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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짜’와 ‘새만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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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타짜’에서 읽는 대형 토건 사업의 심리학

   

 

▲ 영화 ‘타짜 (2006년 작)’ 포스터. 고니(조승우 분), 정마담(김혜수 분), 편경장 (백윤식 분), 아귀(김윤석 분) 등이 사기 도박꾼으로 나오는 영화 타자에서 최동훈 감독은 현실이 곧 화투판 같다고 말하고 있다.

 

 

“화투판에서 사람 바보로 만드는 것이 뭔지 아세요?”  

 

영화 ‘타짜 (2006년 작)’의 팜므파탈 정 마담(김혜수 분)은 관객에게 물어본다. 이어 “바로 희망입니다”라는 내레이션에서 도박판의 속성이 느껴진다. 정 마담은 사람들이 노름을 왜 하느냐에 대해서 “글쎄요?”라고 하지만, 영화 ‘타짜’는 꽃을 갖고 하는 싸움(War of Flower)에, 즉 사람들이 화투판에 빠지고, 돈을 잃고 패가망신 하는 이유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타짜’는 허영만, 김세영의 동명의 만화를 최동훈 감독이 영화화 한 것이다. 최동훈 감독의 올해 개봉한 ‘도둑들 (2012년)’은 누적관객 1,303만 명으로 봉준호 감독의 ‘괴물(2006년)’을 제치고 한국영화 흥행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최 감독이 첫 번 째 연출한 작품은 ‘범죄의 재구성(2004년 작)’으로, 타짜에서처럼 속고 속이는 범죄자들의 상황을 그리고 있다. 

 

그런데 속고 속이는 것이 어찌 범죄자들 만이겠는가? 영화 ‘타짜’에서 주인공 고니(조승우 분)는 화투계의 전국구 편경장 (백윤식 분)에게 제자로 받아 달라며 사정하는 장면에서, 평경장이 “아새끼 말은 국회의원이내”라고 하자, 고니는 “그런 X새랑 비교하시면 안 되죠”라고 받아친다. 또 평경장은 고니에게 “세상이 아름답고 평등하면, 우린 뭘 먹고 사냐?”라고 한다. 감독은 현재 세상이 화투판처럼 속고 속이는 아름답지 않는 판이라고 말하고 싶은 거다.

 

 

 ▲ 영화에서 새만금 사업으로 돈을 벌려는 일명 ‘호구’를 정 마담이 유혹하고 있다 (출처 : 영화 스틸컷)   

 

‘타짜’는 고니가 스승인 평경장과 쌍벽을 이루는 아귀 (김윤석 분)를 꺾고 팔을 못 쓰게 만들고, 또한 평경장을 죽인 원수를 갚으면서 마무리 된다. 런닝타임 2시간 넘는 ‘타짜’는 원작의 짜릿함, 연기력 깊은 배우들의 열연과 명대사 등으로 등 지금 다시 봐도 충분히 몰입하게 만든다.  

 

정 마담이 연행되는 장면에서 “나 이대 나온 여자야” 하는 부분은 잊혀지지 않는 것처럼,  정 마담이 군산에서 100 억 원 대 재산을 갖고 있는 일명 ‘호구’에게 사기 치는 부분에 유난히 관심이 간다. 불법 하우스 단속에 걸려 감방에서 나오는 날, 정 마담 손에는 ‘공사 시작하자’라는 쪽지가 들려져 있다.  

 

정 마담이 사기 치려는 호구는 부동산으로 재산을 일궈, 건물 3개, 5천 톤 급 선박을 포함해 배 15척이 있는 알부자로 나온다. 정 마담은 자존심과 승부욕이 강한 호구에게 자신의 미모로 접근하고, 주위 사람과 짜고 호구를 화투판에 앉힌다. 이 때 정 마담의 내레이션 “중요한 것은 어떻게 호구를 판떼기에 앉히느냐다”라는 말이 나온다. 타짜들에게 둘러싸인 호구의 빚이 순식간에 수십억으로 늘어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다. 

 

영화의 배경은 성수대교가 무너진 1996년으로, 새만금 사업은 1991년부터 외곽 방조제 공사가 시작되고 있었다. 영화에서 호구는 새만금 개발 사업에 편승해 ‘서해개발’이란 회사를 차려 돈을 벌려고 한다. 타짜 시나리오에서 호구는 “원래 난리 때 돈 버는 거”라면서 “(새만금 지역의) 양식장 면허권을 사라고. 어업보상해줄 때 서류만 있어도 장당 1~2억이야. 요새 전라북도 티켓다방 애들도 군산으로 주민등록만 옮기면 500씩 받아쳐먹는데.”라고 한다. 당시 새만금과 관련 된 ‘묻지 마 투기’를 그대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 새만금 신구상안(출처 : 전라북도)   

 

지금은 잊혀진 국책사업이 됐지만, 새만금 사업은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사업이었다. 새만금의 이름은 김제,만경 평야를 김만평야, 또는 금(金)만평야라 했는데, 갯벌을 메워 금만평야와 같은 곳을 만들자라는 의미로 새만금이라 했다고 한다. 이 사업이 처음으로 공식화 한 것은 1987년 당시 민정당 노태우 대통령 후보였다. 당시는 대통령 직선제와 민주화 요구가 거셌던 시절로 사업에 대한 타당성이 제대로 검토되지 않은 채, 지역의 표를 의식한 공약이 발표됐던 것이다.  

