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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게 생각해 볼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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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0년 9월, 걸어서 마흔 여행을 할 때였다. ‘나를 버려 보자’라는 제법 거창한 목표를 세우고 한강, 금강, 영산강, 낙동강을 따라 걸으면서 사진도 찍고, 글도 쓰고, 밤에는 책도 보려고 바리바리 짐을 짊어지고 다녔다. 돈을 아낄 요량으로 텐트도 챙겼으니 배낭 무게만 25Kg에 달했다.

 

처음 시작은 계양역에서부터였다. 환경연합 한 선배의 ‘여행의 시작은 바다로부터’란 말을 듣고 강화도로 가기 위해서다. 그로부터 10 여 일 후 강화도 땅을 밟은 후 서울과 경기도를 거쳐 충주시 인근 목계 나루터에 다다랐다. 매일 밤 내 발바닥에는 색색의 자수가 놓여졌다. 크고 작은 물집이 잡혀 잠시 걸음을 멈추고 다시 이동할라치면 생살이 물러지는 고통이 발끝에서 뇌까지 순식간에 전해진다.

 

그 동안 배낭 무게에 어느 정도 적응이 되어 갔다. 그리고 내 걸음 속도 역시. 해가 떨어지고 나면 할 일이 없다. 랜턴 키고 책을 본다 해도 누워서 봐야 하는 좁은 텐트에서는 금세 잠이 든다. 보통 8시 ~ 9시부터 자기 시작해, 중간에 잠이 깨더라도 아침 6시 까지 텐트 안에서 꿈쩍하지 않았다.

 

아침에는 전날 준비한 아침거리로 속을 채우고 걷기 시작한다. 보통 성인 남성이 한 시간에 4Km를 가는데, 짐을 메고도 시간 당 5Km를 갔다. 이 정도 속도면 꽤나 빠른 편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두세 시간 뿐.,,, 정오에 가까워질수록 속도는 눈에 띄게 줄어든다. 점심을 먹고 해가 가장 뜨거울 때부터는 힘에 부쳐 쉬는 시간이 늘면서 채 2Km를 못갈 때가 허다했다. 어떨 때는 단 100m 이동하는데 한 시간 이상이 걸린 경우도 있다.

 

자신의 상태를 생각하지 않고 힘이 있을 때 무리하게 속도를 내면 낼수록 뒤로 갈수록 고단하고 지치는 것이 당연하다. 때로는 퍼지기까지 한다. 처음 지리산을 오를 때, 그 때도 무리한 욕심과 무지(단체가 돈이 없다고 혼자 가는데 10Kg짜리 4인용 텐트 메고 올라감 ㅠ) 탓에 탈진까지 갔다. 천왕봉 행사 후 백두대간 능선을 따라 이동하는데 5분 걷고 30분 쉬었다. 엉덩이를 깔고 앉으면 바로 잠이 쏟아졌다. 함께 한 이들이 아니었다면 한여름에도 저체온증으로 사망에 이르는 지리산에서 나는 목숨을 잃을 뻔 했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긴 호흡으로 힘이 있는 오전과 힘이 빠지는 오후를 생각해 적절히 조절하는 것이 더 낳지 않았을까 싶다. 걸어서 마흔 여행 당시, 하루에 걷는 총거리가 대략 25~30Km 정도라면 적절히 분배하는 것이 좋았을 뻔 했다. 아마도 인생도, 운동도, 조직도 마찬 가지가 아닐까 한다. 길게 생각하고 실천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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