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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론] 제주도민에 대한 오해, 주민소환에 대한 오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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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시안

“제주도민은 ‘주민소환제’를 오해한 적 없다”

[반론] 정상호 교수에게 답한다

기사입력 2009-09-03 오후 5:38:52

 


9월 3일 오전 <프레시안>에 정상호 교수가 쓴 주민소환에 관한 글을 읽고, 현장에서 참여 관찰을 한 연구자의 입장에서 반론을 보낸다. (☞관련 기사 : 주민소환제에 대한 두 가지 오해)

정상호 교수가 주장한 것처럼, 지역 시민운동이 주민소환 제도를 오해하고 있는 것보다 오히려 정 교수가 지역의 상황을 오해하고 있는 점들이 엿보이기 때문이다. 이는 자칫 주민소환에 대한 평가를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결과를 갖고 온다. 제주도지사 주민소환 운동에 관심을 가져준 점은 감사히 여기며, 다음과 같이 여석 가지 점에 대해 반론을 펼치겠다.

첫째, 정상호 교수는 주민소환운동본부 측의 “투표 결과를 승복하지 않는 듯한 태도와 논리에는 선뜻 동의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물론 멀리서 간접적으로 느낀 사람들은 겨우 투표율이 11% 밖에 나오지 않은 점을 보며, 그렇게 생각할 수 도 있다. 하지만 논점은 관권 개입이다. 부정 투표이기 때문에 그 결과를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독자 여러분이라면 부정 선거 결과에 승복할 것인가?

더 중요한 것은 “승복”이라는 표현의 문제다. 주민소환운동본부에서는 투표 다음날 기자회견을 통해 투표 마무리에 대해 입장을 밝히면서, 절대 ‘승복’이라는 표현을 쓰지 않았다. 왜냐하면, ‘투표 결과에 승복하라’는 주장은 주민소환투표가 발의 될 때 김태환 지사가 주장한 내용이고, 또한 투표일에 앞서서 해군 기지 찬성 단체 등에서 했던 발언들이다.

(지역 사회 차원에서) 이 말은 곧, ‘투표 결과 소환이 안 되면 소환 추진 측의 실패이므로, 더는 해군기지 건설에 반대하지 말고, 침묵하라’는 뜻이다. 그래서 주민소환운동본부는 승복/불복이 아니라 ‘관권 개입 선거 무효 또는 불인정’을 말한 것이다.

둘째, 정상호 교수는 “현행 주민소환제는 시민운동과 진보개혁 정당이 모처럼 의기투합하여 일궈낸 값진 성과”임에도 불구하고, 소환에 실패한 시민운동 측에서 “운영상의 절차를 빌미로 평가절하하고 일부 문제점을 논거로 비판한다면 그것은 자기부정의 모순에 놓이게 된다”라고 주장했다.

물론 주민소환에 관한 법률이 제정된 것은 성과이기는 한데, 문제는 정상호 교수가 주민소환법을 제대로 검토했는지 의문이라는 점이다. 이는 직접 경험해보지 않았으면 그 문제점을 느낄 수 없는 것과 같다. 나는 현행 주민소환법 자체가 갖고 있는 문제가 조그만 부분이 아니라 생각한다.

즉, 3분의 1 투표율이라는 조항은 이미 경험적으로 주민소환투표의 본질을 왜곡시켜버렸다. 왜 김태환 소환대상자가 해임당해야 되는지에 대한 공식적인 논의는 없고, 투표소에 가는 사람은 김태환에 대한 적대자로 규정지어버린 점은 제도에 내재된 한계를 드러내는 경험적 증거가 된다.

더욱이 주민소환법을 대표발의한 강창일 의원(제주시 갑)은 투표에 참여조차 하지 않았다. 그 사유는 더 웃긴 것이다. 일본의 지방자치 연수를 위해 투표일 당일 국내에 없었기 때문이다. 본인의 만든 국내 지방자치에 관한 법률과 관련된 행위는 안하고, 외국의 지방자치에나 관심을 갖는 것이 말이나 되는가?

