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지역·기관 활동 소식

지리산댐으로 용유담이 사라질 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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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리산 용유담 ‘용이
놀던 호수’ 라는 명칭의 용유담(龍遊潭)은 경남 함양군 마천면과 휴천면 사이에 있다. 수 많은 전설과 역사, 문화, 생태 환경이 결집된
이곳이 지리산댐 추진으로 수장될 위기에 처했다.

 











2007년 차태현 주연의 복면달호란 영화가 있다. 로커를 꿈꿨지만 ‘봉필’이란 예명으로 트로트 벼락스타가 된 봉달호(차태현 분)는 자신도 정체성의 혼란이 오는 상황에서 스타가 된 자신을 부러워하는 여주인공 차서연에게 가수가 될 때까지 노력하라는 의미로 인디언들의 100% 기우제 성공기를 이야기 들려준다.

 

인디언들의 기우제가 100%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비가 올 때까지 기우제를 지내기 때문이란다. 삼국지의 제갈공명처럼 천기를 읽은 능력이 없다면 비가 올 때까지 염원하는 인디언들이 어찌 보면 현명할 수도 있지 않을 까 싶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비는 많아도, 적어도 걱정이었다. 특히 농경민족에게 비는 절대적이다. 파종기에 비가 오지 않으면 싹이 트지 않거나 제대로 자라지 못한다. 반대로 수확기에 태풍이라도 불라치면 애써 가꾼 곡식이 썩어 수확을 못하게 되니 비는 그야말로 천사와 악마의 모습을 동시에 갖고 있었다.

 

 

신령한 기운이 깃든 용유담

   

 

▲ 용유담
기우제터 농업을 경제의 근간이었던 조선시대 관리들에게
있어 기우제는 가장 중요한 업무 중 하나였다. 5월 22일 한국환경기자클럽, 환경운동연합, 지리산생명연대의 현장 조사에서 황평우
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장이 용유담 기우제터에 새겨진 김종직 선생의 비명을 가르키고 있다. (사진 : 이철재)





  

비가 오지 않아 대지의 생명이 말라 죽을 때 세인들은 하느님께 비를 기원한다. 일반적으로 기우제의 제장은 지방의 수장이거나 가장 큰 세력을 가진 이들이 맡는다. 부정 탈 수 있는 온갖 언행을 삼가고 지성을 다한다. 또한 기우제는 어디에서 지내는 가도 매우 중요했다.

 

기우제를 지내는 곳은 각 지방마다 가장 신령스러운 곳으로 대부분 설화 또는 전설이 깃든 곳이다. 경남 함양군의 용유담 역시 기우제를 지낸 곳으로, 아홉 마리 용의 전설이 담겨 있다.

 

용유담은 지리산 칠선계곡, 한신계곡, 백무동 등 아름다운 계곡에서 흘러내린 맑은 물이 합류돼 흐르는 경남 함양의 임천강(엄천강) 상류부의 바위로 이뤄진 깊은 연못이다. 작년 12월 문화재청은 이곳을 명승으로 지정 예고했다.

 

국어사전에서 ‘명승’은 ‘훌륭하고 이름난 경치’라 제시하고 있으며, 위키피디아의 정리에 따르면 “명승(名勝)은 지방지정문화재에 속하는 국가지정문화재로, 문화재청에서 경치가 뛰어난 지역을 대상으로 지정한다”고 법률적 의미까지 설명하고 있다. 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 황평우 소장은 명승에 대해 “경관의 국보”라 말한다. 즉 국보급 경관이라는 것이다.  

 

               

▲ 용유담 용머리 바위 용 전설이 깃든 곳 만큼 용의 형상을 한 바위가 용유담 가운데 자리잡고 있다. 반대편에서 바라보면 자라가 목을 길게 뽑고 있는 형상이다. (사진 : 이철재)

 

문화제청은 보도 자료를 통해 “「함양 용유담(龍遊潭)」은 경상남도 함양군 마천면과 휴천면의 경계에 있으며, 지리산의 아름다운 계곡에서 흘러내린 맑은 물이 합류되어 형성된 큰 계곡으로 그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이곳은 아홉 마리의 용이 놀았을 만큼 연못의 규모가 크고 수심이 깊으며, 용이 남긴 흔적을 연상시키는 암반과 배설물을 연상시키는 바위들이 있어 아름다운 경관을 나타낸다”고 치켜세우고 있다.

