까 내심 기대와 불안이 교차했다. 요즘 일이 되어가는 모양을 보자니
떨쳐지지 않던 불안감이 공연한 게 아니었음을 새삼 느낀다. 애초 서울시는 청계천복원사업의 의의가 문화유적의 복원을 통해 서울의
역사성을 되살리며 친환경성을 회복하는 데 있다고 밝혔더랬다. 도심의 끊어진 녹지축이 이어지고 600년 역사의 전통과 현대적 감각이
어우러지는 생태문화도시로 가는 기점이 되리라 기대했다. 그런데 청계천‘복원’사업이란 이름과 달리 무엇을 어떻게 복원하는지 내용이
없다. 물이 흐르고 조경을 잘 한다고 되는 게 아니다. 하천조성공사나 개발사업이라면 몰라도. 청계천은 당연히 자연하천으로 되살아나
서울시민의 쉼터가 되어야 한다. 나아가 양재천이나 중랑천같은 다른 하천들과는 다르게 역사적인 유산을 간직하고 있기에 청계천은
생태와 역사, 문화를 아울러 고려해서 되살려야 한다. 시민위원회내 역사문화분과의 문화재복원에 대한 거듭된 제안과 요청을 진지하게
고려해야만 한다.

시민환경연구소가 전문기관에 의뢰해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서울시민의 75%가 문화재복원에 따른 공사지연을 기꺼이 감내하겠다고
한다. 공사지연의 불편을 감수하면서 생태와 역사, 문화의 조화로운 복원을 지지하는 많은 시민들이 있는데 서울시는 도대체 무엇을
망설이는가? 또 시민위원회의 제안을 받아들이게 되면 시의 정책은 그만큼 정당성을 가지게 디고 책임도 나누어질 수 있게 되는데
말이다. 그러니 일각에서 임기내 공사완료라는 실적쌓기에 숨은 의도가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게 아닌가!

서울시는 강남북의 균형발전을 위해 청계천‘개발’을 원하는가? 그렇다면 특히나 강북은 강남의 발전방식을 따라서는 안된다. 아무런
차별성없이 똑같은 모양새라면 굳이 강북을 선호할 이유가 무언가? 강북은 강북만이 가지고 있는 특성을 충분히 살려야 한다. 그것이야말로
서울시가 얻고자 하는 경쟁력이 될 수 있다. 서울시가 원하는 것처럼 청계천이 국내외 관광객이 즐겨 찾는 휴식처이자 관광명소가
되려면 더군다나 그렇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라는 말이 틀리지 않다면 강북이 지닌 가장 한국적인 자산을 복원하고
가꾸는 게 슬기로운 선택일 것이다. 지금이라도 민의를 반영해서 ‘복원’의 원칙을 바로 세워야 한다.

글/ 윤순진(서울시립대 행정학과 교수, 에너지대안센터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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