셋째, 정상호 교수가 잘 지적했듯이, (캘리포니아 주지사 소환 투표율이 높게 나온) “가장 큰 원인은 찬반 양측의 뜨거운 선거운동과 심각한 재정 적자에 대한 시민들의 높은 관심이었다.”

나는 이번 김태환 지사에 대한 주민소환 투표 운동 기간에 뜨거운 선거 분위기가 만들어져, 해군 기지, 영리법인 병원, 케이블카, 카지노 등 김태환 지사가 밀어붙이는 각종 정책에 대해 활발한 토론이 벌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그런 일은 단 한 번도 일어나지 않았다.

언론에서는 주민소환 투표를 거론하는 것 자체가 주민소환에 대한 찬성으로 비춰진다는 이유로 매우 축소 보도를 하였다. 결단코 말하건대, 이번 주민소환 투표 기간 중 단 한건도 이와 관련된 찬반 갈등은 없었다. 선거 분위기조차 없는 상황에서 무엇을 논하겠는가? 그리고 해군 기지에 대해 대부분의 도민들이 관심을 가졌더라면, 투표율이 그 정도 밖에 나오지 않았을까?

넷째, 정상호 교수는 “최근 소환제에 대한 비판들은 자칫 지역 주민들을 관권 선거의 유혹과 압력에 굴복한 무기력한 시민으로 비하할 여지가 있다”며, “최근의 논란은 자칫 광화문의 촛불은 위대한 민주 시민으로, 지역 주민들은 관권 선거에 굴복한 신민(臣民)으로 대비시키는 의도하지 않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라고 주의를 요하고 있다.

물론 맞는 말이지만, 제대로 관찰하고 분석하지 않는다면 그러한 우려대로 결론이 도출될 수 있다. 촛불은 광화문에만 켜진 게 아니라, 2008년 6월 10일, 제주시청 어울림 마당과 바로 앞의 도로 3개 차선을 넘어서까지 2000개가 넘게 켜졌다. 촛불을 든 사람-‘깨어있는 시민, 용감한 시민’은 전국 어디에나 있었지만, 전 국민 모두가 촛불을 든 것은 아니라는 것을 봐야 한다.

즉, 이번 제주도지사 주민소환투표율 11%는 제주도 촛불 시민의 비율을 얼추 보여준다고 평가해야 할 것이다. 그럼 나머지는? 정 교수가 말한 대로 ‘관권 선거에 굴복한 신민’은 아니지만, 김태환 지사와 그에 자발적으로 복종한 고위직 공무원, 통·반장, 이장 등이 형성한 ‘두려움과 공포의 정치’의 희생자들이다.

4·3이라는 역사적 희생에 대한 공포, 승진과 인사의 불이익에 대한 공포, 마을 공동체에서 고립될 수 도 있다는 공포, 보조지원이 끊길 수도 있다는 공포 등에서 비롯된 것이라 봐야 옳을 것이다. 이러한 공포는 결국 ‘투표 불참’이라는 프레임의 만들어낸 결과이기 때문에, 투표율 3분의 1을 즉각 폐기하라고 주장하는 이유가 된다.

다섯째, 정상호 교수의 마무리 문장-“이 나라를 아름답게 만든 일등 공신인 제주에 해군 기지를 두겠다는 시대착오적 발상과 독단적 행정에 대해서는 전국적 차원의 대응이 필요하며, 얼마 남지 않은 내년의 지방 선거에서 현명한 제주도민들이 제대로 심판 해줄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다”-는 나름대로 희망을 보여주려 했던 것 같다. 그런데 현실은 그렇게 쉽게 되지 않을 것 같다.

제주도 해군 기지 반대 운동에 대한 전국적 차원의 뜨거운 대응은 지난 9년간 존재하지 않았다. 단지 저 멀리 남쪽 변방에 떨어진 섬에서 외로운 싸움만 계속되고 있는 중이다. 나는 2006년 평택 미군 기지 확정 저지 투쟁에 비행기를 타고 4번이나 달려갔다. 서울에서 가까운 평택에는 많은 사람들이 대추리 분교를 함락하던 5월 4일 새벽에 달려갔지만, 1년에 500만 명의 외부인이 방문하는 제주도, 아시아에서 최대, 전 세계에서 세 번째로 항공편 운항수를 자랑하는 김포-제주 항공편을 타고 평화의 섬을 지키러 온 사람은 과연 몇 명이나 되었는가?