 

또한 “용유담은 신선이 노니는 별유천지로 예부터 시인 묵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던 곳으로 여름이 되면 각처의 피서객들이 휴식을 위해 모여드는 곳”이라면서 문화적 측면을 강조한다. 이어 “조선시대에 비가 부족하면 관아가 주도하여 기우제를 지낸 대표적인 장소로 함양군수로 있었던 김종직(金宗直)이 용에게 비를 내려줄 것을 호소하는 기우제를 지낸 후 지은 시가 전해져 내려오는 역사 문화 명승지”라며 역사를 말하고 있다.  

 

                  

▲ 용유담 통발터는 논
세마지기
칠선계곡에서 내려오는 급경사의 격류는 용유담에 이르는
짧은 폭포에서 떨어져 갑자기 조용해 진다. 함양군 휴천면 강학기(55)씨는 폭포가 있는 지역에 고기 잡이 통발을 두면 꺽지, 뱀장어, 쏘가리
등이 많이 잡혀 논 세마지기 벌이가 됐다고 말하고 있다. (사진 : 이철재)

 

용유담은 생태, 지질학적으로도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이곳에는 멸종위기종 1급인 수달이 서식하고 있고, 지리산 반달가슴곰의 주요 생태 통로로 이용되고 있다. 또한 지리산둘레길 제4구간(함양 금계~동강)이 용유담을 포함한 엄천강을 따라 형성돼 있다. 더욱이 이곳은 국내에 얼마 없는 특이 지형을 보이고 있어 학계가 높은 관심을 갖는 곳이다. 용유담에는 기기묘묘한 기반암이 넓게 펼쳐져 있고 움푹 파인 바위를 흔히 볼 수 있다.

 

전북대 지구환경과학과 오창환 교수는 이를 “포트홀(Pothole)”이라 하면서 “포트홀은 기반암의 오목한 부분에 들어간 자갈이나 모래가 물살을 따라 돌며 오랜 세월 동안 만들어낸 절경이다. 이러한 회전운동이 계속 되면 오목한 부분이 점점 깊게 파이면서 수 미터의 구멍이 생기기도 한다”고 말하고 있다.  

 

 

▲ 용유담 포트홀(Pothole)  기반암에 모래 또는 자갈이 물살에 의해 회전하면서 구멍이 뚤리는 포트홀은
우리말로 ‘돌개구멍’이라 한다. 국내에서 보기 힘든 포트홀은 수억 년을 거치면서 형성된 독특한 지형으로 지리산 생성을 비밀을 풀기 위한 중요한
열쇠라는 것이 전북대 오창환 교수의 지적이다. (사진 : 이철재)

 

오 교수는 “지리산은 18~19억 년 전에 생성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으며 지리산 지역이 어떻게 형성되었는가는 학계에서도 풀리지 않는 숙제로 남아있다”고 지적하면서 용유담이 지리산 생성의 비밀을 풀수 있는 지역이라 말하고 있다.

 

용유담은 강원도 인제 내린천, 경기 가평군 가평천 등 한국에서 몇 되지 않는 포트홀(침식지형)지역으로 아름다운 경관적 가치와 연구적 가치에 문화, 역사적 배경과 귀중한 생태적 가치 등 복합적인 가치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용유담 자체를 ‘지질공원’으로 지정하는 등의 보전활동을 펼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 오 교수의 조언이다.  

 

 



 





 

▲ 하트형부터 거대 포트홀까지 용유담 포트홀은 하트형부터 원통형, 계란형 등 다양한 모양에 이어 수십명의 사람이 들어가고도 남을 크기의 포트홀도 있다. 용유담에는 앞으로도 수
백 ~ 수 만 번의 거센 물살을 거치면서 새로운 포트홀이 형성될 것이며, 기존 포트홀도 크기와 모양이 계속 변할 것이다. 빠른 물살과 모래,
자갈, 그리고 암반이 만들어낸 경이적 경관의 포트홀은 살아 있다.(사진 : 이철재)

 

국보급 경관이 수몰될 판  

 





이러한 용유담에 먹구름이 드리우게 된 것은 올 초부터다. 지난 1월 한국수자원공사는 홍수조절용 지리산댐 건설이 추진되고 있음으로 용유담을 명승에서 제외 해달라는 의견서를 문화재청에 제출했다. 용유담이 위치한 경남 함양군도 재해․예방용 문정댐 건설 예정지라는 이유로 같은 요구를 했다. 현재 문화재청은 명승지정을 보류해 둔 상태다. 오는 6월 말, 용유담은 명승 지정여부가 최종 결정될 예정이다. 명승으로 지정되면 살아남겠지만, 제외될 경우 이곳은 지리산 댐에 의해 수장될 위기에 처한다. 

