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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사선방어학회, 방사능 아스팔트 불안은 과민반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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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방사선방어학회 주최로 열린 설명회에서 이재기 교수(가운데)가 말하고 있다. 왼쪽은 강건욱
서울대병원 핵의학과 교수와 오른쪽 김성환 성빈센트병원 방사선종양학과 교수. 사진=이지언


최근 방사능 아스팔트의 인체 영향을 둘러싼 우려에 대해 관련 전문가들이 “과민반응”이며 따라서 “건강역학 조사의 실시는 불합리”하다고 주장했다.

이는 대한방사선방어학회 주최로 오늘 오전 10시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열린 ‘서울 노원구 일부도로 방사성 물질 측정 관한 설명회’에서 제기됐다.

이재기 한양대 원자력공학과 교수(국제방사선방호위원회 본위원회 위원)는 월계동 방사능 아스팔트에 의한 인근 주민의 피폭을 평가하면서 기존 원자력안전기술원의 해석에 손을 들어줬다.

‘세슘 먼지를 흡입할 가능성 적어’

그는 ‘보수적인 시나리오’로 계산해도 외부피폭은 0.5밀리시버트 수준이며 아스팔트 마모로 인한 비산먼지를 흡입할 경우 내부피폭 가능성에 대해서는 “아스팔트에 방사성물질이 강하게 고착되어 있고 비산은 어렵다”며 이를 부정했다.

다만 이재기 교수는 “차량 통행 등 영향 때문에 전혀 비산되지 않는다고는 얘기할 수 없겠지만, 이미 환경에 과거 핵실험 낙진 등이 분포하고 있는데 특별히 오염도로 때문에 인근 공기 중 세슘 농도를 증가시킬 것이라고는 평가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피폭량 0.5밀리시버트는 지역별 자연방사선 피폭량 차이 수준이므로 “위험을 논하는 것이 무의미”하다는 설명이다. 그는 “(자연방사선량이 타지역에 높은) 문산이나 속초 시민이 방사선에 대해서 서울시민에 비해 더 위험할 수 있나”며 반문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낮은 수준의 피폭량에 의한 인체 영향이 아직 과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게다가 저선량의 방사선 피폭이 ‘건강에 이로울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방사선 피폭이 건강에 이롭다?

이재기 교수는 쥐를 대상으로 한 동물 실험을 예로 들며, 발암물질(MNNG) 투여에 따른 종양 발생수가 500밀리시버트의 방사선 노출에 의해 5배 줄었다고 주장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방사선 자극으로 생체리듬과 방어기제를 높여서 이후에 오는 화학종양제에 대해 일종의 면역기능을 한 셈”이다.

이재기 교수는 쥐를 대상으로 한 동물실험 사례를 들며 저선량의 방사선 피폭이 건강에 이로울 수 있다는 주장을 제기했다. 출처=이재기 교수 발표자료

그는 “결국 아주 낮은 선량에서는 오히려 해악보다는 이득이 높을 수도 있다. 다만 통계적으로 불확실하다”고 말했다.

이재기 교수는 방사능 아스팔트에 대한 인근 주민들의 우려에 대해 “주민들이 분노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두려워할 정도는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오히려 이번 사건으로 인해 사람들이 원자력 기술을 위험한 것으로 간주하게 될 것을 우려했다. “사소한 방사선 사건을 자꾸 논쟁을 지속하게 되면 다른 국민들로 하여금 (원자력 기술이) 굉장히 위험한 것으로 오해하게 만들고 결국 낙인의 피해를 받게 되는 심각한 사회 문제”로 이어진다고 그는 말했다.

‘방사능 아스팔트, 굳이 철거할 필요는…’

오염 아스팔트의 철거와 건강역학 조사에 대해서도 지자체나 환경단체와 입장이 엇갈렸다. 이재기 교수는 “(방사능 오염 도로) 범위가 넓지 않았기 때문에 (아스팔트 철거는) 합당하다고 본다”면서도 “만약 범위가 더 넓었다면, 아마 안 파는 게 맞을 것”이라고 말했다. 향후 생활 주변의 도로 포장재가 기준치의 2-3배를 초과하는 방사성폐기물로 확인되는 사례가 재발해도, 굳이 철거할 필요가 없다는 의견이다.

