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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원모임]’시와 문학을 사랑하는 사람들’ 정기 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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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3일(월) 저녁 7시, 환경연합 사무실에서 ‘시와 문학을 사랑하는 사람들(시사모)’의 정기 모임이 있었습니다.

이날, 시사모 회원들은
각자가 애송하는 시- <행복>-청마 유치환’, <나는 소망합니다>_헨리나우엔,  <가을의 기도>_김현승, <국화옆에서>_서정시 시를 함께 나누었고
선택의 가능성_ 비슬바라 쉼보르스카의 시에 이어 류시화 시인이 쓴 ‘독자가 계속 이어서 써야 하는 시’ 에 모티브를 얻어,
우리 시사모도 계속 이어서 시를 써보았습니다.

그시는 다음과 같습니다.

‘시사모’가 계속 이어서 쓴 시

 – 류시화의 시에 이어서 –

내 몸에 난 흉터를 만지는 것을 좋아한 그대를 좋아한다

어둠과 반달을 위해 핀 달맞이꽃을 좋아한다

하루를 살더라도 절망을 모르는 하루살이를 좋아한다

서툴게 걷는 걸음마저도 허락한 길을 좋아한다

장래희망이 ‘사람’이라고 쓴 보헤미안을 좋아한다 /

푸른하늘보다 구름 낀 하늘을 좋아한다

앞 유리창으로 보는 하늘보다 차 뒤 유리창으로 보는 하늘을 더 좋아한다

긴 오르막 차로, 멀어지는 몇 대의 차를 보는 것을 좋아한다

덮개 있는 차보다 무개차를 탔었으면 더 좋았겠지

병풍산 하늘을 프로방스의 어느 하늘보다 더 좋아한다

꼿꼿이 서 흔들림없는 나무보다

속절없이 흔들리는 프라타너스를 좋아한다

보는 사람의 시름을 털어 내주는 나무의 그 흔들림이 좋다

여름 매미소리보다 창 밑 귀뚜라미 소리를 좋아한다

쓸쓸함과 지난날의 추억과 남은 날의 조바심을 부르는 소리

스러지는 가을밤.

그 소리의 잔상이 그립다

말이 많은 사람보다 말이 없는 사람을 좋아한다

나란히 길을 걸어도 홀로 사색 할 시간을 내주는 그런 사람을 좋아한다

나도 누구에게 그런 사람이면 좋겠다 /

극장에서 영화가 시작되기를 기다릴 때, 이제 막 광고가 끝나고 영화 첫 장면이 시작되는 순간을 좋아한다

무대에서 모든 에너지를 쏟아부은 배우들이 관객들의 박수를 받으며 환한 얼굴로 커튼콜 하는 장면을 좋아한다

키작은 담장 안으로, 잎을 떨구고 빨간 감을 주렁주렁 달고 있는 키 큰 감나무가 서 있는 시골 가을풍경을 좋아한다

널따란 평야의 황금 들녘도 멋지지만, 산과 작은 개울을 이웃삼아 켜켜이 경사져 있는 크고 작은 다랑이 논의 황금물결이 아름답고 황홀하기까지 하다

동그란 얼굴에 씨앗을 가득 담고 고개를 푹 숙이고 있는 노란 해바라기를 좋아한다

가뜩이나 시장기가 가득할 때, 밥을 푸려고 밥솥을 연 순간 코에 확 와 닿는 갓 지어낸 밥 냄새를 좋아한다 /

한여름 이른 아침에 물 위에 피어오른 맑은 연꽃을 좋아한다

화려한 장미공원보다 짙푸른 여름 산을 좋아한다

스마트폰에 찍힌 영상보다 내 눈에 비친 그대로의 모습을 좋아한다

남의 것까지도 앗아가려는 이름난 이보다

남에게 베풀 줄 아는 이름모를 이를 좋아한다

움켜진 채로 오래 살려고 애쓰는 이보다

하루를 살아도 아름답게 살려는 사람을 좋아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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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의 가능성 – 비슬라바 쉼보르스카

