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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을 사랑하는 당신, ‘케이블카’ 원하지 않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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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5일, 국립공원 케이블카 반대 산상시위

   500일째다.

오전 11시 북한산에서는 백운대를 배경으로 ‘국립공원 케이블카 반대 손도장 현수막 퍼포먼스’를 했다. 같은 날 오후 7시 지리사 노고단 대피소 앞에서는 ‘지리산 여름 문화제’가 열렸고, 6일 설악산 대청봉에서는 설악산 녹색연합 박그림 대표와 ‘설악산국립공원 상부예정지 답사’행사가 있었다.

국립공월을 지키는 시민의 모임, 녹색연합, 설악녹색연합, 지리산생명연대, 환경운동연합 등 46개 환경단체는 ‘국립공원 케이블카 반대 범국민대책위’를 결성해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그중에 하나로 ‘범대위’는 국립공원 케이블카 반대 산상시위를 벌여왔다.

범대위 중 수도권에서 활동하는 단체들은 ‘국립공원 케이블카 반대’ 문구를 두글자씩 나눠 갖고 손도장을 찍는 서명운동을 했다. 환경운동연합은 ‘공원’자를 맡았다. 누하동 2층 사무실에 ‘공원’자를 벽에 붙여 오가며, 관심있는 활동가들은 손도장을 열심히 찍었다. 또 퍼포먼스 전날 자정쯤 홍익대학교 C 카페에서 삼삼오오 앉아있는 대학생들에게 조심스레 접근하여 케이블카 반대 이유를 설명하였고 예상과 달리 그들은 선뜻 엄지 손가락을 번쩍 들며 승리하라는 제스처와 함께 손도장을 꽝 눌러주었다. (몇몇은 접근조차 못하게 했다.) 어떤 대학생은 손도장으로는 성이 차지 않는지 케이블카 반대를 강렬하게 염원하는 뜻으로 손바닥에 인주를 가득 묻혀 찍었다.

국립공원에 살아 숨쉬는 많은 생명들을 지키고 싶은 활동가와 시민들의 마음을 담은 손도장 현수막은 8월 5일 북한산 백운대 정상에서 펼쳐졌다.

북한산 등반은 만만치 않았다. 북한산은 서울 근교의 산 중에서 가장 높고 산세가 웅장하여 예로부터 서울의 진산으로 불렸다. 중생대 말기에 화강암이 지반의 상승과 침식작용으로 표면에 드러났다가 세월을 따라 바람에 깎이고 깎여 험준한 바위산이 되었다. 그 산을 나는 스니커즈를 신고 정상까지 올랐다. 등반하는 동안 만났던 산악인들은 다칠까봐 염려하는 말씀과 준비를 제대로 못함을 탓하는 눈총을 보내셨다. 나는 등반 도중 정상을 코앞에 두고 포기를 선언했다. 90도 가까이 경사진 바위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는데 순간 다리에 힘이 쫙 풀리고 온몸이 번개를 맞은 것처럼 ‘찌릿’거렸다. 반시체가 되어 멍하니 앉아 있으면서 ‘내가 여기 왜 왔지’ 한탄하다 그 이유를 알아차리고 정신이 번쩍 났다. 나는 ‘공원’자가 쓰여진 현수막 두장을 전달해야 하는 임무가 있다. 등반을 같이 했던 기자분에게 부탁하여 현수막만 녹색연합 간사님에게 전해주라고 하면 퍼포먼스에는 지장이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 손도장을 찍었던 분들에게 죄송하고 포기한다는 건 스스로한테도 부끄러워서 그럴 수 없었다. 그저그런 현수막 두장를 들고 가는 것이 아니다. 그런 일이였다면 반도 못가서 포기했을 것이다. 거기에는 국립공원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마음이 들어있고 그래서 ‘케이블카는 절대 안되요’하는 의미로 손도장을 꾹꾹 찍은 현수막이다. 그 사실은 내게 엄청난 동기를 부여했다. 다시 힘을 나게 했고 끝까지 올라 갈 수 있었다. 


핫팬츠 & 스니커즈_ 워스트 등반복장 !

스릴을 겪은 뒤 얻은 감격이랄까. 내 몸을 감싸안은 선선한 바람의 감촉이 아직 선명하다. 3분짜리 케이블카를 타고 갔더라면 그 감격도 그 바람도 없었을 것.

정상에 도착하자 많은 활동가들과 김병관 대장님이 반갑게 맞아주셨다. 김병관 대장님은 백운대 정상에서 이 바위 저바위를 거침없이 걸어 다니며 등반하느라 진이 빠진 활동가들을 격려해주셨다.  대장님에게는 백운대 정상이 집처럼 편안해 보였다. 대장님의 흰 수염은 길고 유연하게 뻗은 북한산의 능선을 닮았고 건강하고 탄탄한 몸매는 백운대의 기운으로부터 온 것 같다.

김병관대장님

십분간 휴식을 취하고 11시 10분쯤 퍼포먼스를 위해 자리를 잡았다. 그런데 ‘국립공원 케이블카 반대’에 ‘반’자를 들고 오시는 분이 도착하지 않아 조금 지연되었는데 알고 보니 ‘반’자를 빼 놓은 상태로 글자를 분담하여 어쩔 도리가 없었다. 실무 담당자의 실수로 ‘국립공원 케이블카’ 문구까지만 완성하는 헤프닝이 벌어졌지만 ‘케이블카 반대’를 외치는 구호는 백운대 정상에서 쩌렁쩌렁 울려 퍼졌다.

 

환경운동연합 국토생태담당 나혜란 활동가

내려오는 길은 다행히 생각만큼 무섭지 않았다. 마음도 한결 가벼웠다. 환경부의 국립공원 케이블카 촉진 정책에 제동을 걸 순 없을 테지만 조금이나마 반대에 힘을 모을 수 있었다. 그리고 북한산에 살고있는 생명들에게 작은 위안이 되었으면 좋겠다. 우리들은 덜 미안하고 싶기 때문이다.

adm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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