건강조사를 실시하겠다는 서울시의 결정에 대해서 이재기 교수는 “한 마디로 불합리하다”고 단언했다. 그는 “주민 몇 백명 몇 천명 대상으로 (방사선 관련 영향을) 추적해도 나올 게 없”고 “비용만 든다”며 원자력안전위원회와 동일한 ‘무용론’을 피력했다. 그래도 그는 주민 중 표본조사를 통해 인체 내 방사성 세슘의 농도를 확인할 필요성에 대해서는 인정했다.

이재기 한양대 원자력공학과 교수. 사진=이지언

이재기 교수에 이어 강건욱 서울대학교병원 핵의학과 교수(대한핵의학회)와 김성환 가톨릭대학교 성빈센트병원 방사선종양학과 교수의 발제가 이어졌다.

‘저선량 방사선까지 통제하려면 비용 많이 들어’

강건욱 서울대병원 핵의학과 교수 역시 방사능 아스팔트에 의한 피폭량은 미미하며 따라서 그에 따른 건강영향은 다른 환경성 질환에 ‘묻히는’ 수준이라고 주장했다.

일반인들은 엑스레이나 컴퓨터단층촬영(CT)을 일상적으로 많이 받고 있는데다 “(저선량 수준의 방사선 피폭까지) 통제하려고 하면 너무나 많은 사회적 비용이 든다”는 것이다.

또 방사성 세슘이 해양생물에서 먹이사슬을 따라 최대 10배 가까이 농축되는 언론 보도를 언급하면서 그는 “다른 중금속의 경우 (생물농축이) 50-100만 배에 이르는 것에 비해 낮고 방사성세슘이 몸에서 빠져나가는 데 100일 정도 걸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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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고기 → 큰 고기 → 사람 … 생태계 농축 시작? (중앙일보, 2011.04.06)

http://article.joinsmsn.com/news/article/article.asp?ctg=13&total_id=5304841

김성환 성빈센트병원 방사선종양학과 교수는 고강도의 방사선을 치료에 활용하는 사례를 소개했다. 그는 “의학적으로 (일반인 피폭선량의) 12000배 방사선을 쓰는 경우도 있다”며 ‘감마 나이프’와 같은 기계를 활용한 방사선 의료기술을 설명했다.

임산부가 굳이 엑스레이나 CT 기피하는 이유

이번 설명회에서 전문가들은 방사능 아스팔트에 의한 피폭 문제를 주로 자연방사선이나 의료방사선과 비교했다. 또 과거 핵실험에 의한 방사성물질의 확산이나 다른 환경오염과 견주어 낮은 방사선 피폭이 크게 문제 되지 않는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오염의 경쟁, 이미 오염된 세상에서 작은 오염 하나 더 보탠들 어떻냐는 시각.

과학적으로 불확실하다면 예상되는 어떤 문제를 내버려둘 것인가? 특히 그 문제가 만약 치명적이고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면 말이다. 예를 들어 임산부는 왜 가급적 엑스레이나 CT 촬영을 피하려고 할까. 이들의 주장에 따르면 이 정도의 피폭량은 전혀 ‘문제 될 게 없는’ 수준이다.

개인의 경우 각자 판단에 맡기면 그만이다. 그런데 방사능 방호를 책임지는 당국은 그럴 수 없다. 방사능 아스팔트 사건을 둘러싼 논쟁의 핵심은 바로 방사능 보건 당국의 태도이다. 지금 원자력안전위원회의 태도는 임산부의 그것과는 거리가 멀다. 대신 ‘과학적으로 근거 없다’는 곧 ‘아무 문제 없다’로 해석한다는 것. 물론 이는 치명적 비약이다.

이번 설명회는 방사능 오염을 둘러싼 일반인의 불안을 어느 정도 해소해주려고 기획된 것 같지만, 오히려 핵공학자나 방사선의학자들이 자신의 불안을 호소하는 자리이기도 했다. 이는 앞서 이재기 교수가 스스로 고백했듯 이번 사건으로 인해 원자력 기술 전반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이 확산되는 것이다. 이런 불안감은 이들 전문가뿐만 아니라 원전 산업계와 원자력문화재단 등이 함께 공유하고 있는 감정이다.

글=이지언 서울환경운동연합 활동가 jiean.le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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