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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안, 이포보에 오른 선배, 후배들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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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좁고 뜨거운 공중에서 폭염보다 더 무서운 대통령과 맞서는 그대들, 고맙고 미안합니다.”

오늘로 보름쨉니다. 끝났다던 장마는 습한 공기와 구름으로 하늘을 덮어 살인적인 더위를 느끼게 합니다. 누가 곁에서 시비라도 붙으면 즉시 폭발할 그런 날씹니다. 고립무원의 그대들과 달리 자유롭게 이동하고, 하고 싶은 전화도 맘껏 하고, 시원한 물과 맛있는 것을 먹을 수 있는데도 견디기 어려운 시간입니다.

얼마나 힘드십니까? 둘이, 셋이 동무하며 사십줄 인생을 열 번도 더 썼을 시간입니다.

22일 신 새벽 아무런 사심 없이 대통령이 너무 늦지 않은 시간에 우리 질문에 답할 것이라 환하게 웃고 올라간 그대들입니다. 손 한 번 제대로 잡지 못하고 뜨거운 포옹 한 번 없이 신속하게 작전에 돌입한 그 새벽의 한 시간이 이렇게 길어질 줄 몰랐습니다. 앞으로 얼마나 더 길어져야 할지 가늠하기도 어렵습니다. 그래서 두렵습니다. 그대들이 스스로 올라간 그 계단을 다시 내려올 날 우리가 요구한 것들이 실현될 것인지 알 수 없어 두렵습니다.

그대들의 주장은 62지방선거에서 확인된 국민의 요구와 다르지 않았습니다. 지방선거로 들어선 새 지방정부의 주장과도 닮아 있습니다. ‘4대강 사업을 즉각 중단할 것, 법정 홍수기만이라도 일체의 공사를 중단하고 정부와 시민사회간의 대화를 시작할 것, 4대강 사업의 문제와 대안을 찾는 정부-지방정부-시민사회-전문가-종교인 민관공동기구 구성과 실무협의를 진행할 것’, 그리고 ‘국회 내에 4대강 특위를 구성하고 종합점검을 통해 국민이 판단한 대로 정치권이 나서서 해법을 찾을 것’ 이었습니다.

그러나 그대들이 보에 오른 뒤 보름이 지나도록 청와대와 국회는 침묵하고 있습니다. 한 술 더 떠 청와대와 한나라당은 우리들의 운동에 관심도 없다 한답니다. 만나서 대화하자는 우리말은 무시하고, 자신이 필요한 말만 하고 갑니다. 그러면서 소통이 부족했다. 앞으론 대화하겠다고 정치를 합니다. 그대들과 우리가 아닌 방송카메라와 사진기를 향해서.

답답하실 겁니다. 점점 기력이 떨어지니 조바심도 날 겁니다. 무서운 속도로 달려가는 4대강 공사에 영향을 주고 싶어 올라갔지만 눈앞에서 벌어지는 공도교 가설과 하천습지를 평탄화 등 공사 진행을 막을 수 없다는 무력감, 폭염과 고립감, 보고 싶은 아내와 아이들 때문에 힘이 드실 겁니다.

그러나 여러분, 저들이 우리보다 배짱이 좋습니다. 5명의 중년운동가가 한여름 뙤약볕에서 15일 동안 고립된 채 4대강 공사를 중단하라 요구하고 있는데 4대강 운동의 공동전선을 무너뜨리기 위해 반대하는 지방정부의 뜻을 왜곡하고, 시민단체 흠집내기로 국민과 이간질을 획책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4대강 운동을 고사시킬 수 있다고 믿는 모양입니다.

그러면 우린 느긋하게 기다리는 수밖에 없습니다. 오늘 마실 물과 식량이 떨어졌다 들었습니다. 휴대폰 통화가 불가해 건강은 괜찮은지도 알 수 없다고요. 경찰과 대림산업, GS건설이 모든 걸 막았다지요? 그럼 더 편안하게 기다려봅시다. 물도 식량도 대화도 막았으니 이제 가셔 모셔오겠지요. 대통령의 여름휴가도 끝나갑니다. 휴가 가시기 전 우리가 왜 보에 올랐는지 이야기를 전했으니 답이 올 것입니다. 그것이 우리가 원하는 답이든 원치 않는 것이든.

우리에게 어떤 위험이 닥친다면 저들도 위험해집니다. 그래서 우리는 괜찮습니다.

또 있습니다. 우리에겐 4대강의 험한 운명을 걱정하는 80% 국민의 지지가 있습니다. 대통령의 옹고집이 운동가와 수도자의 헌신을 압살해선 안된다는 믿음을 가진 국민이 있습니다. 4대강을 지키기 위해 당당히 보에 오른 환경운동가의 결단을 지지하고 후원하는 어린이들, 청년들, 어른들, 해외동포들이 있습니다. 그래서 우린 든든합니다. 믿고 기다릴 수 있습니다.

그들은 토건자본의 폭력과 대통령의 기만과 생명파괴로 점철된 4대강 사업으로부터 4대강의 생명과 마을공동체와 아이들의 미래를 지키기 위해 4대강을 지킬 수 있는 마지막 도전이자 기회인 2010년 하반기 4대강 운동에 기꺼이 참여할 것입니다. 왜냐하면 4대강 사업의 핵심인 보와 준설은 지금 속도대로라면 9월 이후 재개될 공사로 연내에 대부분의 공정이 완료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이 자리를 지켜야 합니다. 그대들은 보 위에서, 우리는 이 건너에서 그대들을 바라보며. 국민들이 4대강의 생명과 평화를 위해 나설 때까지 지켜야 합니다.

대다수 국민은 안중에도 없는 대통령과 한나라당은 물론이거니와 자기 밥그릇 싸움으로 4대강 운동 전선을 흩뜨리는 민주당에도 일침을 놓으며 4대강에 잠식된 국민의 복지와 교육과 일자리를 구하라고, 4대강 본류에 처바르는 돈 때문에 찢어지고 황폐해진 주민공동체를 구하라고, 4대강 때문에 점점 위험해지는 지방하천과 소하천을 생태적으로 관리하라고 국민들이 소리 높여 외칠 때까지 지켜야 합니다. 그래야 우리가 4대강과 함께 살 수 있습니다. 그대들과 우리의 질긴 저항이 아름답게 마무리될 수 있습니다.

선배님. 후배들. 고맙고 미안합니다.

빨리 내려오게 해주지 못해 미안합니다. 아빠를 목 놓아 부르는 아이와 눈물짓는 아내 앞에서 ‘난 괜찮다. 대통령의 대답 없이 내려가지 않겠다.’는 결의를 다지게 만들어서 미안합니다. 그대들이 30미터 공중에서가 아니라, 단단한 땅위에 두발을 딛고서 우리와 함께 일할 날을 하루라도 당기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시민사회의 역량을 총동원하고 종교계, 정치권까지 모두 나서 그대들이 건강하게 가족의 품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이 가을 4대강 운동이 승리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그대들의 가족이 우리를 믿고 이 고난을 함께 헤쳐 나갈 수 있게 하겠습니다.

그러니 부디 선배님, 후배들. 마음 강건하게 하시기 바랍니다.

보 아래 세상의 일들은 우리에게 맡겨 두시구요.

그리고 환한 마지막 승리의 웃음 준비해 두는 것도 잊지 마세요.

이포, 함안보 현장농성 보름을 지나며

그대들의 후배이자 선배인 김종남 드립니다.

adm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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