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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체험 – 도시의 선순환과 악순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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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체험  – 도시의 선순환과 악순환

 

후쿠시마 핵사고를 일으킨 도쿄전력의 공급지역인 도쿄는 사고 직후 전력난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여름을 어떻게 보낼 것인가?`’ 일본 국내외에서 걱정이 컸다. 그러나 여름이 지난 지금까지 도쿄는 전력 부족 때문에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다. 왜?
지형과 지리적 이유로 도쿄가 수해를 겪는 빈도와 강도는 한국의 서울 등 도시들보다 잦고 강하다. 서울이 침수되고 산사태로 피해를 입던 지난 여름, 도쿄는 그 정도 피해는 입지 않았다. 혹시 도쿄도가 수립해 시행하는 ‘`도쿄도 호우대책 기본방침`’에 뭔가 특별한 대책이 있는 건 아닐까?
서울시 녹색시민위원회의 조사단은 그 두 질문에 답하기 위해 도쿄를 방문해 정책현장을 조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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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도가 도심에 건설한 대심도 저류조. 시멘트 불투수층이
96퍼센트가 넘어 생긴 도심 침수를 막기 위해 도쿄도는
콘크리트 구조물로 대응했다. 최선일까? ⓒ이지현

 

콘크리트 도쿄 침수 막으려 거대 콘크리트 지하저류조 건설
녹색위원회 정책조사단은 도쿄 수해방지시설 중 하나인 ‘`간다천(神田川)·환상7호선 지하 저류지`’를 답사했다.
도쿄도 건설국의 다키시마 계장은 “`1945년에는 간다천 유역의 절반 정도가 논밭 등인 자연지여서 빗물을 흡수할 수 있었다. 그러나 80년대 들어 도시화로 인해 96퍼센트 이상의 도시면적이 콘크리트로 덮이자 폭우가 하천 범람으로 이어졌다. 결국 특단의 대책을 추진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가 말한 대책의 핵심은 다양한 저류조를 확보였다. 지상보다 낮게 만들어진 운동장이나 공원을 비상시 저류지로 활용하고, 하천 주변을 매입해 하천변을 넓히고, 하천 바닥을 파 하천 용량을 늘리며, 하천 주변 지하공간에 저류조를 만들어 수위가 일정 이상으로 올라가면 수문을 열어 조절하는 것 등이 그것이다.

이와 함께 또 다른 핵심대책으로 ‘`간다천·환상 7호선 지하저류지 시설`’이 추진됐다. 하천 범람을 막기 위해 일본 도쿄 시내 지하에 만든 이 대규모 홍수 조절지는 원래 도쿄의 순환도로인 환상 7호선을 따라 도쿄만까지 연결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지하 43미터의 깊이에 당시로서는 세계 최대인 지름 13.5미터의 회전식 굴착기를 이용한 공사는 1조4000억 원 이상의 막대한 예산을 소요했다. 결국 공사는 도쿄만까지 다다르지 못한 채 1단계 2킬로미터, 2단계 2.5킬로미터 총 4.5킬로미터를 건설하고 중단됐다.

하지만 이 공사만으로도 최대 수량 54만 세제곱미터의 수량을 채울 수 있는 어마어마한 시설이 됐다. 이 시설의 저수량은 간다천 유역(면적 10.5제곱킬로미터)에 평균 51밀리미터의 비가 쏟아졌을 때 모이는 전체 빗물량과도 같다. 지하로 내려가 보니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깜깜한 공간이 나타났다. 서치라이트를 비추니 마치 SF 영화 촬영지 같은 거대한 터널이 끝없이 펼쳐져 있었다. 간다천 유역에는 모두 세 곳에 이 같은 종류의 시설이 설치돼 있다.

 이 지하 저류조의 효과에 대해 다카시마 계장은 “`93년 8월 27일 도쿄에 시간당 최대 47밀리미터의 비가 쏟아졌을 때는 주택 3117채(85헥타르)가 침수된 반면 1단계 공사가 끝난 뒤인 2004년 10월 9일에는 시간당 최대 57밀리미터의 폭우에도 46채(4헥타르)만 침수됐다.`”고 설명했다. “`지하조절지에는 97년부터 올해까지 모두 28번 물을 채웠다. 한 번 가동으로 홍수 피해액을 156억 엔 정도 줄이는 것으로 추산한다. 사실상 이미 투자비용을 회수하고도 남은 셈`”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었다. 지하저류지에 모인 물은 비가 그친 다음 다시 펌프로 끌어올려 하천에 재방류 한다. 시설 유지에 연간 1억 엔 정도가 들어간다.

도쿄 지하의 어마어마한 시설은 우리나라의 4대강 공사를 생각나게 했다. 콘크리트로 뒤덮인 도시는 침수피해를 불렀다. 이를 막기 위해 다시 엄청난 예산과 유지비를 들여 대규모 콘크리트 시설을 건설하는 것이 제대로 된 해결책일까. 기존 시설과 지역 특성을 살려 다양한 저류지를 만들어 활용하는 것이거나 운동장이나 공원, 녹지처럼 시민들의 삶의 공간과 겸용할 수 있는 홍수조절지를 늘리는 것이 도쿄의 ‘`다른 정책들`’이 더 ‘`제대로!`’라는 생각이 들었다.