내년 지방선거에서 김태환 지사를 심판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나는 어떤 의미에서 “임기 1년도 안 남은 사람, 내년에 심판하자”는 주장 또한 주민소환제도를 잘 이해하지 못한 것이라 본다. 우리가 투표를 통해 뽑아보니 안 된다면 지금 당장이라도 늦지 말고 해임할 수 있는 게 주민소환이다.

김태환 지사에 대한 주민소환 투표 운동 기간에 나온 이야기 중 하나는 “1년이 아니라, 5년입니다”였다. 즉, 김태환 지사가 남은 임기는 1년도 아니지만, 내년 선거에서 또 당선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이런 말이 나왔던 것이다. 주민소환 투표가 마무리 되니 이러한 가능성은 더 높아졌을 따름이다. 1987년 대선 때 노태우를 대통령으로 뽑고 싶지 않았지만, 그가 왜 당선되었을지 생각해 본다면, 이러한 가능성에 큰 힘을 실어줄 것이다.

마지막으로, 모든 사람이 간과하는 것이 있는데, 이번 ‘김태환 지사 주민소환 운동’은 지역의 시민·사회단체만 한 것이 아니다. 오히려 해군 기지를 결사 반대하고 있는 서귀포강정 마을 주민이 없었다면 소환 투표 발의조차 못했을 것이다. 소환 투표 청구 서명의 절반은 강정 마을 주민들이 도 전역을 돌아다니며 받았다고 하는 게 정확할 것이다.

그만큼 지역 사회에서 시민운동의 역량은 부족한 상황이다. 설령 소환이 성공했다 한 들, 누가 책임지고 내년 선거에서 당선될 수 있을 것인가? 나는 이런 점에서 이번 주민소환 투표가 우리 운동의 역량과 그 자원이 얼마 정도인지 잘 인식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고 본다. 또한 중앙 정부의 보조금에 의존하는 지방 정부의 무기력함, 그럼에도 지방 정부의 최고 정책 결정자에 의존하는 지역의 공무원들과 마을의 이장들, 그들의 개발 욕구 등을 보았다.

내면에 잠재된 개발 욕구를 떨쳐버리고, 지역을 바꾸기 위해서는 변화를 위한 운동에 현재 보다도 더 많은 지원과 투자를 해야 한다. 이를 위해 함께 모색하고 실천할 것을 권유한다.

참고로 이번 제주도지사 주민소환투표율은 11.0%로 집계되었고, 강정 마을의 투표율은 50% 정도에 그쳤다고 언론이 보도하였다. 하지만 이는 잘못된 보도다. 지난 8월 31일 강정마을회 해군기지반대대책위원회 양홍찬 위원장을 만난 자리에서, 양 위원장은 “지난 2007년 해군 기지 찬반에 대한 마을 자체 주민투표에서 725명이 참가해 94%의 반대가 나왔고, 이번 주민소환투표에서는 720명이 투표에 참여했다”고 말했다. 즉, 50%의 투표율은 강정 마을의 것이 아니라, 강정 마을과 그 인근 여러 개 마을이 포함된 서귀포시 대천동 투표구 전체의 투표율이었다.

이런 것을 확인하지 않고 보도한 언론에 유감을 표명한다. 또 이러한 사실을 통해 강정 마을 주민들은 지난 2년 동안 한 치의 흔들림 없이 의연히 해군 기지 반대 운동에 나서고 있다는 것을 국민들은 알아주셨으면 한다. 그리고 도움과 연대를 주고자 한다면 ‘제주 올레 7코스’의 강정 마을을 꼭지지 방문해 주시기를 덧붙인다.

/김동주 제주환경연합 대안사회팀장·제주대 사회학과 박사 과정 메일보내기필자의 다른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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