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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지사에 대한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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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지사, 개발부지사, 4.3부지사?
[환경부지사에 대한 단상]부지사도 마음대로 할 수 있는 도지사는 제왕적일 수밖에
2009년 09월 02일 (수) 17:03:14 김동주 객원기자 mzsinbi@gmail.com

오는 10월부터 광역시ㆍ도의 정무 부시장ㆍ부지사 명칭을 경제, 통상, 환경 등 업무에 적합하게 정할 수 있게 된다고 한다. 행정안전부는 4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이런 내용을 담은 지방자치법 시행령 개정안이 의결됐다고 밝혔다. 행안부는 개정안에서 정무 부시장ㆍ부지사가 시ㆍ도 조례로 정하는 바에 따라 행정 부시장ㆍ부지사의 업무를 분담할 수 있도록 했다. 이에 따라 시장과 도지사를 보좌해 정무 업무만을 맡았던 정무 부시장과 부지사들은 경제와 통상, 환경 등의 업무를 수행하고 그 명칭도 역할에 따라 선택할 수 있게 됐다. – <제주일보, 2009년 8월 5일자>

제주특별자치도에는 전국 지방자치단체 중 가장 높은 환경분야 공무원이 있다. 바로 ‘환경부지사’다. 2006년 7월 1일, 제주특별자치도가 출범하면서 정무부지사를 폐지하고 ‘환경부지사’직이 신설되었다. 환경부지사는 또 다른 부지사인 행정부지사와 권한을 나누는 구조로, 기존의 정무부지사보다 위상과 권한이 더 커졌다.

2009년 8월 4일, 지방자치법 시행령 개정으로 이제는 제주도 이외의 시/도에서도 환경부지사라는 자리가 생길 수 있게 되었다. 물론 환경을 중시하는 지방자치단체라면 환경부지사를 만들겠지만, 아직까지 개발주의가 강한 지역에서는 경제부지사가 나타날 가능성이 더 높다.

실제로 제주도의 환경부지사가 딱 그러했다. 초대 제주도 환경부지사는 김태환 도지사의 전주고 동문인 유덕상 기획예산처 이사관이었다. 그를 선택한 가장 큰 이유는 중앙정부와의 예산확보에도 큰 도움 될 것이라 기대하였기 때문이다. 9급 공무원부터 시작해 관선시장/군수에서 민선시장에 이르기까지 김 지사 본인은 “식게집 도지사”라는 별명처럼 제주도라는 좁은 곳에서만 지냈고, 중앙 정치판과는 닿는 연줄이 많지 않았다. 그러했기에 제주특별자치도 초대 도지사로서 중앙정부와의 협력, 특히 예산확보는 그의 능력범위를 벗어난 일이었다. 그래서 도지사 바로 다음 자리인 환경부지사에 부동산 비리 의혹이 제기되고, 환경관련 지식도 부족하였고, 개발주의가 강하며, 해군기지 찬성입장까지 표명하였지만(이상은 제주도의회 인사청문회 자리에서 밝혀진 내용들), 예산처 출신인 유덕상을 임명한 것이다.

유덕상 전 환경부지사 본인도 이를 잘 알고 있기에, 3년 간 환경부지사로 있으면 환경보전 관련 업무 보다는 예산확보를 위해 노력하였다. 환경부지사를 그만두고 현재는 제주발전연구원장으로 회전문 인사를 간 뒤에도, 김태환 지사는 유덕상 원장에게 중앙에 상주하면서 예산확보를 위해 노력하라고 당부했다(제주의소리, 2009년 8월 4일자, ‘유덕상, 제주발전연구원장이야? 아니면 예산부지사야?’).

유덕상 전 환경부지사는 예산확보이외의 본연의 업무는 잘 수행하지 못했다. 환경에 대한 지식이 부족함은 이미 도의회 청문회에서 밝혀졌기에 당시 도내 시민사회 및 진보정당에서는 임용거부를 요구하는 성명을 수차례 발표하기 까지 했다. 그는 환경부지사로 있으면서 5개의 생태보전지역으로 지정된 강정 앞바다를 매립하여 건설하는 해군기지를 적극 추진하였다. 또한 도민들을 분열시키고, 갈등을 조장해야 하며, 몇 명은 구속시켜야 해군기지 건설이 잘 될 것이라는 발언까지 하였다. 