영화를 더 좋아한다

고양이를 더 좋아한다

바스타 강가의 떡갈나무를 더 좋아한다

도스토옙스키보다 디킨스를 더 좋아한다

인간을 좋아하는 자신보다

인간다움 그 자체를 사랑하는 나 자신을 더 좋아한다

실이 꿰어진 바늘을 가지고 다니는 것을 더 좋아한다

초록색을 더 좋아한다

모든 잘못은 이성이나 논리에 있다고

단언하지 않는 편을 더 좋아한다

예외적인 것을 더 좋아한다

집을 일찍 나서는 것을 더 좋아한다

의사들과 병이 아닌 일에 관해서 이야기 나누는 것을 더 좋아한다

줄무늬의 오래된 도안을 좋아한다

시를 안쓰고 웃음거리가 되는 것보다

시를 써서 웃음거리가 되는 편을 더 좋아한다

명확하지 않은 기념일에 집착하는 것보다

하루 하루를 기념일처럼 소중히 챙기는 것을 더 좋아한다

나에게 아무것도 섣불리 약속하지 않는

도덕군자들을 더 좋아한다

지나치게 쉽게 얻는 것보다 영리한 선량함을 더 좋아한다

민중들의 영토를 더 좋아한다

품종이 우수한 개보다 길들이지 않은 개를 더 좋아한다

내 눈이 짙은 색이므로 밝은색 눈동자를 더 좋아한다

책상 서랍들을 더 좋아한다

여기에 열거하지 않은 많은 것들을

마찬가지로 여기에 열거하지 않은 다른 많은 것들보다 더 좋아한다

숫자의 대열에 합류하지 않은

자유로운 영(0)을 더 좋아한다

기나 긴 별들의 시간보다 하루살이 풀벌레들의 시간을 더 좋아한다

불운을 떨치기 위해 나무를 두드리는 것을 더 좋아한다

얼마가 남았는지, 언제인지 물어보지 않는 것을 더 좋아한다

존재..그 자체가 당위성을 지니고 있다는

일말의 가능성에 주목하는 것을 더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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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가 계속 이어서 써야 하는 시

쉼보르스카의 시에 이어서

 

                                                                                류시화

 

기억보다 오래된 산들을 좋아한다

희고 긴 다리로 자작나무 숲으로 달려가는 바람을 좋아한다

신의 손금 같은 허공의 잔가지들을 좋아한다

물속에서 얼굴을 부비는 두 개의 돌을 좋아한다

번개의 순수한 열정을 좋아한다

단 하나의 육체를 상속받은 개똥지빠귀를 좋아한다

겨울에만 태어나는 입김의 짧은 생애를 좋아한다

새벽빛보다 먼저 들판을 가로지르는 어린 동물을 좋아한다

밤새 생각이 낳은 알들 위로 내리는 싸락눈을 좋아한다

여러 개의 보조개로 웃는 감자를 좋아한다

호미에 속살이 드러난 고구마

어렸을 때 치아 교정을 한 옥수수를 좋아한다

섬 뒤에서 사랑을 나누는 뭉게구름

죽은 새에게 나는 법을 가르치는 높새바람을 좋아한다

바람을 가르기 위해 앞장서서 나는 길잡이 새를 좋아한다

달과 태양 사이의 공간을 좋아한다

발톱을 다듬지 않은 기슭

입에서 해초 내음을 풍기며 절벽을 물어뜯는 파도를 좋아한다

나리꽃 입술에 박힌 점들을 좋아한다

연꽃의 얼굴을 빚어내는 진흙을 좋아한다

저의 이름을 부르며 우는 쏙독새를 좋아한다

오래된 나무 속에 서 있는 오래된 영혼을 좋아한다

물 속에 던져도 그 모습 그대로 가라앉는 돌을 좋아한다

얼음 구멍에서 내다보는 투명한 눈의 물고기를 좋아한다

옥수수 밭에 퍼붓는 비를 좋아한다 옥수수 잎을 춤추게 하는 비를

발품을 팔아 발견한, 짧은 생의 풀꽃을 좋아한다

새를 그리기 전에 나무부터 그리는 사람을 좋아한다

노을 쪽으로 스무 걸음 떨어진 강을 좋아한다

상처가 꽃이 된 사람을 좋아 한다

별을 보기 위해 불을 끄는 사람을 좋아한다

침묵 수행 중인 수도자와 나누는 필담을 좋아한다

파도와 혀를 나누는 어린 조개를 좋아한다

행성의 한 귀퉁이에서 봄이면 맨 먼저 밝아 오는 노랑제비꽃을 좋아한다

여기는 낙타의 행성이고 우리는 침입자라는 말을 좋아한다

적신호에도 멈추지 않는 사랑을 좋아한다

빛을 들고 어둠 속으로 들어가면 어둠을 알 수 없다고 말한 시인을 좋아한다

어둡게 들어가야 어둠을 이해할 수 있다고

꽃나무의 눈을 털어 주는 것을 좋아한다 꽃의 잠을 깨우는 것을

가는 실에라도 묶여 있는 새는 날지 못한다는 것을 말해 준 어느 성인을 좋아한다

지금까지의 모든 시들보다 아직 써지지 않은 시를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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