 

불행은 그 때부터였다. 그 후 30 년 이 지난 현재까지 이 사업은 여전히 완공되지 않았다.  지난 6월 전주에서 전북환경연합 주최 새만금 사업 토론회가 열렸는데, 발제자로 나선 전북대 지구환경과학부 오창환 교수는 “새만금 개발의 많은 부분이 여전히 사상누각”이라면서 “개발 계획을 확정하기 이전에 꼭 필요한 계획된 개발의 성공 가능성 여부를 판단하는 과정이 생략되었기 때문”이라 지적했다. 마치 이명박 정권의 4대강 사업처럼 말이다.  

 

새만금 개발의 핵심은 담수호 조성 및 수질 개선인데, 새만금으로 유입되는 만경강 및 동진강의 수질이 지난 10여 년 동안 1조 5천억을 투입했지만 개선되지 않고 있다. 향후 10년 동안 2조 4천억 원을 더 투입할 예정이지만, 새만금 방조제 때문에 해수 유통이 현재보다 더 줄어들어 수질 개선은 불가능한 상황이다.

 

 

 

▲ 새만금 방조제 현황 (출처 : 환경부)    

   

게다가 애초 농지 70%를 30%로 축소하고, 도시 및 산업용지를 70%로 확대했다. 수질 오염 부하량이 더 늘어나는 상황으로, 오창환 교수는 정부가 “무대책에 가까운 계획을 제시하고 있다”며 분개했다. 새만금 내부 개발에 들어갈 비용이 4대강 사업과 똑같은 22 조 원이다. 

 

새만금 개발 과정에서 수많은 사회적 저항이 있었다. 당시 전문가, 종교인, 환경단체들은 오늘날과 같이 담수호 수질 목표를 달성하지 못할 것을 예측했었다. 식량안보를 이유로 방조제를 건설했지만, 농지비율을 대폭 축소했고, 극심한 갯벌 파괴라는 결과를 만들고 있다. 그리고 새만금 사업으로 전라북도 경제가 발전했다는 이야기도 여전히 들리지 않는다. 결국 새만금 사업은 애초의 목적을 상실했다.  

 

잘못된 국책사업은 공통적으로 ▲ 타당성 분석 결여 ▲ 속도전 ▲ 책임자 부재 ▲ 평가 부재 ▲ 실패한 국책사업의 피해 국민 부담 ▲ 대부분 선거 공약으로 공식화 ▲ 토건복합체 (정부, 건설사, 언론, 토호 등)에 의해 공론의 장 사유화 ▲  한 번 건설되면, 목적이 사라져도 계속 생명력이 유지된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영화에서 고니가 전문 타짜가 됐던 이유는 3년 동안 모은 돈을 타짜에게 당했기 때문이다.  그 잃은 돈이 아까워 때마침 위자료를 받아 온 누나 돈을 훔쳤지만, 사기꾼들에게 통할 리 없다. 정 마담에게 사기를 당한 호구 역시 마찬가지다. 잃은 돈이 아까워 더 많은 돈을 잃는 심리. 이것이 바로 노름판의 호구의 심리다.

 

 

 ▲ 고니는 3년 모은 돈은 타짜에게 당하고도 모자라, 그 돈이 아까워 누나 위자료를 훔쳤지만, 그 돈 마저 타짜에게 당하고 만다. 새만금 사업과 4대강 사업 모두 투자한 돈이 아까워 더 많은 돈을 잃게 되는 상황을 말하고 있다. 잘못된 대형 국책사업판에서 국민은 호구가 되버린다. (출처 : 영화 스틸컷)     

 

이런 심리는 종종 대형 국책사업에도 흔히 볼 수 있다. 2000 년 대 초반, 새만금 방조제 공사가 절반이 넘었다는 이유로 공사를 중단할 수 없다고 했을 때가 있었다. 방조제 공사는 내부 개발을 합쳤을 때,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았음에도 이미 들어간 돈이 아까워서라도 해야 한다는 논리였다. 4대강 사업도 마찬가지였다. 2010년 지방선거 당시 정부는 이미 물리적 공사가 70% 가까이 진행됐기 때문에 중단할 수도, 중단해서도 안 된다고 주장 했다.  

 

노름판이 아님에도 결과적으로 잃은 돈이 아까워 더 많은 돈을 잃게 생겼다. 잘못된 대형 국책사업판에서 호구는 바로 국민이고, 거기서 움직이는 돈은 국민의 호주머니에서 빠져 나오는 혈세다. 언제까지 노름판과 같은 국책사업이 반복될 것인가?  

 

다행이 이번 대선에서는 아직까지 본격적인 국책사업 경쟁은 나오지 않고 있다. 그렇다고 안심할 수 없다. 영화 대사처럼 ‘혼란한 틈에 돈을 벌자’라고 생각하는 세력이 있고, 그 세력에 의해 움직이는 정치권력이 있기 때문이다.  

 

다음번에는 영화 ‘해안선’에서 그려진 새만금 이야기를 통해 대형국책사업과 이번 대선과의 문제를 다시 짚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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