 

 

▲ 지리산을 살려 주세요! 환경운동연합, 지리산생명연대 및 지역주민들은 매일 촛불 문화제를 통해 댐의 부당성을 알리면서 지리산 살리기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사진 : 이철재)

 

기획재정부 자료에 따르면 지리산 댐의 공식 명칭은 문정 홍수조절 댐으로 용유담 하류 3.2킬로미터인 경남 함양군 휴천면 문정리에 위치한다. 계획된 지리산 댐의 높이는 50층 규모로 141미터에 달하는데, 평화의 댐 125미터보다 높아 국내에서 가장 높은 댐이 된다. 넓이 역시 869미터로 국내에서 두 번째로 긴 댐이 추진되고 있다.  

 

 

▲ 지리산댐 만수위 수몰지역  댐이 들어서면 용유담과 반달가슴곰의 이동 통로는 물론 칠선계곡까지 영향을 미치고, 실상사 바로 앞까지 물이 차오르게 된다. 실상사 주지 스님은 “지리산댐은 실상사 만의 문제가 아니다”면서 지리산댐 해결을 위해 국민적 관심을 부탁하고 있다.  (사진 : 박재현 인제대 교수)  

  

현재 지리산 댐은 홍수 조절용 댐이라는 명목 하에 ‘간이 예비타당성조사’가 5월 완료를 목표로 진행되고 있다. 예비타당성 조사는 국가 예산 500 억 이상 소요되는 사업에 대해 타당성 조사를 사전에 실시하는 제도를 말하는데, ‘간이 예비타당성 조사’는 예비타당성 조사가 제외된 사업, 즉 수해 방지나 복구 사업 등 긴급 사업 등에 적용된다.

 

지리산 댐을 추진하려는 세력들은 2002년 태풍 루사 때 홍수 피해로 8명의 사상자와 주택 및 농경지 침수를 근거로 댐의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태풍 루사에 의한 피해는 하천보다는 산사태에 의해 발생했고, 현재 추진되는 댐은 피해 지역보다 하류 지역에 위치해 실제 효과를 확보할지는 미지수다.

 

지리산 댐은 홍수 조절용 댐이라고 하지만 연중 9만 톤 이상을 저수할 계획을 갖고 있다. 이는 사실상 다목적댐이라는 이야기가 된다. 참고로 홍수조절 전용 댐인 평화의 댐과 한탄강 댐의 경우 자연 유하량을 제외하고는 평상 시에는 담수 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리산 댐을 평시 담수 형태로 계획하는 것은 꼼수가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 지리산댐 예정지 지리산댐은 높이 141미터로 국내에서 가장 높은 댐으로 계획되고 있다. 지역 주민들은 댐에 의해 경관을 완전히 가로막는 다는 점에서 ‘지리산
장벽’이라 부른다고 한다. (위 사진 : 이철재 / 아래 사진 : SBS 화면 갈무리)

 

이명박 정부는 2010년 부산 물 공급을 위한 남강댐 수위상승계획을 위한 ‘용수확보용 지리산댐 건설 방안’이 경제성 부족으로 무산되자 ‘홍수조절(전)용 지리산댐 건설방안’을 제시한 것이다. 앞서 밝혀 듯이 연중 9만 톤의 저수량으로 남강댐의 부족분을 채워 부산 지역으로 물을 공급하겠다는 것이다. 4대강 사업으로 수질 개선됐다 주장하면서도 한편으로 남강댐 물을 부산으로 공급하려는 것은 4대강 사업이 실패한 것을 감추려는 술수일 뿐이다. 

 

 

 

고운동 계곡에 이어 용유담이 사라지면

90년 대 초, 지리산 양수발전댐 건설을 위해 고운동 계곡이 사라졌다. 가수 한돌은 고운동 계곡의 달빛 풍광을 “마음의 옷을 벗고 달빛으로 몸 씻으니, 설익은 외로움이 예쁜 꽃이 되는구나, 해맑은 꽃내음을 한 사발 마시고 나니, 물젖은 눈가에 달빛이 내려앉는구나”라고 읊조렸다.

 

이어 “고운동 계곡이 잠긴다네, 고운동 달빛이 사라진다네, 꽃들의 희망도 잠기겠지, 새들도 말없이 떠나가겠지”라는 노랫말로 양수발전댐으로 수장된 고운동 계곡을 아픔을 노래했다. 그리고 20년이 지나 또다시 지리산에 댐이 들어선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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