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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이후 생각 / 김익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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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이후 생각

충격이다. 나에게는 정말 충격이다. 패배는 상상조차도 고통스러웠기에 아예 시도해보지도 않았었다. 그래서 충격이 더 크다.

후쿠시마 핵사고 이후 반핵운동은 상당한 성장을 해왔다. 탈핵을 외치는 정당이 생겨났고, 탈핵학교가 만들어졌으며, 탈핵을 위한 교수, 변호사, 의사, 교사단체가 결성되었다. 생협이 이 문제에 관심을 갖게되었고, 종교계의 관심도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커졌다. 국회에서는 탈핵을 주장하는 의원모임이 2개나 만들어졌고 그 활동도 매우 활발하다. 어림잡아 1,000회 이상의 탈핵강의가 있었으며, 적어도 우리 국민 중 5만명 정…도는 탈핵이 왜 필요한지, 그리고 왜 가능한지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나는 이번에 민주당의 시민캠프에 참여하면서 한꺼번에 상당한 성과를 올릴 것으로 기대했었다. 수명다한 원전 2기의 폐쇄, 신규부지의 백지화, 송전탑 문제의 해결, 재생가능에너지의 가능성 확보 및 국민 대상 탈핵 교육 등을 5년 만에 모두 이룰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이 하나하나가 너무나 험난한 싸움이었기에 이정도만 이루어도 만족할 수 있겠다고 기대했었다. 그러나 결과는 실패이다. 이제는 모든 싸움들을 우리 손으로 하나씩 해나가야 한다. 경주는 월성1호기 폐쇄를 위한 싸움을, 부산은 고리1호기 폐쇄를 위한 싸움을, 밀양과 청도는 지긋지긋한 송전탑 싸움을 앞으로 얼마나 해야할 지 알 수 없다. 한국의 핵발전소는 2024년에는 42개가 될 것이고, 핵재처리가 현실화될 것이다. 중저준위 방폐장은 위험성에도 불구하고 운영이 시작될 것이고, 경상북도에는 고준위핵폐기장(중간저장시설)이 들어설 것이다. 모든 원전은 수명연장이 될 것이며, 한국은 세계의 핵산업계를 더욱 주도하게 될 것이다. 핵발전소 건설 및 수출을 빌미로 핵산업계는 혈세를 축낼 것이고, 국민들의 에너지 사용량은 증가하게 될 것이다. 곳곳에 들어서는 민간자본의 화력발전소와 핵발전소에 의해서 한국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이며, 국제사회의 지탄을 받게 될 것이다. 재생가능에너지는 앞으로도 “비싸고, 비-효율적이며, 한국 사정에 맞지 않은” 에너지로 취급될 것이다.

이 모든 문제들을 한꺼번에 타개하기 위하여 대선에 의존하는 방안은 실패로 끝났다. 이제는 어쩔 수 없이 이 모든 사안들에 대해서 각개전투를 해야한다. 이중 어느 전선에서도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내가 가장 마음에 부담이 되는 것은 문후보의 탈원전 정책이 이번 선거에서 패배의 원인 중 하나가 아니었을까 하는 우려이다. 조금 전문적 식견이 필요한 것이라서 나는 이 부분에 대해서 판단할 능력이 없다. 그러나 민주당과 문재인 후보에게 빚을 진 심정을 갖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냉정하게 살펴보면 탈핵운동 진영은 이번 선거를 통해서 잃은 것이 없다. 기대했던 것이 물거품 되기는 했지만 선거를 통해서 탈핵운동은 그 본연의 목표였던 “이슈화”에 어느 정도는 성과를 올렸기 때문이다. 유력 후보의 공약에 구체적인 탈핵 내용들이 포함되었었고, 지역에서 휘날렸던 현수막은 탈핵운동의 자신감을 높이는 계기가 되었음에 틀림없었기 때문이다. 탈핵, 탈원전이라는 개념의 홍보효과는 상당부분 있었다고 봐야할 것이기 때문이다. 나는 탈핵운동이 이번 선거의 덕을 톡톡히 봤다고 판단한다. 반면에 정권교체에는 도움이 되었는지 그 반대인지는 확실치 않다(나는 정말 잘 모르겠다). 그래서 마음의 부담이 있는 것이다.

자, 이제 우리 탈핵진영은 앞으로 어떻게 해야할까? 앞서 말했듯이 수많은 이슈들에 대해서 각개전투를 감행해야한다. 지리했던 싸움을 지속해야한다. 바닥부터 다지는 작업을 훨씬 더 나쁜 조건에서 수행해내야 한다. 올해는 300회의 강의를 했지만 내년에는 더 많이 해야할이지 모르겠다. 더 조직적으로 국민들에게 핵발전소의 위험성과 비-경제성을 알려내야 한다. 싸움은 싸움대로, 홍보는 홍보대로, 조직은 조직대로 해내야한다.

비록 단기적인 큰 전투에서 참패했지만 길게 보면 승리가 보장된 싸움이다. 한국이 지구상에서 마지막 탈핵국가가 될 수는 있어도 영원히 핵발전을 할 수는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50년 내로 전 세계의 탈핵이 완성될 것이 분명하기 때문에 큰 전투에서 한 번 패배했다고 기죽을 일은 아니다. 어부지리를 기대했던 마음을 반성하면서 모든 일을 우리 손으로 이루리라 결심 해본다. 오늘부터 그동안 하던 일을 다시하면 된다.

2012년 12월 20일 대선 참패 다음날 아침에 김익중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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