직함은 환경부지사였지만, 그는 개발부지사였다. 본인도 취임 후 6개월이 지난 후에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중앙부처에서 예산을 한 푼이라도 더 따기 위해 예산절충을 하면서 환경부지사라는 명함을 내밀면 이상하게 쳐다봅니다.”라고 말했다.(제주일보, 2008년 12월 13일자, [제주포럼] 환경부지사 직함을 바꾸면 어떨까, 김승종 기자) 본인도 그 자리가 이상했음을 알고 있으면서 이후 2년 반이나 계속 그런 일을 수행했다. 
 
환경부지사와 관련한 에피소드가 하나 있다. 제주환경운동연합은 2007년 6월, 제주도와 함께 ‘제주도의 기후변화 대응’와 관한 도내 최초의 정책토론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 축사를 하러 온 분은 환경부지사가 아니라 김한욱 행정부지사였고, 그는 기후변화와 물문제 등 환경과 관련된 말을 하고 큰 호응을 얻었다. 당시 참가자들은 “환경부지사가 있는데, 왜 환경관련 행사에 행정부지사가 왔느냐”면서도, “오히려 환경부지사보다 행정부지사가 더 친환경적이다”라고 말했다.   
  
환경부지사에 대한 씁쓸한 추억들이다. 이제는 그나마 있는 환경부지사라는 직함도 사라질 것이기 때문이다. 김태환 도지사는 2009년 7월 1일, 특별자치도 출범 3주년 기자회견 통해, 정무부지사 직제 신설을 시사했다. 즉 환경부지사 자리를 없애겠다는 것이다. 이후 일사천리로 진행된다. 7월 6일, 유덕상 환경부지사 사퇴발표에 이어, 다음날인 7일, 제주도는 불과 몇 달 전 4.3평화재단 상임이사로 갔던 ‘양조훈’씨를 환경부지사 내정자로 발표한다. 그러고는 16일, ‘행정기구 설치조례’ 일부 개정조례안 입법예고를 통해 환경부지사 직제를 폐지하고, 정무부지사직 신설을 알린다.

그러나 도의회에서 “환경부지사에 대한 인사청문회냐, 정무부지사에 대한 인사청문회냐”라고 항의하자, 입법예고안을 폐기한다. 도의회와 사전에 양해도 구하지 않고 일을 추진했던 것이다. 

지난 4월 성급히 중앙정부와 해군기지 건설 관련 MOU를 체결 할 때도 도의회의 동의를 받지 않아, 집행부와 도의회 간의 사이가 심각하게 벌어졌으면서도 또 이런 일이 반복되는 것이다. 도청이 도민의 대의기관인 도의회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잘 보여주는 사례일 뿐이다.

결국 양조훈씨는 인사청문회에서 적합판정을 받고, 7월 22일 2대 환경부지사에 취임했다. 그 또한 환경전문가는 아니지만, 환경부지사로 취임했고, 조만간 정무부지사로 변신할 것이다. 언론인 출신에다 4.3관련 일을 했던 그를 부지사로 내정한 것은 김태환 지사에 대한 주민소환 정국에서 도민과 소통하는 자세를 보여주려던 김태환 지사의 꼼수에 지나지 않는다.

제주특별자치도 환경부지사는 환경직 공무원 또는 환경관련 인사들이 들어갈 수 있는 자리가 아니었다. 그나마 있는 ‘환경’이라는 단어는 수식어도 아니다. 환경과 전혀 상관없었던 2명의 환경부지사라는 기록만 남긴 채 사라지는 ‘환경부지사’직제는 김태환 지사의 빈곤한 환경정책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증거다.

올 10월이 되어 전국 최초의 환경부지사가 있었던 제주도에는 더는 환경부지사가 없더라도, 다른 시도에서 환경부지사가 신설되서 국가와 사회의 생태적 전환을 위해 노력했으면 좋겠다.[2009.08.06]

 * 덧붙이는 글 : 위 글을 써두고, 환경부지사 직제가 어떻게 될지 지켜보았다. 주민소환투표가 마무리 된 9월 1일, 제주특별자치도는 행정기구 설치관련 조례 입법예고안을 다시 제출하면서, 기존 정무부지사의 역할에 청정환경국과 4.3관련 업무만 추가된 상태로 환경부지사 직제를 유지한다고 밝혔다.

도민들은 이러한 모습을 보면서, 부지사 직제와 역할마저도 마음대로하는 도지사는 정말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는 사람처럼 생각 할 것 같다.[2009.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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