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지역·기관 활동 소식

햇빛과 흙으로 배우는 환경교육

http://blog.naver.com/toetoehappy/90098884168

 환경운동연합 회원소식지 잎새통문에 연재된 글이다.

 

내년은 환경센터가 문을 연지 10돌을 맞는 해다. 환경센터는 환경운동의 안정적인 공간 마련과 환경교육 확대를 위해 2001년 4월 누하동에 문을 열었다. 회화나무 마당을 중심으로 환경센터 공간의 의미를 재조명하는 기획을 마련했다. 글은 격월로 5차례에 나눠서 싣는다.

<글 싣는 순서>
(1) 회화나무와 작은 숲
(2) 사무실 옆 광장
(3) 햇빛과 흙으로 배우는 환경교육
(4) 이웃이 즐겨 찾는 열린 공간
(5) 상상력으로 다시 만드는 마당



장면#1. 한 아이가 먼저 마당 한 켠 화단의 야생초들을 들여다보다가 이내 허리를 숙이고 코를 갖다 댄다. 옆의 아이가 따라한다. 큰 호흡 한 번! 풀 내음을 즐길 줄 안다. 제법이다.

장면#2. 눈을 가린다. 맨발로 느껴지는 촉감으로 마당을 걷는다. 애벌레가 된 기분을 느낀다. 발끝을 간지럽히는 흙과 풀들의 촉감이 나쁘지 않은 모양이다.

장면#3. 거울을 눈 밑에 대면 하늘을 보며 걸을 수 있다. ‘하늘 길 걷기’ 놀이란다. 높은 하늘 사이로 내가 뻗은 가지와 나뭇잎이 보이면 아이들도 나도 더 신이 난다. 놀이동산이 따로 없다.



볕이 좋다. 볕이 드는 날은 나를 찾는 이들이 더 많아진다. 점심시간에는 도시락을 들고 옹기종기 모이기도 하고, 나른한 오후에는 찻잔을 들고 와서 머리를 식히다 가는 벗들도 있다. 특히 새 학기가 되면 덩그라니 서있는 시간도 줄어든다. 위엄있게, 푸근하게, 시원하게… 그렇게 새로운 벗들을 맞을 준비를 한다. 새로운 벗들을 맞이하는 일은 해가 가도 정겹고 신나는 일이다.

난 회화나무라는 생물학적 이름을 가지고 있다. 여기서 250해를 넘게 자리잡고 살아왔으니 딱히 새로울 것도 없건만, 지난 몇 해간은 부쩍 기다려지는 일들이 생겼다. 어느 날은 올망졸망 꼬맹이들이 찾아와 재잘댄다.



“와~! 엄청 큰 나무가 있어!” “와~! 마당이 넓은 집이네!” “와~! 유리집이다!”

도심 속에서 회화나무 마당은 아이들에게는 다소 ‘낯선’ 혹은 ‘신기한’ 공간인가 보다. 아이들은 몇 평 안 되는 마당이지만 발을 힘껏 굴러보기도 하고, 자연 채광을 위해 전면을 유리로 만든 센터건물에 호기심을 보이기도 하고, 때때로 내 나이를 궁금해 하며 묻기도 한다.

벌써 10여년이 흘렀다. 2000년이 되던 해, 환경운동연합은 체계적인 교육활동을 통해 더 많은 시민들을 만나고 싶었고, 교육전문기관인 환경교육센터를 만들었다. 2002년에는 환경센터 1층에 숲의 생태와 자연을 주제로 한 생태교육관을 개관했다. 마당‒생태교육관‒환경센터 건물을 잇는 자연 체험학습장으로 마당은 더 활기를 띄기 시작했다.

장면#4. 황토와 치자열매는 자연으로 물들이기 단골 재료이다. 오물조물 물들인 옷가지를 널어놓고 뿌듯해한다. 아이들의 손끝이 노랗다. 마당 여기저기도 치잣빛이다.

장면#5. 마당에 놓여 있는 나무의자에는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이곳은 때때로 자연공작소가 된다. 마당에 떨어져 있는 나뭇가지, 열매, 나무껍질, 돌맹이까지 모두가 재료가 된다. 아이들 손에서 곤충이 되기도 하고, 자기만의 추억을 담을 액자가 되기도 한다.

장면#6. 햇볕이 강한 날은 나무의자들이 내 아래로 옮겨진다. 가만히 앉아 눈을 감는다. 주변의 소리를 듣는다. 처음에는 자동차 소리, 사람들 소리가 크다. 조금 더 기다리면 조용함에 익숙해진다. 이 때쯤이면, 날 찾은 새소리, 곤충소리, 바람소리…

그렇게 아이들은 자연을 느끼고 체험한다. 회색빛 콘크리트로 가득 찬 도심 속에서 자라는 아이들의 잠재된 생태적 감수성을 깨운다.

장소는 지리적인 ‘위치’ 외에도 사람들이 그 공간에서 느끼는 ‘장소감’과 삶의 터전으로서의 ‘공간’의 의미를 포함한다. 누군가에게 이곳은 ‘도심 속’에서도 사람과 자연이 만나 ‘행복감’을 느낄 수 있는 ‘생태체험의 소중한 공간’이기도 하다.

글=장미정 환경교육센터 연구실장

사진=환경교육센터

admin

admin

(X) 지역·기관 활동 소식의 최신글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