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보전 활동소식

원흥이마을 두꺼비 살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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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꺼비를 살려주세요.”

대규모 택지개발로부터 두꺼비 서식지를 지키려는 어른과 아이들의 노력이 여덟달째 이어지고 있다.
충북 청주시 흥덕구 산남동에 있는 원흥이 방죽과 그 일대 숲을 ‘두꺼비 생태공원’으로 만드는 게 이들의 꿈이다.

지난 21일 찾은 원흥이 방죽은 예상과 달리 도심에서 아주 가까왔다. 걸어서 10분이면 인근
아파트 단지이고 차타고 10분이면 도청에 닿는다. 하지만 택지개발예정지로 접어들자 갑자기 도심에서 산골로 건너뛴 느낌이 들었다.
시골집 토담처럼 야트막한 구룡산 줄기가 보상이 끝나지 않은 집 몇 채와 농사를 그만둔 지 일년만에 습지로 돌아간 묵논을 보듬어안고
있었다. 그 한 가운데 이곳 생태의 젖줄인 원흥이 방죽이 자리잡고 있다. 작은 초등학교 운동장만한 이 연못 가장자리엔 줄,
창포, 나도겨풀 따위의 수초가 나있고 갑자기 추워진 날씨에도 아랑곳없이 논병아리가 자맥질을 하고 있었다.

초등학교 운동장만한 연못










원흥이 방죽 앞에서 아이들에게 할 현장학습을 준비하는 자연안내자 모임 회원들. 두꺼비 서식지인 방죽 뒤에는
아파트와 법원·검찰 등 공공건물이 들어설 예정이다.



“손톱만한 두꺼비 새끼들이 산쪽으로 난 농수로를 따라 새카맣게 기어오르고 있었어요.” 환경단체인 ’생태교육연구소 터’의 자연안내자모임을
이끌고 있는 이상현(40)씨는 그때 생각만 해도 가슴이 뛴다. 지난 5월 중순의 일이다. 이 소식이 지역언론을 통해 알려지자
시민과 학생들이 많게는 하루 수백명씩 이 장관을 보기 위해 몰려들었다. 두꺼비를 보호하자는 여론이 자연스럽게 형성됐다. 6월엔
청주시내 42개 시민·환경단체가 참가해 ‘원흥이 두꺼비마을 생태문화보전 시민대책위원회’를 꾸렸다.

원흥이 방죽은 무엇보다 훌륭한 생태교육장이다. ‘원흥이 자연학교’ ‘두꺼비 기자단’ ‘원흥이
탐사대’ 등 유치원생부터 과학교사에 이르기까지 살아있는 자연공부를 하러 왔다. 지난 8개월간 그 수는 3천명이 넘는다.

하지만 두꺼비의 집단 산란지가 발견되기 훨씬 전인 1994년 이 일대는 택지개발예정지구로 지정됐다.
한국토지공사는 청주시 흥덕구 산남동, 분평동 일대 109만여㎡(약 33만여평)에 오는 2005년까지 약 2만명이 살 신도시를
조성할 계획이다. 사업계획은 사실상 확정됐고 충북도와 중앙도시계획심의위원회의 심의만을 남겨놓고 있다.

충북도 심의만 남겨둔 상태










△ 알에서
깬 셀 수 없이 많은 새끼 두꺼비들이 농수로를 따라 산으로 향하고 있다. 지난 5월 생태교육연구소 터가 찍었다./구룡산
자락에서 내려다 본 원흥이 방죽과 택지개발 예정지 전경. 문화재 시험발굴 흔적이 곳곳에 보인다.



시민들은 이 사업이 두꺼비 서식지는 물론이고 청주도심에 ‘허파’ 구실을 하던 구룡산이 심각하게 훼손될 것이라며 사업계획의 전면수정을
요구하고 있다. 윤송현 ‘원흥이 대책위’ 실행위원장은 “두꺼비 서식지인 방죽 배후지역을 생태공원으로 조성하고 주민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들어가며 자연을 망가뜨리지 않는 택지개발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생태공원을 만들자는 서명운동에는 벌써 청주시민 4만명이
서명했다. 그러나 주택공사쪽은 “산남3지구는 어느 사업지구보다 자연성이 높게 될 것”이라며 “소소한 것을 빼고는 시민단체의 요구를
반영하기 힘들다”는 자세다.

주택공사는 두꺼비 보호 여론이 높자 연구용역을 통해 폭 4m 길이 200m의 두꺼비 이동통로를
설치하고 원흥이 방죽 하류를 자연형 하천으로 조성하는 등의 대책을 마련했다. 이에 대해 시민단체쪽은 경사가 급한 아파트단지
사이로 날 생태통로로 두꺼비가 실제로 이동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주장했다. 생태교육연구소 터의 박완희씨는 “두꺼비가 어디에
주로 서식하고 어디서 월동하는지조차 조사하지 않은 형식적 보고서를 어떻게 믿느냐”고 말했다.

법원·검찰청 예정지 비난 쏟아져

특히 시민단체는 산남3지구로 이전해 올 청주지방법원·검찰청 청사가 택지개발을 더욱 왜곡시키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윤 실행위원장은 “법원·검찰청의 전망을 확보하기 위해 애초 평지에 있던 아파트단지를 산밑으로 옮겨
산림훼손이 불가피하게 됐고, 원흥이 방죽이 있는 검찰과 균형을 맞추느라 법원 앞 나대지에 공원을 조성하면서 대신 숲이 택지로
바뀌게 됐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토지공사 충북지사 노영목 부지사장은 “단독주택을 남향에 배치하고 산의 경관을 덜 가리도록
토지이용계획을 바꾼 것”이라며 해명했다. 그러나 그는 권력기관의 시야를 트기 위해 단독주택을 평지에 배치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는
“시각에 따라 그렇게 볼 수도 있다”고 대답했다.

택지개발이 10년 가까이 지체되면서 경제적 어려움을 겪어온 원주민들도 생태공원 조성운동이 개발을
더욱 늦출까봐 못마땅해 한다. 이들은 시민단체가 세워놓은 안내판이나 장승 따위를 훼손하기도 한다. 아직 보상협상을 끝내지
못한 주민들은 토지공사 앞에서 천막농성을 벌이고 있다. 원주민인 윤창현(55)씨는 “사람부터 살려야 두꺼비를 지키지”라고
호소했다.

마지막으로 시민단체가 기대를 걸고 있는 것은 세계에서 가장 오랜 금속활자본 ‘직지’보다 72년
먼저 목판본 ‘금강경’이 인쇄된 원흥사가 원흥이 마을 일대일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구룡산 기슭에선 현재도 고려시대 것으로
추정되는 기와와 석축렬 등이 널려 있으며, 문화재 당국의 시험발굴이 진행되고 있다.


청주/글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사진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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