 

시민 참여로 15퍼센트 의무절전, 기적 만들다
일본은 지역별로 각기 다른 전력회사가 전력공급을 한다. 도쿄는 후쿠시마 핵사고를 일으킨 도쿄전력이 전력을 공급하는 지역이다. 도쿄전력은 6000만 킬로와트의 공급능력을 가진 회사였다. 그러나 지진 피해로 주력인 화력발전소의 공급전력 3800만 킬로와트 중 30퍼센트는 무력화됐다. 또 원전의 공급능력인 1700만 킬로와트 중 70퍼센트가 무력화됐다. 결국 생산 가능한 전력이 3100만 킬로와트로 줄었다.

사고가 난 3월은 아직 추운 시기라 전력 수요가 평균적으로 4100만 킬로와트에 달했다. 약 1000만 킬로와트의 공급 부족분이 생긴 것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도입된 정책이 바로 ‘`도쿄도 전력대책 긴급 프로그램`’이다.

도쿄는 어마어마한 전기를 사용하는 도시였다. 2007년 도쿄도는 온실가스를 5578만 톤이나 배출했다. 이 수치는 덴마크가 발생시키는 양과 비슷했다. 도쿄의 에너지 사용 비중은 공장, 오피스 빌딩, 백화점, 학교 등의 업무/산업 부문이 47퍼센트를, 가정 부문이 26퍼센트, 그리고 자동차가 중심인 운수 부문이 약 25퍼센트를 차지하고 있다. 업무/산업 부문을 세부적으로 보면 대규모 사업소 개수가 1400개(40퍼센트)로 연간 석유사용량 1500킬로리터 이상 사용하는 규모다. 이 40퍼센트 안에는 도쿄도청 빌딩도 포함된다. 나머지 60퍼센트는 중소규모 빌딩(`70만 개소)이다. 

 

도쿄도 긴급대책 프로그램은 두 갈래로 추진됐다. 수요 쪽에서는 철저한 절전을, 공급 쪽에서는 계획정전을 실시했다. 계획절전은 도쿄도를 몇 개 구역으로 나눠 하루에 2~3시간씩 순번을 정해 정전하는 것이다. 이와 함께 사용하고 있지 않던 화력발전소를 긴급하게 수리해 재가동하는 방안도 도입되었다. 이런 식으로 3월의 위기를 넘겼다.

4~5월에는 전력수요가 적은 시기여서 여름 수요 대책을 마련하는 데 골몰했다. 국가대책은 큰 수요처를 중심으로 전년 대비 15퍼센트의 전력사용을 의무적으로 줄이는 것이었다. 도쿄도는 국가대책과 별도로 긴급대책 프로그램을 수립했다. 그 주요 골자는 전력 과사용 생활구조를 절전형으로 바꾸는 것이었다. 우선 전력 소비가 큰 1400개의 빌딩에 절전 프로그램을 도입했고 절전을 돕는 ‘`절전 어드바이저`’를 파견했다. 이들은 파견 빌딩의 전력시스템을 점검하고 절전 프로그램을 함께 수립했다. 업무/산업시설들은 토·일요일 근무-월·화요일 휴무제와 여름휴가 연장 등 근무방식 변경을 시도했다. 중소 사업체는 의무절전을 적용받진 않았지만, 에너지 진단, 절전 세미나 등을 통해 자발적 절전에 나섰다. 가정 부문의 절전은 주로 어린이 대상으로 에너지 교육으로 진행됐다. 100만 명의 어린이들이 절전교육을 받았다. 가정 부문에는 3000명의 절전 어드바이저가 100만 세대에 절전 어드바이스를 제공했다. 어드바이저들은 전력회사나 가스회사 직원을 선발, 교육해 양성했다.

도쿄도 환경협력팀 담당자에 따르면, 5월 당시 여름 전력 수요공급은 최대수요는 6000만 킬로와트, 공급능력은 5380만 킬로와트로 예측돼 620만 킬로와트가 부족한 것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실제 올 여름 피크인 8월 18일 당시 전력사용량은 4922만 킬로와트를 기록해 과거 5년간의 평균피크치인 6000만 킬로와트보다 1000만 킬로와트 이상 전력 사용이 줄었다. 시민이 참여한 절전 결과였다. “`올 여름 공급부족은 없었다!`” 담당자의 말에 조사단의 박수가 터졌다.

 

선순환의 살아있는 사례
올 여름 도쿄가 무사히 피크를 넘길 수 있었던 첫 번째 이유가 시민들의 절전이었고, 두 번째는 사업체들이 적극적으로 에어컨 사용량을 줄인 데 있었다. 일본의 권장실내온도는 28℃였는데, 에어컨 사용을 줄이니 오히려 도심열섬효과가 완화돼 다소 선선한 밤을 보낼 수 있었다는 이야기가 야간 근무 업종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서 나왔다. ‘`15퍼센트 의무절전 프로그램`’은 예정보다 3주 앞선 9월 9일 종료됐다. “`의무는 끝났지만 자발적 절전을 시민들께 계속 요청`”할 것이라고 담당자는 말했다. 자발성에 근거한 에너지 절약정책이야말로 도시의 에너지 문제를 푸는 선순환 정책이라고 그 때 확신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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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시마 핵사고 이후 전력공급이 줄어든 올 여름, 걱정했던 도쿄의
정전사태는 발생하지 않았다. 그 비결은 무엇일까? ⓒ함께사는길

 

이지현 (서울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 서울시 녹색시민위원회 위원  leejh@kfem.or.kr)

 

* 이 글은 월간 함께사는 길 10월호에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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